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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시)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배제 결정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공천 탈락한 권성동 미래통합당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시)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배제 결정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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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결국 강릉에 칼을 빼들었다. 권성동 의원을 컷오프 시킨 것이다. 권성동 의원이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어 자칫하면 강릉 지역은 3자 구도로 총선이 진행될 전망이다.

강원도 대부분의 지역의 공천이 마무리된 가운데 끝까지 공천이 이루어지지 않던 강원 강릉에 현역인 3선 권성동 의원도, 최명희 전 강릉시장도 아닌 제3의 인물이 공천되었다. 홍윤식 전 행정자치부장관이 공천된 것.

현역인 권성동 의원은 비박계로, 탄핵 국면에서 일종의 검사 역할인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아 탄핵 절차를 진행했다.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가 복당했기 때문에 입지가 불안한 상황이었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시대의 강을 건너려면 밟고 지나갈 다리가 필요하지 않나. 다리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바"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권성동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권성동 의원은 "총선을 36일 앞두고 강릉 활동이 전혀 없는 전직 장관을 데려와 5분 면접하고 공천을 결정했다"면서 이는 강릉 여론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탄핵 소추위원을 맡았단 이유로 일각에서 공천 배제를 요구했기 때문"에 자신이 컷오프된 것이라며,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해놓고 자신을 컷오프한 결정은 친박을 많이 쳤으니 비박도 쳐야 한다는 프레임으로 임한 것이라며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탄핵 5적이라 불리던 비박계 인사들이 모두 공천을 받지 못한 것이다.

탄핵 5적은 태극기 세력 및 친박 인사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다면서 비판해온 이들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지난 2월 17일 지목한 바 있다.

새누리당 시절의 당대표로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한 김무성 의원, 원내대표 시절 반기를 들었다가 쫓겨났던 유승민 의원, 탄핵소추위원을 맡은 권성동 의원, 최순실 국정농단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성태 전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당에서 제명한 홍준표 전 대표를 말한다.

김무성, 유승민, 김성태 의원은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고, 홍준표 전 대표는 험지 출마를 이유로 밀양에서 선회하여 경남 양산을로 갔으나 컷오프를 당하면서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이번에 권성동 의원마저 컷오프당하면서 탄핵 5적은 모두 당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한편 과거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해 모이던 친박 인사를 지목한 '친박 9인회' 멤버도 모두 당에서 제거된 상황이다. 서청원, 조원진, 정갑윤, 원유철, 정우택, 홍문종, 최경환, 유기준, 윤상현 의원의 9인 중 정우택 의원만이 험지 출마를 이유로 공천을 받았다.

서청원, 조원진, 홍문종 의원은 당을 떠났고, 정갑윤, 원유철, 유기준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경환 의원은 재판으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윤상현 의원은 컷오프되었다. 정우택 의원은 지역구인 충북 청주상당을 떠나 청주흥덕으로 옮기면서 공천을 받았다.

이제 탄핵 5적도 사라지고, 친박 9인회도 붕괴했다. 그럼 비박과 친박 양쪽을 다 없앴으니 올바른 정치가 이루어진 것일까.

권성동 의원은 본인이 "국회법상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탄핵소추위원을 맡도록 돼 있어 국회법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본인의 컷오프를 비판하기 위해 탄핵에 적극적이지 않았음을 어필하려고 한 말이지만, 곱씹어보면 사실 맞는 말이다. 그는 국회법에 따라 탄핵소추를 진행했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탄핵이라는 대한민국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세력에 대한 처벌과 탄핵 절차를 진행한 세력에 대한 처벌이 같은 수준이 돼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권성동 의원과 비박계가 탄핵 절차를 진행시킨 것이 국정을 농단하거나 헌정 질서를 문란하게 만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탄핵에 앞장섰던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은 공천을 받아서 지역구 활동을 하고 있다. 일부 인사는 최고위원이다. 친박과 비박을 모두 컷오프한 것은 원칙에 따른 처벌이라기 보단, 옛 일은 옛 일로 다 묻어두고 일단 총선이 급하니 말 많은 후보는 다 자르고 통합을 하자는 뜻에 더 가깝다.

그러나 탄핵은 옛 일이 아니다. 이제 3년 된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직도 구속 중이며, 서신을 보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옥중에서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 본인이 정치적 영향력을 놓을 생각이 없는데 탄핵을 모두 역사에 묻는 일은 불가능하다. 당장 옥중 서신이 몇 장 더 공개된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미래통합당의 공천은 탄핵의 강을 건넌 것이 아니라 강을 건너는 것을 포기하고 우회한 것이다. 컷오프를 당한 후보들 중 상당수가 이를 따를 생각이 없어 보인다. 후에 이들의 복당 여부를 놓고 또 탄핵에 대한 입장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우회한 탄핵의 강 아래 갈등이 꿈틀거리고 있는 셈이다.

태그:#탄핵, #권성동, #비박, #친박, #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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