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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의 일흔 여덟 번째 생일이 바로 코앞에 있다. 여느 때 같으면 유명한 맛집이라도 가서 생일 떡 케이크에 촛불도 켜고 왁자지껄하게 자식들, 손자들 축하소리를 받겠지만 올해는 당신 스스로 코로나를 핑계 삼고 집에서 간단히 밥 한술 뜨자 하셨다.

봄이 오면, 따스한 햇살친구를 대동하여 할머니들이 동네어귀에 좌판을 벌인다. 아파트 옆 작은 텃밭에서 자란 어린쑥, 냉이, 달래, 봄똥배추, 시금치, 대파, 쪽파 등을 펼쳐 놓는다. 매일 열리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물건 맛도 좋지만 당신들이 직접 일군 농산물로 동네를 풍요롭게 장식하는 그들의 부지런함과 매매의 '밀당' 기술이 참 좋다.

그런데, 올해는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오로지 마스크를 상비하고 집 안에만 머물면서, 하루종일 종편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와 드라마에 쏠렸다. 노인에게 좋다는 각종건강식품광고를 보고 애꿏은 며느리에게 슬쩍 눈길도 주셨다. 가끔 코로나 확진자 뉴스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참 대단허다. 잘 산다는 미국도 쑥대밭 됐단다"라고 하셨다.

요즘 뉴스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용어 중에 일등은 "지자체별 코로나 재난 지원금"인 것 같다. 나 같은 자영업자 중에서도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층, 저소득층, 중위소득층, 실직자층 등 대상도 다양하다. 지원금 종류로 현금, 선불카드와 다양한 상품권지급등이 제시되었다.

갑자기 '복지사회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의 상식으로는 한 나라의 국민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는 사회정책이 실현되는 사회이다. 이 정책 속에 소위 4대 사회 보험이나, 최저생계비를 국가가 책임지는 공적 부조가 포함된다고 배웠다. 재난지원금 역시 복지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응당 받아야 할 부분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 같은 소시민들은 이 재난지원금을 놓고도 별의별 말들을 했다. "어떤 시도는 일인당 얼마래. 우리 전북은 어떻게 한데?" "지난번 발표 보니까 전북에서는 전주가 처음으로 실직자 5만명에게 50여만원씩 준다고 했데요." "그게 많은 거야, 적은 거야?" "아마, 많은 금액이 아닐 걸요. 다른 곳은 더 많이 준다는데요." 말이 끝이 없었다.

공짜를 싫다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러나 세상은 공짜로 보일 순 있지만 결코 공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누구나 알고 있다. 재화로 보자면 가까이에 우리들의 세금부터 멀리부터 달려온 유구한 역사와 문화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물리적, 정신적 에너지를 퍼 부어놓아서 만든 세상인가. 물론 위대한 자연이 베푼 배려와 양보, 그리고 희생이 밑바탕에 있지만.

그래서 생각해봤다. 어떻게 하면 누구에게나 복지라는 말이 가슴에 '탁'하고 와 닿을 수 있을까. 어떤 정책이어야 '나도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이야"라고 떳떳이 말할 수 있을까. 학교에 다니는 저 소득층 가정의 자녀가 당당하게 친구에게 말하길 "나도 받고 너도 받는 거야"라는 복지금의 형태가 가능할까.

내 기억에 2008년 총선의 주요 이슈 중의 하나가 "무상급식"이었다. 지역에서도 이 이슈로 많은 사람들이 설왕설래 했다. 가능할까? 당연히 가능하지! 그러더니 당시 주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정책과제로 제시했고 지금은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곳이 많아졌다. 코로나 재난지원금 정책을 보면서 너무 뜬금없지만 이런 상념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지금 시점에서 재난지원금은 마땅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복지를 갈구하는 모든 국민을 만족시켜줄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나 자신의 행복한 시간을 보장받는 복지금. 그것은 바로, 둥~둥~둥 "생일복지금"이다.

생일을 맞이하는 전 국민에게 복지금을 주는 것이다. 어리든 늙었든, 취업인이든, 실직인이든, 중위소득 이상이든, 이하이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생일이 온다. 이 날 받는 복지금. 얼마나 평등하고 행복한가. 그리고 1일의 휴가를 받는 것이다. 예수탄생일도 쉬고 부처탄신일도 쉬는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생일에는 왜 공적으로 쉬지 못하는가. 2020 달력에 써있는 빨강색 공휴일 68일 중에 국민 각자의 생일 하루 더 들어간다고 나라가 망하겠는가.

"생일", 태어난 날에 삶의 존재를 느끼고 가까이는 가족에게 멀리는 국가에게서 축하를 받는 국민이 하늘 아래 또 있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이다. 내가 행복하면 가족이, 사회가, 국가가 행복한 것이다. 무엇 때문에 우리는 살고자 하는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혼자만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숨을 쉬는 모두가 함께 행복 하고 싶어서이다.

엄마의 생일을 앞에 두고, 코로나19으로 인한 지자체별 재난지원금 현황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 좋은나라" 외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뭔지 잘 몰라서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봤다. 다르게 바라보면 무슨 뾰쪽한 멋진 수가 있을거야, 분명 모두가 행복해지는 비결이 밝혀질 거야 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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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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