SBS '트롯신이 떴다'의 한 장면

SBS '트롯신이 떴다'의 한 장면 ⓒ SBS

 
처음 SBS 예능 프로그램 <트롯신이 떴다>(이하 트롯신)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일부 시청자들 사이의 반응이 마냥 좋았던 것 만은 아니었다. 우선 남진, 설운도, 주현미 등 인기 트로트 가수들의 베트남 버스킹 공연을 다룬 예능이란 점에선 신선함 보단 기존 예능의 익숙함이 먼저 떠올리게 했다. 제목은 예전 SBS <패밀리가 떴다>와 닮았고 외국 거리 공연은 JTBC <비긴 어게인>, 젊은 연예인들이 대선배들을 보필하는 방식은 tvN <꽃보다 할배>를 기억나게 한다. 

게다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놀면뭐하니-뽕포유> 등이 주도한 트로트 붐에서 착안된 일종의 '카피캣'스러운 기획이라는 점 역시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보단 불안감을 자아내게 한 요소였다. 그런데 <트롯신이 떴다>는 방영과 동시에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면서 매회 14~15%대 시청률로 수요일 밤 10시를 확실히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친근함 + 확실한 캐릭터 부여와 스토리 형성
 
 SBS <트롯신이 떴다>의 한 장면

SBS <트롯신이 떴다>의 한 장면 ⓒ SBS

 
기성 예능 프로들과의 유사성은 후발 주자 예능으로선 달갑진 않지만 극복해야할 과제 중 하나였다. <트롯신> 역시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진 않았지만 단순한 방법으로 이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갔다. 

유명 트로트 가수들을 주인공 삼은 여행 + 관찰 + 스튜디오 토크 예능의 요소를 매회 안배, 이를 통해 친근함을 극대화시키는 내용들로 매회 재미를 유발시킨다.  어느 한쪽의 비중이 크지도 높지도 않은 균형감 있는 내용 구성과 적절한 편집 등이 어우러졌고 각 출연자 고유의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이 형성되면서 시청자들은 어느 순간 부터 그들에게 동화되어 마치 내가 베트남 현지에 가 있는 것 마냥 흥미롭게 시청을 이어간다.

현지 특산품을 놓고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 언박싱 영상을 찍는 능청맞은 설운도의 입담을 거치면서 진성, 정용화에겐 각각 '진박사',' 정군'이라는 별명이 부여될 땐 리얼 버리어이티 예능으로도 탈바꿈 한다. 그러는 동안 세대간의 차이를 좁히는 교감의 기회도 마련한다. 

톱스타들이 꾸민 감동의 무대
 
 SBS '트롯신이 떴다'의 한 장면

SBS '트롯신이 떴다'의 한 장면 ⓒ SBS

 
제작진이 미리 마련해준 옛 영상을 함께 감상하는 동안 청년 시절 남진의 베트남 참전, 약사 생활을 병행하던 주현미의 데뷔 시절 사연, 무명의 트로트 메들리 가수로 어렵게 연예계의 문을 두드렸던 진성의 과거가 소개될 땐 <인간극장> <사람이 좋다>식 휴먼 다큐멘터리로의 장르 이동도 이뤄진다. 어르신 시청자들 입장에선 스타 가수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때론 눈물도 흘리는 등 마음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질감을 안겨준다.  

다양한 형식의 예능을 적절히 버무린 <트롯신>이지만 프로그램의 핵심이 되는 장면은 역시 공연이다. 각종 지역행사부터 디너쇼로 대표되는 호텔 등 다양한 장소를 경험한 스타 가수들이지만 트로트와는 전혀 관련 없는 외국 길거리에서의 공연은 20~50년 경력을 지닌 그들에게도 큰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일명 "행사의 여왕"으로 불리던 장윤정 조차도 긴장하고 떠는 모습을 보여줄 만큼 낯선 배경과 관객들을 상대로 생소한 노래를 들려줘야 하는 그들에게 베트남는 새로운 도전의 무대이기도 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현지 관객들도 조금씩 흥겨운 멜로디에 심취하면서 라이브 밴드와 함께 멋진 음악을 들려준 트로트 가수들에게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함께 자리를 지켜준 현지 교민들에겐 트롯신 출연 가수들의 노래는 마치 그들을 격려하는 응원의 목소리가 되어준다. 그들을 바라보며 울컥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 또한 가볍게 흘려듣기만 했던 전통 트로트의 위대한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당장은 기약없는 시즌2... 안타까운 현실
 
 SBS '트롯신이 떴다'의 한 장면

SBS '트롯신이 떴다'의 한 장면 ⓒ SBS

 
8일 방송을 통해 베트남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트롯신>으로선 지금쯤 시즌2 제작 논의가 진행되어야겠지만 안타깝게도 한동안 숨고르기를 해야 처지에 놓여있다. 이미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각자의 국경을 막고 나선 상황에선 제 아무리 인기 예능이라 해도 별다른 묘수를 마련하기 어려워졌다. 재미와 감동을 적절히 버무리면서 성공적인 방영을 이어가는 데다 차기 시즌을 기대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음을 고려할때 기다림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길 희망해본다. 

단순히 음악 예능으로만 접근했다면 그저 "인기 트로트 가수 해외 공연"이라는 예상 가능한 그림이 그려졌겠지만 사람들에게 친숙한 각종 예능 장르의 장점을 한데 모아 트로트라는 관문을 거치면서 <트롯신>은 본방 사수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비록 방영 전만 해도 유행에 편승한 따라쟁이 같은 취급을 받긴 했지만 확실한 자기 색깔을 만들면서 <트롯신>은 어느새 예능 속 트로트 활용의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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