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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정권의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가 아직 덜 풀린 한일관계를 한층 더 꼬이게 하고 있다. 지난 5일 일본 정부는 한국 및 중국발 입국자를 2주간 격리하는 조치를 3월 말까지 시행하고 기존에 발급한 비자의 효력도 정지시키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맞서 한국 정부는 9일 0시를 기해 일본인에 대한 비자 면제를 해제하고 일본인 입국자에 대한 건강확인 조치를 시행하며, 일본발 외국인 입국자에 대해서도 특별 조치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이외의 국가들도 한국발 입국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안 그래도 감정이 안 좋은 데다가 충분한 방역 능력까지 갖춘 일본이 사전 양해도 없이 조치를 취했으니, 한국 정부가 아베 신조 정권의 속뜻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한국과 약간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요일인 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정부가 어제 중국 및 한국에서 입경(입국)하는 여행객을 검역기관이 지정하는 장소에 2주간 필수적으로 격리시키기로 결정했는데, 중국 측은 이에 대해 논평할 게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변했다.

"현재 상황에서 각국이 자국 및 외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 및 신체 건강을 지키고 지역 및 전 지구의 공공위생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과학적·전문적이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是可以理解的)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자 한다. 동시에, 관련 조치가 합리적 한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

'벚꽃' 때문에 궁지에 몰린 아베 정권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의 모습과 그의 ‘이해할 만하다’는 발언.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의 모습과 그의 ‘이해할 만하다’는 발언.
ⓒ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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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양국과 인접한 일본이 강경한 입국제한 조치를 내놓으면, 중동·아프리카·유럽·미주 쪽에서 볼 때는 한·중의 상태가 실제보다 훨씬 더 위험해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조치는 양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쉽다.

그런데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적절한 한도를 넘지 말라'고 하면서도 '이해할 만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6일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악수도 하지 않고 냉랭하게 대응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지나치다거나 속좁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아베 신조가 이번 조치를 내놓은 배경과 방식 등을 음미해보면, 한국 정부의 대응이 '이해할 만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코로나19 때문에도 힘들지만, 지난 2019년 봄에 핀 벚꽃 때문에도 힘들어 하고 있다. 일본 총리실은 1952년부터 매년 봄마다 벚꽃 명소인 신주쿠교엔(옛 왕실 정원)에서 '벚꽃을 보는 모임'을 열고 있다. 평소 같으면 사회 유공자들을 초청해야 할 이 자리에 아베 신조가 지역구 주민들을 대거 초청하고 과도한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있다(벚꽃 스캔들). 이 의혹이 아베 정권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아베는 사회 유공자들을 초청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상은 지역구 주민들을 초청해 일종의 '회식'을 시켜줬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참석자들 중에 야쿠자나 악덕 다단계업체 대표도 있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행사 영수증을 제시하라',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아베가 무시해버리면서 파장은 한층 더 커졌다.

지난 2019년 12월 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한 이영채 게이센여학원대학 교수는 이 사건이 총리의 개인비리 차원을 넘어 훨씬 더 큰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기구 자체가 폭력 조직과 불법 조직과 연결돼 있다는 틀로 확대되어 버린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총리가 국가를 사유화하고 폭력 및 불법 조직과 유착했다는 사실에 일본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아베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자, 자민당 내 보수파들이 그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강경 조치를 주문하고 있다.

이들은 그런 차원에서 시진핑의 방일도 반대했다. 이들의 움직임 중 하나를 2월 14일자 <지지통신>에 실린 '자민 보수파, 시씨 일본 방문 반대... 신종폐렴을 우한열로 표기(自民保守派、習氏来日に反対 新型肺炎を「武漢熱」と表記)'라는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민당 보수파로 만들어진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日本の尊厳と国益を護る会)'의 대표 간사를 맡고 있는 아오야마 시게하루 참의원 의원은 14일 수상관저에서 오카다 나오키 관방 부장관과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에 반대한다는 의향을 전했다."

위 모임은 2월 23일 현재, 자민당 의원 53명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 25일 기준으로 자민당 의원이 참의원·중의원 합산 397명이므로, 당내 의원 약 8분의 1을 보유한 셈이다. 이들은 14일 이전만 해도 시진핑의 국빈 방문을 반대했다. 그러다가 14일에는 시진핑의 방문 자체를 반대한 것이다. 자민당 보수파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반중국 정서를 확산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들이 손쉽게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방법

고이즈미 내각이 출범한 2001년 이후로 자민당은 한층 더 우경화됐다. 2006년에 등장했다가 2007년에 사라진 뒤 2012년 재등장한 아베 신조 정권 하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자민당 보수파가 극우 성향을 보이는 것은 1945년 패망 이후의 전후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자국을 전범으로 취급하는 현존 질서를 종식시키고 '당당한 일본'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이를 위해 교과서 문제나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일으키고, 독도나 조어도(센카쿠 열도) 등에 대한 공세도 벌이고 있다.

자민당 보수파는 그 같은 긴장관계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극우적이고 공격적인 대외전략으로 2000년대 들어 자민당의 영향력도 늘어나고 아베 신조 내각의 장기집권도 가능했기 때문에, 그들 입장에서는 강경한 대외관계에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벚꽃 스캔들과 코로나19로 인해 자민당 내각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그들이 가장 손쉽게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길은 한국 및 중국과의 갈등 고조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매개로 한국·중국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긴장 국면을 조성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정치적 이익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은 '코로나19'나 '신종 코로나' 대신 '우한열'이란 표현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사태 초기에 한국인들이 '우한폐렴'이라고 부른 것처럼 그들은 '우한열'이란 표현을 고집하고 있다. 자국발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이미지 타격을 받은 중국에 대해 더욱 더 영향을 주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이 모임이 시진핑 방일을 반대하는 이유에서도 드러난다. 위 <지지통신> 기사는 이렇게 보도한다.

"시씨 방일과 관련해 '(신종폐렴) 종식을 일본이 인정했다는 잘못된 메시지의 표현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본문에 인용된 <지지통신> 기사.
 본문에 인용된 <지지통신> 기사.
ⓒ 지지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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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시진핑을 초청하면 '중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됐음을 일본이 인정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시진핑을 불러서는 안 된다고 위 모임이 아베 신조에게 건의했다는 것이다. 냉혹한 국제관계의 한 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자민당 보수파들의 의중이 한국인 및 중국인 입국제한 조치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일본 국민의 건강을 위한 측면도 있겠지만, 한·중과의 긴장 국면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심중을 드러내는 일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고약한 대목이 있다. 한국과 중국을 동시에 자극하는 조치를 내놓으면서도, 중국 정부에 대해서만큼은 심기를 크게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이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대신은 6일 중의원 외무위원회 회의에서 입국제한 조치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5일 현재 한국은 인구 1만 명당 확진자가 1.12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은 0.58명으로 그다음이라서 입국제한을 하게 됐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았다.

전체 확진자나 사망자 수가 아니라 인구 1만 명당이라는 기준을 사용한 것은 한국이 가장 위험하고 중국은 그다음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의 방일이 결국 연기됐고, 입국 제안 조치가 나왔지만 중국 측이 '이해할 수 있다'고 반응한 것엔 이러한 부분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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