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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문 속초 포구의 풍경
▲ 속초 바닷가 포구 인적 드문 속초 포구의 풍경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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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일 년 만의 여행이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이때, 집에 있기가 답답했던 차에 속초에 다녀오자는 말에 따라나섰다.

점심시간이 되어 휴게소에 들렀지만 이전에 다니던 때와는 다르게 주차장도 한산하고 식당가도 한산하다. 감염병 '심각' 단계를 이곳에서 실감한다. 평소와 다르게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래도 간간이 여행을 떠나는 걸음들은 경쾌해 보이기도 했다. 드문드문 외국인 관광객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예전 같으면 한 팀이 오래 키오스크(메뉴 선택 기기) 앞에 있으면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짜증을 냈지만, 지금은 신중하게 선택하는 그들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의외로 온통 마스크 천지는 아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둘러봤다. 방역을 위해 이곳저곳을 오가는 사람이 있다. 곳곳에 손세정제가 비치되어 있어 식당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

올림픽 대로를 타고 가다 춘천 양양 간 고속도로를 타면 서울에서 속초까지 2시간 반이면 도착한다고 하지만 방학 기간은 어림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예정 시간대로 도착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터널을 지나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출발하며 전날 미시령에 40cm의 눈이 왔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미시령 고개를 넘어오는 것이 아니어서인지 길에서 눈을 마주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맑은 날씨, 차로도 잘 말라 있어 운전에 무리가 없었다.
 
인적이 드문 속초관광수산시장 모습입니다.
▲ 속초관광수산시장의 모습 인적이 드문 속초관광수산시장 모습입니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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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향하기 전 시장을 찾았다. 방송에도 많이 나오는 이곳은 평일과 휴일의 구분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마주한 시장은 물건을 파는 상인이 전부였다. 유명한 닭강정 집에도 두세 명의 손님만 있을 뿐이고 나머지 건어물이나 젓갈 파는 곳에는 인적이 없었다. 여러 번 속초에 왔지만 이런 시장 풍경을 본 기억이 없다. 사람이 없으니 여행하는 기분도 나지 않았다. 유명한 관광지라기보다는 엊그제 들른 우리 동네 시장을 둘러보는 느낌이었다.

숙소 근처의 바닷가로 향했다. 여름에 찾는 바닷가는 습하고 바닷가 비린내가 심했는데 겨울 바다는 맑고 깨끗했다. 역하지 않은 시원한 바다 냄새가 났다. 길게 방파제를 쌓은 바닷가에 인접한 숙소는 건물만 덩그러니 있어 쓸쓸했다. 숙소 근처의 포구에 인접한 공영주차장도 텅 비어있었다.

호텔 안에 열감지기가 드나드는 사람들의 체온을 모니터하고 있고, 한쪽에 손세정제와 물티슈가 놓여있었다. 주말은 아니었지만 이용객은 우리 일행뿐이었다. 체크인을 끝내고 다시 바닷가로 나왔다. 봄날처럼 따뜻했는데 해가 떨어지니 찬 기운이 몰아쳤다. 어둑해질 때까지 열심히 바다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
 
손님이 사라진 속초 시장 건어물 상가
▲ 시장 건어물 상가 손님이 사라진 속초 시장 건어물 상가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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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옹치에서 회와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었다. 4인 테이블이 5개 놓인 자리는 미리 와서 식사하는 손님과 우리뿐이었다. 옆에 나란히 있는 횟집들도 비슷하게 한 두 테이블에 손님이 있거나 비어 있었다. 찾은 식당도 가족이 함께 운영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혼자 하고 있었다. 여행하면서 이렇게 한산한 관광지를 마주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선 풍경이었다. 어딜 가든 사람으로 북적대서 밥을 먹으려고 해도, 차로 이동하려고 해도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이번 여행은 사정이 많이 달랐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 라운지를 찾았다. 호텔의 3-4개 층은 온통 불이 꺼져 있다. 평일 숙소가 그런 것인지, 코로나로 인해 찾는 사람이 줄어든 것인지... 라운지에도 어린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2팀과 우리가 전부였다. 일행의 목소리만이 실내를 가득 채웠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바닷가의 야경은 그림 같았다.

 
호텔에서 내려다 본 바닷가 야경
▲ 속초 바닷가 야경 호텔에서 내려다 본 바닷가 야경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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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늦은 아침을 위해 유명한 냉면집을 찾았고, 이어 조금 떨어진 바닷가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냉면 집에도 유명 골퍼의 가족이 경영한다는 카페에도 손님이 우리 일행밖에 없었다. 이쯤 되니 살짝 걱정도 되었다. 감염병도 감염병이지만 민생 경제도 심각했다.

카페로 가는 길에 우체국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보였다. 마침 그날부터 우체국과 농협에서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실제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광경을 보기가 낯설고도 불편했다. 강원 속초 지역에서도 확진 환자가 나왔다고 하고 감염병의 기운이 사그라질 기미가 없으니 사람들이 느끼는 마음의 부담이 점점 커지는 듯했다. 방송에서 유명 연예인을 만나려고, 공연을 보려고 길게 줄을 서는 것은 봤어도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라니... 

설악산을 찾아 권금성에 올랐다. 이전 같았으면 줄이 바깥까지 늘어서 있어 표를 사기도, 탑승하기도 힘들어 지레 포기하곤 했는데, 이번엔 창구에 가자마자 표를 샀고, 표를 사자마자 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권금성에 오르니 눈이 보였다. 이곳에서도 역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권금성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찍은 눈덮인 설악산의 모습입니다.
▲ 권금성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보는 설악산 권금성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찍은 눈덮인 설악산의 모습입니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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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니 온통 눈밭이었다. 사진을 찍느라 그제야 마스크를 벗었다. 눈으로 온통 둘러싸인 세상에서는 잠시 걱정을 덜어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두들 사진 찍기에 열심이었다. 설악산의 맑은 기운이 모든 바이러스를 바로 퇴치해버린 것처럼 그렇게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되도록이면 모두들 집에 있으라고 권고하는데, 이렇게 다니는 것도 민폐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어쩔 수 없이 일을 보러 다니는 것은 괜찮은 것인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려니 여러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답답해서 떠난 모처럼의 여행이었지만 다른 답답증을 안고 돌아왔다.

태그:#속초여행, #코로나 19,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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