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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12일 오후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 콜센터 앞 선별진료소에서 입주민이 감염 검사를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12일 오후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 콜센터 앞 선별진료소에서 입주민이 감염 검사를 받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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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코로나19 검사를 가장 열심히 한 나라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공격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많이 했고 그 덕분에 확진자를 빠르게 많이 찾아냈다. 최대한 검사를 많이 해서 구석에 숨어 있는 감염자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는 것은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최선의 대책이었다.

많은 검사 수, 많은 확진자, 낮은 치사율은 서로 연관된다. 우리는 이 부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검사량이 코로나19의 훌륭한 대처를 보증해주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이를 근거로 다른 나라의 대처를 깎아내리거나 조롱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괜한 검사 남발로 100개국 이상의 입국금지를 자초하여 손실을 보았다는 비난을 듣게 될지, 아니면 많은 검사 덕에 우리만 대유행의 위기를 벗어났다는 축포를 터트리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지금부터 하기 나름일 수도 있다.

검사 많이 해서 좋은 점

검사를 많이 하면 방역상 이점이 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감염자를 찾아내서 차단하면 그만큼 감염의 전파를 막을 수 있으니까. 막지 못한다 해도 유행을 늦출 수 있다.

또 감염경로를 파악한다는 목적도 있다. 경로를 모두 파악하고 통제하고 있다면 단순한 감염자 숫자는 아무리 많아도 크게 걱정할 게 없다. 특정 종교 혹은 콜센터 같은 특수한 환경에서 감염자가 폭증하는지 등을 새롭게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연관된 사람들에게 자가 격리 등 사후 조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사 수를 늘리면 늘린 만큼 실제로 방역상 이득으로 치환되는지는 불분명하다. 한정된 자원으로 증상없는 감염자를 찾아낸다? 이게 과연 사회에 이득이 될 것인가.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기 전에는 당연히 이득이다. 공격적인 검사 및 역학조사가 빛을 발했다. 하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늘어나면 검사에서 얻는 이득은 차차 줄어든다. 만약 대유행이나 계절유행이 시작된다면 차단이나 봉쇄를 위한 검사는 더 이상 유효한 전략이 아니다. 사회 어디서나 감염될 수 있으니까.

검사 많이 해서 얻는 치료상 이점은 없다

검사 수를 늘리고 숨어 있는 감염자를 찾아내서 얻을 수 있는 치료상 이점은 없다. 증상이 없는 코로나19 환자는 감염 여부를 확인해도 치료상 이점이 없다. 대부분 특별한 처치없이도 병이 낫기 때문이다. 조기 진단의 이점조차도 없다. 설령 질병이 악화되더라도 진행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예방약도 치료제도 없다. 병이 걸려도 악화될 때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고, 악화된 이후에야 비로소 공격적인 치료에 들어가게 된다. 다행인 점은 건강한 사람들은 지켜보는 동안 대부분 저절로 완치된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많고 평소에 앓던 질병이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고위험군이다. 이들은 확진 당시부터 증상이 심각한 경우가 많고, 지켜보는 동안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치료제는 없지만 그게 환자를 포기할 이유는 아니다. 중환자 집중 치료를 제공하면 아주 많은 환자를 살려낼 수 있으니까. 이런 환자들은 확진 여부가 필요하다. 같은 폐렴이더라도 코로나19 여부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니까)

무증상의 건강한 확진자를 계속 찾아내는 것은 의료 자원의 불균형을 야기한다. 이들은 의료를 제공 받을 필요가 없는데도 격리실 등의 자원을 잡아먹는다. 그로 인해 고위험군 환자는 적절한 치료 기회를 박탈 당한다. 또한 과도하게 많은 의료인력이 '검사' 분야에 투여됨으로써 정작 위험군의 '치료' 분야에는 의료인력이 모자라게 된다. 이런 의료 자원의 불균형은 (코로나19가 아닌) 일반 중증 환자의 치료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즉, 환자의 치료 관점에서만 생각한다면 무증상 감염자들에 대한 확진 검사는 어떤 이득도 가져다주지 않으며, 오히려 의료자원의 불균형을 일으켜 사회에 손해를 끼치게 된다.

고로 우리가 현재 코로나19 사태를 어느 단계로 인식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는 지자체별로 대응이 달라야 한다는 뜻도 된다. 지역에 따라 치료에 집중해야 하는 곳이 있고, 역학조사를 바탕으로 차단에 집중해야 하는 곳도 있다. 더불어 다음과 같은 부분 또한 함께 생각해보아야 한다.

