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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계숙씨
 정계숙씨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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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조예가 깊고 꽃을 잘 키워 아파트 베란다를 정원으로 꾸며놓았다는 '티파니'의 소문을 듣게 됐다. 식물 전문가도 인정했다는 '티파니'를 찾아 아침부터 그녀의 집을 습격했다. 티파니의 베란다 정원은 26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에 숨어있어서 엘리베이터 없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티파니의 집은 베란다부터 거실, 부엌, 안방까지 비밀의 화원이 따로 없었다.

블로그 '티파니에서 아침을(https://blog.naver.com/vsvsg7028)'을 운영하며 나만의 쉬필라움으로 소소한 일상을 즐긴다는 '티파니', 정계숙(55세)씨가 취재진을 반긴다.
 
 정계숙 씨.
 정계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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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숙씨는 4남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여장부 어머니와 남자형제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정계숙씨는 10살 때 친구 집 장독대 뒤에 핀 다알리아를 보고 '꽃'에게서 막연한 다정함과 사랑을 느꼈다.

이후 성인이 되어 독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식물을 키우게 되었다. 식물원에 근무한 것도 아니고 꽃집을 운영하는 것도 아닌, 순수하게 식물을 좋아해서 내 인생의 동반자, 반려식물을 곁에 두게 된 것이다.
 
 정계숙씨
 정계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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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계숙씨는 첫 월급으로 태광에로이카 5단 전축을 구입했고 두 번째 받은 월급으로 철학전집, 세계명작, 명곡이 담긴 LP판을 샀다. 황청원 시인에 매료되고 중세철학에 빠지기도 했던 정계숙씨는 27살, 공무원을 그만두고 결혼을 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꽃과의 동거가 시작된다. 당시 그녀는 결혼이 인생의 파라다이스라고 꿈꿨다 했지만 식물을 통해 결혼을 파라다이스로 완성한 게 아닌가 싶다.

정계숙씨의 집은 사계절 내내 꽃이 피고 언제나 집 안은 초록이었다. 장을 볼 때도 채소며 생선, 반찬 사는 건 인색해도 화초를 보고선 지갑을 활짝 열어 결국 장바구니에 꽃을 가득 담아 집으로 향하곤 했다. 아들 둘을 키우면서도 식물과의 교감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이들조차 자라면서 화분을 깨거나 꽃을 꺾는 일이 없었다. 엄마 덕분에 아이들은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정서적 부유함을 만끽하며 성장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정계숙씨
 티파니에서 아침을 정계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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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숙씨는 "꽃을 키우는 건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아요.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갖고 눈을 맞춰야 하죠. 사랑하지 않으면 꽃이 자랄 수 없어요"라고 했다. 꽃을 키우는 걸 두려워하는 초보자에게는 "식물이 죽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돼요. 어떤 식물은 죽기도 하고, 또 잘 자라 꽃을 피우기도 하는거죠. 나도 처음엔 실수투성이였어요.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으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각각의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터득할 수 있었죠"라고 조언했다.

오롯이 나만의 취미와 즐거움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진 것은 그녀가 블로그를 하면서부터다. 처음 블로그를 접한 것은 10여년간 근무했던 하미앙와인밸리에서다. 사진을 배우지도 않았고 글쓰기에 능하지도 않았다. 웹디자인, 폰트 등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열정이 넘쳤던 그녀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블로그를 처음 도전한다고 했을 때 주위사람들은 "블로그를 아무나 하나" "얼마 못하고 말겠지"라며 아줌마의 도전을 무시했다. 하지만 그녀가 누구인가. 카메라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수없이 찍어대던 촬영 경험은 그녀를 금손으로 만들어주었고 시와 음악과 철학으로 채웠던 옛 감성은 탄탄한 글로 세상 밖에 나왔다. 그 모든 기록들은 언젠가 책으로 엮어지리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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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블로그 '티파니에서 아침을' 5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녀에게 블로그는 '나만의 놀이공간'이다. 화초를 키우고 꽃을 피우고 좋아하는 시를 읽으며 베란다정원을 꾸미는 일상을 담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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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어느 날부턴가 식물에서 위안을 얻고 감동을 받고 힐링이 되었다는 이웃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원하지만 도전하지 못하는 삶, 동경하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일상, 갖고 싶지만 망설이는 취미생활... 콘크리트 벽에 갇혀 사는 현대인이 행복하지 않은 수십가지 이유를 늘어놓을 때 티파니는 말한다. "부동산 보러 다니는 여자보다 들꽃 보러 다니는 내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하회영)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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