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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주중에는 작은 신생 외식 프랜차이즈 대표로 가맹사업을 운영하며 주말에는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의 배달 기사로 투잡을 하고 있습니다.[편집자말]
이 이야기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외식 자영업자, 또 그들과 함께 경제 활동을 하는 직원, 알바, 가맹점주들의 고충을 담고 있다.

금요일 저녁부터 투잡으로 배달 알바를 한다. 회사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배달 알바 채비를 하는데 한숨이 나왔다. 이미 회사 업무로 살짝 피곤한 상태인데다 밖에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렸기 때문이다. 

저녁 6시 가게에 도착해보니 주문서를 꽂아 놓는 레일에 빼곡히 주문서가 꽂혀 있었다.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불금'이란 단어가 머쓱해졌음에도 배달은 많았다. 그 이유가 사람들이 외출을 꺼린 탓일까? 아니면 지금 이 '아포칼립스'적 사태를 무색하게 하는, '무한 경쟁시장 속의 생존'을 위해 이 브랜드가 진행한 할인 프로모션 때문일까? 알 수 없다.
 
비오는날 마스크는 정말 지옥이다.
▲ 마스크와 우비, 그것만으로 지친다. 비오는날 마스크는 정말 지옥이다.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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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외투 위에 우비를 겹쳐 입고 헬멧과 관절보호대, 더불어 상황이 상황인 만큼 N95 마스크까지 착용하니 시작도 하기 전에 진이 다 빠졌다. 흡사 요즘 방역에 나선 의료진들의 방역복에 버금가는 수준의 중무장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이 여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수년간 비 오는 여름을 충분히 겪어본 필자로서는 그때의 기억을 소환하는 것만으로 끔찍할 뿐이다. 그렇게 퇴근 때까지 마스크 안팎에 물이 흘러 내리는 등 흠뻑 젖은 채로 배달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접객 외식업소들은 직격탄을 맞았지만, 그나마 배달 업종은 불행 중 다행으로 포탄을 빗겨갔다.

다음날 토요일, 일요일은 나처럼 투잡을 하는 동료들과 같이 일하게 된다. 그나마 그들과 같이 일하며 짬짬이 신변잡설이라도 나누는 것이 이 업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비슷한 처지에서 나오는 공감 덕분에 우리의 교감은 투잡의 피곤을 해소할 정도로 꽤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 교감조차 나눌 시간이 없다. 치열한 자영업 시장은 이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조차도 힘겹게 만들었다. 본사는 시종일관 이런저런 프로모션이 진행했고, 그 프로모션에 들어가는 비용은 가맹점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여 매출이 늘어도 쉽게 직원을 고용하기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이 일 할 몫을 한 사람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거기에 코로나19라는 사태는 구인도 어렵게 만들어 가맹점은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배달업은 성공? 확진자 나온 동네 급격히 줄어

전쟁터 같은 주말을 보내고 지난 월요일, 보통 직장인들에게 월요일은 달갑지 않은 요일이지만(필자도 과거 직장인일 때는 그러했다) 언젠가부터 나에게는 월요일이 주말과 같다. 도로 위의 긴장, 소음이 사라진 조용한 사무실, 그리고 업무 시작 전 커피 한잔은 '소확행'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다.

