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일요 예능 '끼리끼리'

MBC 새 일요 예능 '끼리끼리' ⓒ MBC

 
<무한도전>의 성공 이후 한때 국내 방송가에서는 일정한 멤버들이 팀을 결성하여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구성의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가 큰 인기를 끌었다. < 1박2일 > <남자의 자격> <여걸식스> <무한걸스> 등은 '팀 버라이어티'의 전성기를 주도한 흥행작들이다.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아기자기한 케미, 다양한 목표를 정하여 도전하며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상황전개, 고정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수많은 장르를 넘나들 수 있는 유연성은 팀 버라이어티의 가장 큰 매력이다.

MBC 주말 예능 <끼리끼리>는 '성향 존중 버라이어티'라는 색다른 콘셉트를 내걸고 등장했다. 멤버 구성을 보면 <무한도전> 출신의 박명수, < 1박2일 > 출신의 은지원 등 이미 팀 버라이어티 장르에서 잔뼈가 굵은 예능 베테랑들은 물론이고, 장성규, 황광희, 하승진, 인교진, 성규, 이용진 등 최근 예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대세 멤버들이 대거 가세하며 눈길을 끌었다.

최근의 신규 예능 론칭 방식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파일럿을 통한 실험도 거치지 않고 바로 정규 편성을 확정지은 것은,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을 기대하게 만든 대목이다.

하지만 <끼리끼리>는 방영 3개월이 되어가도록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지상파 3사 예능 중에서 시청률이 최하위에 그칠만큼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예능 강자들이 모인 방송답게 재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일 방송된 '흥부와 놀부'편을 비롯하여 각 에피소드마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웃음포인트가 몇 번씩은 등장한다. 문제는 이러한 재미가 멤버들의 개인기나 순간적인 재치에 의존하여 파편화된 웃음일뿐,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웃기는 장면만 모아놓으면 재미있는데, 정작 채널을 고정하고 꾸준히 지켜보기에는 지루하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성향 존중이라는 모호한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정작 기존의 팀 버라이어티의 구성과 뚜렷한 차별화 요소가 부족하다는게 약점이다. 애초에 팀 버라이어티라는 장르 자체가 저마다 다른 성향과 개성을 지닌 멤버들을 하나의 팀으로 모아놨을 때 벌어지는 해프닝과 의도된 불협화음이 서사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기존 팀 버라이어티가 보통 6인 체제를 기본으로 했던 것에 비하여 <끼리끼리> 10명의 출연진은 너무 많아 보인다.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적절히 멤버간의 중심을 잡아줄 리더도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구성이 너무 산만해진다. 박명수나 은지원, 황광희같은 멤버들의 경우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친숙한 인물이라는 게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무한도전>이나 < 1박2일 >같은 전작 예능에서 보여준 이야기의 재탕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대진운도 좋지 않았다. 주말예능은 각 방송사의 대표작이 격돌하는 정글이다. <끼리끼리>와 방송시간대가 비슷하거나 시청층이 겹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모두 만만치않다. <런닝맨>, < 1박2일 >같이 이미 <끼리끼리>보다 먼저 자리를 잡은 장수 팀 버라이어티들이 여전히 건재하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같이 최근의 대세인 관찰예능 장르도 있다.

<런닝맨>과 < 1박2일 >은 각각 '게임'과 '여행'이라는 특화된 소재를 갖추고 있는데다, <당나귀 귀>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직업군의 세계와 인간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차별요소가 있었다. 비록 방영기간이 오래되면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래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후발주자로서 <끼리끼리>가 고정 시청층이 확고한 프로그램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시선몰이가 중요했다. 그런데 <끼리끼리>는 이미 기존 팀 버라이어티에서 한 번쯤 본듯한 구성과 멤버를 모아놓은 아류같다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개인기가 좋고 경험이 있는 멤버들을 모은다고 해서 반드시 강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실은 예능에서도 그대로 적응된다. 팀 버라이어티의 전성기가 저물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뒤늦게 찾아온 <끼리끼리>의 부진이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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