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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북 군산에서 소규모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주말 동안, 아니 지난주 내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의 결론을 아직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2020년) 1월 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가 발병했을 때도 그저 '아직 우리 지역에는 확진자가 없으니까'라는 안일한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내가 살고 있는 전라북도 군산에 첫 확진자(8번 확진자)가 발생했다. 2020년 1월 31일, 이 날을 기점으로 나를 포함한 모든 군산 시민들은 불안에 빠졌다.
  
8번 확진자가 다녀간 동선이 공개되면서 불안은 점점 커졌다. 그녀가 다녀간 동선에는 음식점, 대형마트, 공중목욕탕 등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업장들은 휴업은 물론 자체 소독을 실시했다. 그럼에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서로를 불신하며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사업장뿐만 아니라 동종 업계에도 그 여파는 확실하게 퍼졌다.

휴업은 마땅한데... 마음 속이 복잡하다

전북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후 도내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가 2주일 동안 휴업을 했다. 당연히 학원도 휴원을 했다. 나는 휴원하는 동안 손소독제, 에탄올, 체온계를 구입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더 이상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음에 감사하며 나는 다시 수업을 시작했다. 학원에 등원하는 아이들에게 모두 손소독제를 사용하게 하고 체온을 쟀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이들은 손소독과 체온을 재야합니다.
▲ 학원 출입문에 비치된 물품들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이들은 손소독과 체온을 재야합니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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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8번 확진자와 접촉했던 감시대상자가 모두 격리해제 되었다. '이제 군산은 안심해도 되겠다', '이만하길 다행이야'라는 내 믿음은 며칠만에 산산히 부서졌다.

2월 18일 31번 확진자를 시작으로 전 지역에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됐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나는 뉴스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교육부는 전국의 모든 유치원, 초·중·고교의 새학기 개학일을 9일로 미루더니, 다시 23일로 2주간 연장했다. 

내 머릿속에서는 '그래, 휴업하는 게 마땅해. 당연히 그래야 해'라고 생각하지만, 내 가슴속에서는 '학교가 휴업하면 학원도 휴원해야 하나'라는 걱정이 겹쳐졌다.

개인사업자에게 업장의 문을 닫으라는 건 많은 걸 뜻한다. 학원은 수업을 못하면 교습비를 받지 못한다. 수익금이 없어도 건물주가 아닌 이상 그 달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각종 공과금도 마찬가지이다.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의 휴업은 안심하며 받아들이지만, 학원 운영자로서 학원 휴원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2월에 이어 3월까지 학원을 쉬겠다는 아이들이 점점 늘었다. 당연하지만 나는 속상하다.

온종일 마스크 쓰고, 소독하고

지난 1월 20일 8번 확진자 발생 이후 나는 학원 출근을 비롯한 최소한의 외출만 하고 있다. 하루에 수도 없이 손을 씻고 손 소독제를 사용한다. 마스크는 하루 종일 내 얼굴 위에 있다.

학원에 등원하는 아이들은 지정좌석에 앉아 공부한다. 아이들 공부가 끝나면 나는 에탄올을 분무해 소독한다. 책상, 의자, 아이들이 사용하는 각종 집기, 학원 문손잡이를 비롯해 화장실 문손잡이까지. 지난주에는 업체를 불러 학원 전체를 소독했다.
 
모든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를 바라며 내부 전체를 소독했습니다.
▲ 방역 업체를 통한 학원 내부 전체 소독 모든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를 바라며 내부 전체를 소독했습니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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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일들을 생색내려는 건 아니다. 이만큼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2009년 신종플루가 발생했을 때에도, 2015년 메르스가 발병했을 때에도 같은 노력을 했다. 수입이 끊기기 않기 위해 더 이상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로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다.

소규모 학원이라서 동시간대 한 강의실에서 수업 받는 학생이 채 열 명이 넘지 않는다. 수업 특성상 그들은 개별 부스에서 공부한다. 그 학생들 중에는 내 아이들도 포함된다. 그 누구도 코로나19에 감염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최소한 아니 전혀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학원문을 닫는 거 말고 어떤 방법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이 사태의 끝이 언제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마지막을 기다리며 한시름 놓고 휴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지금, 나는 안개 한가운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악몽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태그:#코로나 19, #소규모 학원,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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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꿈을 이루고 싶은 엄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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