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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상을 잃었다. 어떻게든 모아오던 적금 통장을 깨는 이, 해고를 하거나 해고를 당하거나. 자영업자들은 대출을 신청한다. 이마저도 진입 장벽이 높아 어렵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데 신청 이후에도 두 달 정도가 걸린단다. 동네 빵가게 사장님네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다. 평소와 같은 2020년이라면 3월, 입학식도 하고 들뜬 마음으로 '학교'라는 곳에 적응하고 있을 테다. 아이는 아직 학교에 발을 들인 적이 없다.
 
마스크를 쓰게 된 아들 아들은 이번 코로나로 마스크를 참을성있게 쓸 수 있게 되었다
▲ 마스크를 쓰게 된 아들 아들은 이번 코로나로 마스크를 참을성있게 쓸 수 있게 되었다
ⓒ 남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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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남매도 마찬가지다. 두 녀석 모두 새로운 곳에 입학하게 되었다. 딸은 유치원에, 아들은 가정어린이집에서 민간어린이집으로 가게 된다. 입학하고 등하원을 반복하며 적응기간을 거치게 될 것이다. 3월이 오고 볕이 따뜻해졌지만 이 일은 여전히 현재가 아닌 미래에 있을 일이다. 엄마인 나는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 얼굴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코로나19는 일상을 바꿨다. 공기가 아무리 좋아도 마스크를 하고 다녀야 한다. 마스크 없이는 어느 곳에서든 눈치를 보게 된다. 사람들이 일정 이상 모이는 곳이라면 필수, 엘리베이터에서도 마스크를 해야 한다.

마스크가 귀해져서 줄을 서서 사게 될 줄은 몰랐다. 그나마 나는 다행이다. 산모일 때 잔뜩 사두고 다 사용하지 못했던 마스크가 아직 집에 남아 있었다. 아이들도 황사 마스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모셔둔 게 요즘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 몰랐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뛰노는 아이들, 삼삼오오 모여 있는 동네 엄마들, 산책을 나오는 어르신의 모습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아파트 안에 소박하게 열리는 요일장도 적막하다. 마스크를 해야 외출을 할 수 있게 된 일상처럼 하나에서 열까지 달라진 것들이 많다.

주말이면 어디든 나갈 곳이 사라졌다 

주말이면 어디든 나갔다. 집에 있는 것보다 가까운 곳이라도 가서 소소하게 요기할 거리를 사오거나 그저 별일없이 공원에 나가 걷다 들어오기도 했다. 꼭 거창하지 않더라도 서로에게 기분 전환을 주는 셈이었다.

코로나19가 시작되고 공원에 나가 걷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주말이 와도 외출을 하지 않았다. 아니, 아이들과 나는 어제도 오늘도 바깥을 본 일이 없으니 오늘이 월화수목금토일 무슨 날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집에 있으니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들, 정리되지 않은 공간들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한참 어지르길 좋아하는 물건이 한참 차고 넘칠 유아기를 보내고 있다. 살림 못하는 엄마 사람이 사는 우리집의 물건들은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누군가가 보면 딱 기절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드디어 정리된 우리집 
맥시멀리스트의 상징, 다다익선
▲ 드디어 정리된 우리집  맥시멀리스트의 상징, 다다익선
ⓒ 남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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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으로 이사 오고 1년. 집이 이렇게 된 이유를 말하자면 여러 핑계와 이유가 있겠지만, 장기화 될 조짐이 보이는 이때 계속 엉망으로 된 집에서 지내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맑은 정신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그리웠다. 남편의 휴가까지 동원하여 더 이상 찾지 않는 물건을 모아서 버리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리고 집안의 모든 물건에 질서를 세우고 체계적으로 분류했다. 그렇게 우리는 어쩌다보니 자가격리 상태가 되어 깨끗한 집을 얻었다.

아이들이 등원하고 난 뒤 커피를 마시며 어제 읽다 멈춘 책을 읽거나 글을 끄적거리는 시간이 좋았다. 사실 아이들 없을 때 혼자 먹는 '혼밥'도 너무 좋았다. 두 아이와 밥을 먹다 보면 밥을 먹다가도 멈추는 일이 다반사인데다 마음 편히 먹을 수 없어 어떤 맛이라는 걸 모르고 먹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셋이다. 어쩌다 꼭 나가야 할 때면 우리 셋은 짝꿍임을 강조하며 "입어라" "신어라" "이리 와라" "얼른 해라" 입이 마르도록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한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어쩌겠나, 우리 셋은 짝꿍이다.

두 아이는 이 시기에 서로 놀이의 합을 맞춰가며 나날이 친해진다. 서로가 좋은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음을 확인하고, 매일이 반복 될수록 적게 싸우고 즐겁게 웃는다. 엄마는 아주 오랫만에 아이들이 일어나면서 다시 잠들 때까지 시간을 함께 한다. 

통장잔고를 잃고, 살을 얻었다 
 
냉장고를 채운다 냉장고를 채우는 일에 이렇게 열심이었던 적이 있을까
▲ 냉장고를 채운다 냉장고를 채우는 일에 이렇게 열심이었던 적이 있을까
ⓒ 남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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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유치원과 어린이집 휴원으로 원비 일부를 환불 받는다. 그러나 일부일 뿐이다. 그 돈은 고스란히 식비로 나간다. 아이들은 삼시세끼를 먹고 간식도 챙겨먹는다. 그러다보니 돈을 돌려 받긴 했지만, 돈이 배는 더 든다. 점심을 먹고 오던 때가 그립다.

친정엄마 생각도 절로 난다. 나는 6살 때부터 병설유치원에 다녔다. 그게 처음 접한 기관이었다. 엄마는 내가 꼬박 다섯 살을 꽉 채울 때까지 아침, 점심, 저녁을 먹였다. 그리고 엄마가 부지런히 움직이던 우리집은 참 깨끗했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종일 와글와글 집에 있으니 친정엄마가 그 옛날 어떤 마음으로 정리에 또 정리를 했는지 조금은 알 듯하다. 계속해서 어지르기만 하는 다 커버린 딸에게 어쩌다 버럭하던 마음도 알 것 같다.

새벽배송 되어 바로 먹을 수 있는 식재료, 가열해서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은 오전 11시부터 모두 품절이다. 주부들은 밖으로 나가 장을 보는 대신 인터넷으로 이런 저런 것들을 끊임없이 쟁여두기 시작했다.

간혹 샐러드만 주문해서 끼니를 때우려던 나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집에 먹을 사람들이 상주하고 있고, 냉장고는 빠르게 텅텅 빈다. 배달 반찬을 먹고 종일 육아를 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그리고 밤이 되면 괜히 지쳐서 자꾸 치킨을 주문한다. 밤에 치킨을 먹다보니 어느덧 그야말로 '확찐자'가 되어 있다. 

먹고 또 먹으면서 냉장고를 채운다. 냉장고를 채우는 일에 이렇게 열심이었던 적이 있을까. 여름이 되면 찾아온 더위와 함께 괜찮아질까 기대해 본다만, 이탈리아와 이란 상황도 심상치 않다. 창 밖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바라본다.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집 안으로 들어와주는 햇빛을 받으며, 그저 평범한 일상이 오길 기다릴 뿐이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https://brunch.co.kr/@soulfoodish/140)에 중복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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