오늘은 가맹 상담이 예약되어 있다. 무척 부담스러운 상담이다. 그 가맹 희망자의 거주지가 바로 얼마 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상담을 마스크를 끼고 해야 하나,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에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난 과감하게 마스크를 끼고 상담을 했다. 만에 하나 우리 회사는 물론 이 건물에 입주한 여러 회사에 폐를 끼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찾아온 가맹 희망자는 상당히 큰 외식 접객 외식업소 여러 개를 운영하는, 소위 말하는 재력가였다. 난 그에게 "기존 사업을 잘 하시는 것 같은데 왜 우리같이 작은 신생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를 찾아오셨냐"라고 물었다. 그는 사업가답게 이런저런 자신의 계획과 나름의 사업적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상담 내용 중 "자신의 외식 업소가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아 매출이 70%가 떨어졌다"거나 "다음 주부터 직원들 상당수를 내보내거나 무급 휴직을 주어야 한다"라는 그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가맹 상담이 끝나고 일상 업무 중 하나인 각 지역 가맹점의 매출 분석을 위해 노트북에서 '가맹점 매출 관리 프로그램'을 구동시켰다. 그리고 분석 중 특이점을 발견했다. 몇몇 가맹점들의 어느 날 갑작스러운 매출 하락, 그 해당 날짜의 시간별 매출을 보니 어느 시간 이후부터 주문이 거의 없는 상황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해당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배달 주문도 얼어 붙는다.
▲ 갑자기 급락한 주문 건수 해당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배달 주문도 얼어 붙는다.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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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문을 해결하고자 해당 가맹점주들에게 전화했다. 확인한 결과는 그 시간대에 해당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그 시간 이후에는 주문이 뚝 끊어진 것이었다. 이렇게 지역 확진자 출현에 대한 공포는 그래도 이 사태에서 빗겨나 있다는 배달업소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문 닫은 대형 뷔페... 직원과 알바 모두 쉴 수밖에
 
딸내미가 어렵게 구한 알바에 잘렸다며 슬퍼했다.
▲ 아빠 나 알바 잘렸어!! 딸내미가 어렵게 구한 알바에 잘렸다며 슬퍼했다.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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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업무를 보던 중 "카톡!" 소리와 함께 딸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생에 처음으로 어렵게 구한 알바에서 잘렸다는 메시지였다. 

남자애들에게 지옥같은 알바가 '택배 까대기'라면, 여자애들에게는 뷔페가 '지옥알바'로 불리며 또래들이 기피하는 알바였다. 우리 딸은 그 지옥알바에 채용된 것조차 감지덕지하며(요즘 자영업 시장은 구인도 힘들지만 구직도 힘들다) 그럴 듯한 기업에 취업한 것처럼 기뻐했었다. 그런데 그 알바를 겨우 세 번 나갔는데 잘린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그 대형 뷔페는 딸아이가 민망할 정도로 손님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딸이 주말 이틀 근무하기로 한 것이 하루로 줄고, 한 주를 건너뛰더니, 결국 몇 달간 휴점한다는 공지가 단톡방에 올라왔다고 한다. 대형빌딩의 한 층을 모두 사용하는 대형 뷔페였기에 그곳에 채용된 많은 알바는 물론 정규직 직원 상당수도 휴직 또는 퇴직을 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이전 사회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딸은 멋진 인테리어에 수많은 청년들이 소속되어 분주하게 일하던 그 큰 업소가 순식간에 문을 닫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특히나 몇 주 전만 해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부지런히 일했던 동료 알바들, 서툰 자신을 질책도 하지만 때로 격려도 했던 직원들이 위축된 모습으로 그곳을 떠나는 모습이 믿어지지 않은 듯 보였다.

퇴근길, 오랜 친구와 정말 간만에 전화 통화를 했다. 젊은이들이 주축인 IT업계에서 중년의 나이임에도 여전히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하는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회사가 무척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회사에 여러 어려운 고비가 있었지만, 다행히도 얼마 전 민관 주도의 큰 프로젝트에 합류하기로 했고 투자도 받기로 해서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코로나 사태에 몰리면서 모든 일정과 계획이 미루어지다 보니 회사가 위기 상황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 큰 피해를 본 사람들도 있지만, 나처럼 아직은 피해를 직접 체감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결국 코로나19에 의한 피해를 우리가 모두 입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같이 먹고 살기 바쁜 소시민이 우리 사회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생활속에서 자주 마주치는 이기적인 유혹을 누르고, 마음 한편에 숨어 있는 이타심을 끌어내는 게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배려하면 이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승리를 위해 채택하는 공식은 간단하다. 바로 홀로 싸우지 않는 것이다." -
책 <호세마라아신부의 생각> 중에서

 

태그:#코로나19, #자영업, #배달,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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