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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응원합니다. 당신과 연대하겠습니다.
 당신을 응원합니다. 당신과 연대하겠습니다.
ⓒ PIXABAY
 
오늘 당신의 인터뷰를 기사로 봤습니다. ([인터뷰] "저는 '박사방' 중학생 피해자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참담하더군요. 저는 사실 이번 N번방 사건 관련된 기사를 꼼꼼하게 읽지 못했어요. 읽고 나면 가해자들에게 너무 화가 나고, 피해자들이 마음 아프고, 이런 세상이 싫어져서 그 날은 하루 종일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렵거든요. 저 참 비겁하죠? 내가 기사를 피한다고 해서 가해자가 처벌 받고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더 열심히 사건의 진실을 알아 제가 할 수 있는 뭔가를 해야 하는 건데 말이에요. 비겁한 저지만 당신이 한 피해자 인터뷰까지 안 볼 수는 없더군요. 당신이 하는 말 하나 하나 꼼꼼하게 몇 번을 봤습니다.

인터뷰를 하기까지 얼마나 망설였을까요? 얼마나 도망가고 싶었을까요? 인터뷰를 하겠다고 결정한 뒤에도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요? 그런데도 가해자들의 처벌과 다른 수많은 피해자들을 위해 용기 내 준 당신께 정말 고맙습니다. 인터뷰 내내 담담하고 씩씩한 모습에 안심이 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 걱정도 됩니다. 당신에게는 이 사건이 끝나지 않았고 아직 진행 중이지 않습니까. 여전히 자기 전에 당시가 떠오르고, 그 영상이 퍼져 있을까봐 겁이 난다고요.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사람도 못 만난다고요. 여전히 악몽 속에 살고 있는 당신이 걱정됩니다.

제일 걱정인 것은 2차 가해를 하는 댓글이나 발언들입니다. 이미 봤을지 모르겠어요. 당신을 탓하는 말들. 굳이 제가 그 말들을 반복 하고 싶지는 않네요. 혹시 보지 않았더라도 어떤 말들일지 짐작할 거예요. 신경 쓰지 말아요.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은 가해자일 뿐입니다. 당신에게 몹쓸 짓을 한 그들과 똑같은 가해자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하는 말에 당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내가 왜 그랬을까'라며 자책하지 말아요. 새로운 가해자들로 인해 더 힘들어하지 말아요. 이미 충분히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잖아요. 용기 내서 인터뷰를 했는데 이로 인해 당신이 더 힘들까봐. 혹시 나쁜 생각을 하게 될까봐 걱정됩니다.

저는 연예인 설리, 구하라씨의 죽음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들이 왜 죽었는지 저는 잘 모르지만, 미안했습니다. 저는 그들을 좋아했는데, 항상 마음으로 응원했었는데 표현한 적이 없었어요. 마음으로만 '힘내야 할 텐데.', '나쁜 일이 없어야 할 텐데.'라고 생각할 뿐이었어요. 그런데 나쁜 일이 일어나 버렸고, 혹시 제가 겉으로 많이 표현했더라면,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그들이 느꼈더라면 그런 일은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이 들었었어요. 그 죄책감이 항상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용기 내어 인터뷰해 준 당신에게 고맙습니다. 당신 덕분에 이번 사건의 심각성이 더 많이 알려졌을 겁니다. 씩씩하게 잘 버티고 있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씩씩하게 살아가 주세요.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돕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미안합니다. 피해 당시 중학생이었다는 당신, 얼마나 무서웠습니까? 중학생밖에 안 된 당신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피해를 당하는 이상한 사회를 만들고 방치해서 미안합니다. 이상한 사회를 만들고,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나오고 가해자들이 돈을 버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제가 미안합니다. 용기를 낸 당신이 또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는데 이것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제가 미안합니다. 당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제발 스스로를 탓하지 마세요. 피해자들은 대부분 미성년자와 20대 초반이라고 들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취약한 대상을 물색한 가해자가 잘못한 것이지 당신은 잘못이 없습니다. 백번도 더 말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단 하나의 잘못도 없습니다.

제 말을 믿으세요. 그리고 당신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추스를 지만 생각하세요. 피해 이전의 소소한 일상을 어떻게 회복할 지만 고민하세요. 당신이 일상으로 편안하게 돌아간다면 우리 사회도 정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란 거겠죠. 당신이 계속해서 고통 속에 살아간다면 우리 사회는 비정상이라는 것일 겁니다. 당신의 회복이 우리 사회 정상성의 지표가 될 겁니다. 그러니까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회복하고 열심히 행복해지세요. 부디 부탁합니다.

당신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 편지를 썼습니다. 조금이라도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편지를 쓰지 않더라도 저와 같이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꼭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상한 말에는 귀를 닫고 당신을 응원하는 말들만 들으세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겨우 편지 쓰는 것밖에 없어서 미안합니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잘못된 일을 바로 잡기 위해 용기를 내어 인터뷰한 당신, 대견합니다. 훌륭합니다. 당신을 응원합니다. 당신과 연대하겠습니다. 끝까지 버텨서 가해자들 모두가 처벌 받는 것을 같이 지켜봅시다. 이 부족하고 엉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었다면 그것도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박사방,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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