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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이란 세월 동안 교사로 일했다. 짜맞춘 시간표에 따라 틀리지도 않는 시계 소리를 들으며 수업을 하느라 늘 바빴고, 출퇴근 시간에 쫓겨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학교를 마치면 내일 또 어떻게 저 교실에 있는 아이들 모두가 두 눈을 부릅뜨고 칠판을 쳐다보게 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하면서 귀가했다.

출근할 때는 오늘 할 행정 업무는 또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하고 학생들에게는 어떤 말을 조리있게 하여 모두가 웃으면서 즐거운 학업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있는 생각 없는 생각을 다 조합하다보면 어느 새 나는 교무실에 들어와 모닝 커피를 마시면서 창을 열고 먼 산을 쳐다보며 명상에 잠겨 있었다.

매일 이런 과제를 수행해오던 나는 수십 년의 세월을 한 순간에 벗어 놓고 올해 초 정년 퇴임했다. 퇴임 후 첫날 아침에도 평소와 같이 아침 조깅을 마치고 돌아왔다. 여유있게 조식을 마치니 시계는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새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곧바로 야학도 다니고 봉사활동도 다녔다. 학교 기간제 교사로, 관공서 단기간 계약제 근로자로, 경비원으로 취업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력서야 화려해서 누가 보아도 선발될 것 같은 나만의 느낌도 갖곤 했다.

응시원서를 넣는 곳마다 개별 통지를 한다고 하여 기다렸지만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는 데는 드물었다. 관공서에 찾아가 노인 일자리를 구하러 왔다고 하니 이력과 원하는 직업을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런 시간을 하루 한 건, 아니면 두 건씩 갖고 나면 하루가 거의 다 갔다. 대부분의 이력서를 온라인으로 받지만 나는 직접 찾아갔다. 이렇게 하고 기다렸지만 소식은 역시 함흥차사였다.

그러던 중 노인취업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주유소에서 기름 주입을 하는 일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추운 날 밖에서 오래 서 있으면 건성피부라서 그런지 살갗이 붉게 변하고 피가 응집되면서 아프기 시작해 못한다고 했다. 그 후 관공서에서 직업을 알선해 주는 연락은 없었다.

때문에 내가 거주하는 시 안에 있는 도서관, 평생학습관, 구청, 시청 구직 부서에 직접 이력서를 올리고 고용노동부를 찾아가 직업 알선도 부탁했다. 어느 날 작가를 교육시키는 보조강사를 뽑는다는 공고를 발견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연장된 모집 기간에 이력서를 냈다.

기대하지도 않고 다른 직업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던 중 그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가 연기되자 면접도 자연히 연기됐다. 이게 다 정년 퇴임 후 한 달 간 새 일자리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겪은 일들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모든 것이 멈춘 지금은 하루하루 기다리면서 이 친구 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답답한 대화의 창구를 만들고 있다.

정년 후 재취업이 하고 싶다면
 
정년 퇴임 후 새 일자리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년 퇴임 후 새 일자리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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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년퇴직을 앞둔 이들에게 퇴임 후 새 직장을 갖고자 하는 의사가 있다면 세 가지를 미리 준비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첫째, 꾸준히 봉사활동 실적을 쌓아 놓아야 한다. 도서관에 근무하거나 관공서에 단기간 계약자로 근무하고자 한다면 이런 면이 플러스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둘째, 여러 자격증을 많이 취득해 놓아야 한다. 사회복지사 3급, 평생교육사 3급, 청소년지도사 3급, 한국어 지도 교사 자격증 3급 등이 취업 과정에서 많이 쓰이는 것 같았다.

셋째, 무엇보다도 건강해야 한다. 퇴임해서도 잔글씨를 읽을 수 있어야 하고 활동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최근에 경비원 취업이 퇴임 후 대상자들에게는 그나마 구하기 쉬운 것이었으나 이제는 경비원조차도 군인과 경찰에서 퇴임하고 들어오는 까닭에 쉽지는 않다고 한다.

나이 60대에 이르면 기력이 약해지는 것은 옛말이다. 오히려 젊은이 못지 않게 활동에 장애를 받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의료혜택과 음식이 좋아져 건강유지는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도서관에 가 보면 학생만의 전용 공간이라는 말도 고어(古語)에 지나지 않는다. 중년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구분하기 어렵다. 자격증 공부를 하는 중년들도 있다. 앞으로의 세대는 자기 커리어를 만들어가지 않으면 제2의 직장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임을 사방팔방을 뛰면서 나는 배웠다.

태그:#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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