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Mnet 예능 프로그램 <곡FARM!>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Mnet 예능 프로그램 <곡FARM!> ⓒ CJ ENM

 
지난해 <아이슬란드 간 세끼>, <라끼남> 등으로 시작된 10분 안팎 '숏폼(Short Form)' 예능 분야에 이번엔 음악 채널 Mnet(엠넷)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3월 30일 단 15분짜리 방송으로 TV, 유튜브(M2 채널), 네이버 TV 등을 통해 방영된 <곡FARM!>이 그 주인공이다.

<곡FARM!>은 싱어송라이터 자이언티가 그동안 쓰던 활동명을 버리고 자연인 김해솔의 이름으로 '음원 판매 1위 프로듀서'에 도전한다는 야심찬 꿈(?)을 다룬 '페이크 다큐'다.

​아직 이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은 tvN 나영석 PD 사단이 만들었던 일련의 숏폼 예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하다. 허술한 약점도 눈에 띠지만 <곡FARM!>은 나름 관심 가져볼 만한 요소를 담으며 기존 음악 웹예능과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 Mnet이 잘 해왔던 페이크 다큐 분야​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Mnet 예능 프로그램 <곡FARM!>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Mnet 예능 프로그램 <곡FARM!> ⓒ CJ ENM

 
매주 15분짜리 소박한 구성의 <곡FARM!>은 <음악의 신> 시즌2(2016년)이후 명맥이 끊어진 페이크 음악 다큐를 다시 되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음악의 신> 시즌 1, 2를 비롯해서 < UV신드롬 >(2011년), <방송의 적>(2013년) 등 과거 Mnet은 음악인을 주인공을 내세운 페이크 다큐 예능을 주도적으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이상민, UV 등이 지닌 고유의 B급 정서를 결합시킨다던지 이적의 기존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허술하고 과장된 화법을 녹이는 방법으로 이들 프로는 당시 케이블 예능과의 차별화를 이루면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모두 박준수 PD의 작품이었던 이들 페이크 다큐는 박PD의 퇴사와 더불어 과거의 영광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작자 1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컸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일회성 시도에 머문 격이 되었다. 

투박함 + 허술함 자주 노출하는 약점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Mnet 예능 프로그램 <곡FARM!>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Mnet 예능 프로그램 <곡FARM!> ⓒ CJ ENM

 
TV 방영이 병행되긴 하지만 <곡FARM!>의 기본 방향은 웹 예능이다. Mnet이 운영하는 유튜브 전용 채널 M2를 통해 동시 공개된 첫 회에선 자이언티가 갑자기 예명을 버리고 본명 김해솔로 전업 프로듀서로 변신하게 된 계기를 소개한다.  

​뜬금없이 이들 팀에 강제 합류한 래퍼 슬리피와 함께 신곡 판매에 뛰어든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다루면서 야심찬 첫발을 내밀었다. 9년 만에 찾아온 자이언티를 문전박대하는 발연기를 선보인 VMC레이블의 수장 딥플로우, 실제와 설정의 경계를 알 수 없는 슬리피의 능청스러움이 첫 회의 웃음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세련된 TV 예능 혹은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인기 웹예능에 눈이 맞춰진 시청자 입장에선 <곡FARM!>은 아직 당황스런 구석이 많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1대의 카메라만으로 여러 출연자를 동시에 담아내는 투박한 질감의 화면이 자주 등장하는데다 그 흔한 BGM 없이 진행되는 구성은 산만해 보인다. B급 정서로 가득한 요즘 웹 예능에 비해 순하고 정제된 표현은 TV, 모바일 시청자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기엔 벅찬 느낌이다.

엇비슷한 구성의 음악 웹예능 대비 차별화 ​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Mnet 예능 프로그램 <곡FARM!>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Mnet 예능 프로그램 <곡FARM!> ⓒ 침착맨

 
비록 아쉬움이 남는 첫회였지만 <곡FARM!>의 등장 및 시도 만큼은 제법 인상적이었다. 각종 웹 예능이 범람하는 유튜브 및 모바일 OTT 환경에서 시청할 수 있는 상당수 음악 예능과는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색깔 만큼은 확실히 마련했다.  

전문 프로덕션이나 연예매체-스포츠매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혹은 웨이브나 이통사 OTT 등 여러 플랫폼에서 최근 웹 기반 모바일 예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아이돌 그룹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거나 단순히 이야기 나누고 음악 들어보는 정도의 토크 프로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각 채널에서 만드는 음악 예능 사이 변별력은 없고 결국 저조한 조회수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자연히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도 쉽지 않은 편이다. 이를 감안하면 <곡FARM!>의 내용 선택은 오히려 현명해보인다. 

​여기에 덧붙여 <곡FARM!>은 프로그램 구성 뿐만 아니라 홍보에서도 차별화를 도모한다.  출연진 전원이 만화가 이말년이 운영하는 개인 유튜브 채널 '침착맨' 라이브에 등장하는 식으로 매체의 경계를 넘는 시도도 병행한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듯이 Mnet의 색다른 시도는 당장 큰 수확을 거두기 쉽진 않겠지만 기존 서바이벌+오디션 위주 Mnet표 예능의 정체된 분위기에 변화의 기운을 불어넣는다는 측면에선 <곡FARM!>의 등장은 환영할만 하다. 부디 일회성 시도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도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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