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아이돌인 H.O.T.의 강타, 문희준, 장우혁, 젝스키스의 은지원, 강성훈, 이재진, S.E.S의 바다와 유진, 핑클의 이효리와 옥주현은 모두 솔로로 활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그룹 활동이 끝난 후에 솔로 앨범을 발표했을 뿐 그룹 활동 당시에는 솔로 앨범을 내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그룹에 속한 멤버가 탈퇴 없이 솔로 앨범을 발표해 활동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신화 정도만 유일한 예외).

하지만 2000년대 후반에 접어 들면서 아이돌 멤버들의 솔로 활동은 자연스런 현상이 됐다. 유닛 활동이 가장 활발한 슈퍼주니어의 경우를 보면 슈퍼주니어-K.R.Y, 슈퍼주니어-T,슈퍼주니어-M, 슈퍼주니어-Happy, 슈퍼주니어 D&E 같은 다양한 유닛 외에도 려욱, 예성 등이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특히 슈퍼주니어의 막내이자 메인보컬 규현은 솔로 데뷔곡 '광화문에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슈퍼주니어 이전 SM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던 아이돌그룹 동방신기 역시 솔로 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특히 2009년 동방신기에서 탈퇴해 이듬해 JYJ를 결성한 김재중, 김준수, 박유천은 활동에 다소 제약이 있었던 그룹 활동보다 솔로로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동방신기라는 팀 이름을 지켜 온 2인 중 막내 최강창민은 6일 데뷔 후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뛰어난 성량과 탁월한 음역대 자랑하는 동방신기의 막내
 
 최강창민은 5인 동방신기 시절부터 팀에서 고음을 도맡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강창민은 5인 동방신기 시절부터 팀에서 고음을 도맡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 SM엔터테인먼트

 
팀 리더 유노윤호가 엄청난 열정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노력형'이라면 최강창민은 재능을 타고난 '천재형'이었다. 실제로 최강창민은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보아를 보기 위해 편한 마음으로 참가한 제6회 SM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에서 노래짱과 대상을 차지했고 3일 만에 정식 계약을 따냈다. 최강창민은 최고의 아이돌 기획사 SM에 들어가기 위해 수 년 동안 오디션을 보는 가수 지망생들이 질투하기 딱 좋은 스팩을 가졌다.

당시 연습생들의 군기반장이었던 유노윤호는 큰 노력 없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던 최강창민을 따로 불러내 "얼마 못 버틸 거면 일찌감치 그만두라"며 경계심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최강창민은 다른 연습생들을 따라잡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했고 결국 유노윤호와 함께 H.O.T와 신화를 잇는 SM의 간판 보이그룹 동방신기의 멤버가 됐다. 엄청난 성량과 넓은 음역대를 가진 최강창민은 동방신기 노래의 고음부분을 전담했다.

아이돌 그룹이라면 노래만큼 퍼포먼스도 중요한데 사실 최강창민은 타고난 보컬에 비해 춤은 상대적으로 돋보이지 못했다. 특히 데뷔 초 무대를 보면 SM에 들어오기 전부터 광주에서 알아주는 춤꾼이었던 유노윤호와 크게 비교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강창민은 꾸준한 노력을 통해 댄스실력이 일취월장했고 동방신기가 2인체제로 재편된 후에는 유노윤호와 함께 파워풀한 군무를 무리 없이 소화할 정도로 훌륭한 춤꾼이 됐다.

최고의 아이돌 동방신기의 멤버로 활동했지만 최강창민은 워낙 걸출한 형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물론  동방신기 안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실제로 영웅재중과 시아준수는 메인보컬 자리를 두고 경쟁하며 노래의 가장 많은 분량을 책임졌고 믹키유천은 매력적인 목소리와 부드러운 미소로 여성팬들을 사로 잡았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팬들의 시선을 강탈하던 리더 유노윤호는 말할 것도 없었다.

물론 최강창민 역시 185cm의 훤칠한 키에 팬들 사이에서 '남신'으로 불릴 정도로 수려한 외모를 갖춘 데다가 뛰어난 보컬과 댄스를 겸비하고 있었다. 한 팀을 이끌어 갈 에이스로 손색이 없는 능력을 갖춘 멤버라는 뜻이다. 하지만 최강창민은 형들과 경쟁해 팀워크를 망치기 보다는 동방신기가 최고의 무대를 선보일 수 있도록 형들을 서포트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는 동방신기가 2인 체제로 재편된 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은 부분이다.

직접 가사 쓴 타이틀곡 <초콜릿> 포함 6곡 수록된 미니앨범
 
 최강창민은 17년 만에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한 만큼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듬뿍 담아냈다.

최강창민은 17년 만에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한 만큼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듬뿍 담아냈다. ⓒ SM 엔터테인먼트

 
동방신기는 뮤지컬에서 두각을 나타낸 시아준수를 제외한 전 멤버가 드라마 연기에 도전했는데 이는 최강창민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0년 <아테나: 전쟁의 여신>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최강창민은 2011년 <파라다이스 목장>에서 까칠한 리조트 본부장 한동주를 연기했다. 2013년에는 일본영화 <황금을 안고 튀어라>를 통해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신인상을 받았고 2015년 <밤을 걷는 선비>에서는 정조를 모델로 한 조선의 세손 이윤 역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최강창민에게 어울리는 영역은 연기가 아닌 음악이었다. 최강창민은 본인이 출연했던 드라마는 물론이고 <전우치>와 유노윤호가 출연한 <야경꾼 일지>의 OST에 참여했다. 동방신기의 앨범에서도 종종 작사가로 이름을 올리던 최강창민은 샤이니와 태민,규현 등 소속사 후배 가수의 앨범에 작사가로 참여하며 활동영역을 넓혔다. 그리고 6일 최강창민은 드디어 햇수로 데뷔 17년 만에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6곡의 노래가 알차게 실려 있는 첫 미니앨범 '초콜릿'에서 최강창민은 동방신기 활동에서는 미처 보여주지 못한 다양한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최강창민이 직접 가사를 쓴 타이틀곡 <초콜릿>은 동방신기의 <주문> 등 SM의 많은 히트곡을 만든 유영진이 편곡에 참여했다. <초콜릿>은 동방신기 시절엔 거의 들을 수 없었던 중저음의 보이스부터 특유의 찢어질 듯한 고음파트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는 최강창민의 변화무쌍한 보컬을 즐길 수 있는 팝/댄스곡이다.

EXO의 <으르렁>의 가사를 쓴 서지음 작사가가 참여한 < Lie >는 IOI에서 솔로 가수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여성 아티스트 청하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이 밖에 레트로한 밴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 High Heels >, 이성 간에 생기는 감정을 '몹쓸 악상'으로 표현한 재미 있는 가사의 < Piano >, 최강창민이 제안하는 희망가 < No Tomorrow > 등 최강창민의 색깔이 진하게 담긴 수록곡들이 앨범을 채우고 있어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최강창민은 지난 2018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1억 기부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 멤버에 가입됐고 작년 연말에도 저소득 한부모 가정의 보육비와 학습비 지원을 위해 5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선행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고의 아이돌 동방신기의 멤버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최강창민은 데뷔 17년 만에 오롯이 자신의 색깔로 채워 넣은 솔로앨범 '초콜릿'을 선보였다. 동방신기와 최강창민의 팬들에게 이보다 더 소중한 선물은 없을 것이다.
최강창민 동방신기 초콜릿 솔로앨범 청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