경증 환자를 많이 검사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

역학적 연관성이 '확실하지만' 증상이 경미한 환자는 격리 측면에서만 생각하면 굳이 검사가 필요하지 않다. 어차피 음성이더라도 이런 환자들은 자가격리 대상이다. 검체채취 과정, 시기, 검사법의 한계 등 다양한 위음성(본래 양성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잘못되어 음성으로 나온 경우) 가능성 때문이다.

굳이 검사를 시행할 필요없이 모두에게 자가격리를 지시해도 똑같은 상황이다. 이때 확진 판정이 하는 기능은 하나뿐이다. 경증환자들을 전부 입원하게 만드는 비효율(이들에게 검사가 필요한 시점은 오히려 격리를 해제할 때다).

역학적 연관성이 '없으면서' 증상이 경미한 환자들에 대한 검사는 효과적일까? 치료 목적에서 검사가 의미 없음은 이미 설명했는데 방역의 관점에서는? 실제로 감염된 환자를 찾아낼 수만 있다면 당연히 큰 도움이 된다. 전혀 새로운 루트의 환자 발견이니 빠른 격리 및 감염경로 파악을 연이어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사람들은 감염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 검사를 해도 어지간해선 병이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양성 판정을 받아도 그 결과를 온전히 믿을 수 없다. 가능성 낮은 군에선 위양성(본래 음성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잘못되어 양성으로 나온 경우)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위양성은 사회적으로 의료자원을 낭비하게 하며, 개인에게는 쓸데없는 불안감과 함께 격리라는 비용을 치르게 한다. 심지어 이들을 검사하는데 투입되는 의료자원의 낭비도 만만치 않다.

검사 효과, 지역사회 전파 정도에 따라 달라

무차별 검사가 유효한 경우는 지역사회 감염이 진행되어 아무나 검사해도 감염자를 제법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 들 때다. 하지만 여기엔 모순이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 그 정도로 유행하고 있다면, 경로를 파악하는 움직임 자체가 의미 없어진다.
지역사회에 잠재된 모든 감염자를 찾아내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다. 특히 지금처럼 계속해서 환자가 늘고 있는 시점이라면. 단 하나의 가능성까지 배제하려면 전수조사뿐인데 이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적인 감염자 파악의 목표는 어디까지인가?

정리하면 이렇다. 검사를 많이 하는 것은 치료상 이득이 없다. 방역상 이득은 있으나 한정된 자원에서는 그조차도 불분명하다. 아마도 코로나19의 진행 정도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것이다.

특정종교에 대한 검사가 마침내 끝났다. 나는 지금이 복잡한 사회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감염병을 차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쏟아부을 수 있는지 합의가 필요하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감염병의 원천봉쇄만이 답이라면 애초에 중국 입국 금지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공항과 항만을 폐쇄했어야 했다는 주장도 성립될 수 있다.

감염병 정국이 계속되면 경제적 손해는 피할 수 없으며, 이 상태로 장기전이 되면 폐업하여 목숨을 끊는 사람 수가 코로나19 사망자보다 많아질 수도 있다. 국민 모두가 마스크 없이는 일상생활조차 할 수 없는 과도한 불안감은 결코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계속해서 감염 차단에 집중할지, 아니면 감염의 발생을 통제 가능한 수준에 묶어둔 채 국민의 불안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판단에 중요한 것들은 코로나19의 특성, 치료제의 진행 현황, 국제적 감염 현황 등이 되겠다. 과연 차단과 봉쇄로 이 질병을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을지, 그에 따른 이해득실이 어떤지를 냉정하게 잘 따져야 한다. 혹시 판단의 결과가 현 시스템의 유지로 결론나더라도, 이러한 논의 과정 자체는, 상황변화 시 좀 더 유연한 대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장기전을 대비하자

코로나19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에 맞는 시스템을 서둘러 갖추어야 한다. 국민들이 과도한 공포에 시달리지 않게, 그러면서도 결코 느슨해지지 않게. 위험군 환자들이 치료에서 배제되지 않게. 오랜 싸움에 의료인들이 지치지 않게.

이 많은 과정을 그저 검사만 많이 하면 해결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 검사의 우선순위를 고민해야 한다. 고령, 기저질환 등의 고위험군, 증상이 심한 환자 및 다중 밀집 시설 종사자 등 방역이나 치료상 이득을 가지는 환자 중심으로 검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감염자를 찾는 것보다 중증환자를 잃지 않는 것에도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부족해질 검사 부분은 사회적 거리두기, 손씻기, 자가격리 등 모두의 노력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조용수 기자는 전남대 의대 교수입니다.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을 오마이뉴스에도 싣습니다.


태그:#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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