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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구 동대구역에서 지역 시장·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구 동대구역에서 지역 시장·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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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대통령 탄핵 여론을 형성하려는 이들이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라는 글도 그중 하나다. 2월 4일 올린 이 글은 28일 오전 5시 36분 현재, 121만 7063명의 동의를 받았다.

대통령이 코로나 19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므로 탄핵을 시켜야 한다는 위 글은 "이번 우한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대처를 보면 볼수록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닌 중국의 대통령을 보는 듯합니다"라는 서두로 시작한다.

그런 뒤 중국에 대한 마스크 지원을 비판하고 있다.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도 어려운데, 대통령은 300만 개의 마스크를 중국에 지원"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마스크 300만 장을 지원한 게 아니라, 민간에서 대부분의 마스크를 지원하고 정부는 물품 이송을 지원한 것이었다. 청원인이 사실관계를 잘못 이해했던 것이다.

또 위의 글은 중국 전역을 상대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점을 따지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자국민 보호가 아닐까요? 정말 자국민을 생각했다면, 중국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입국금지 했어야 합니다. 더 이상은 지켜볼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우리나라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탄핵을 촉구합니다."

지난 며칠 동안, 한국에 대한 세계 각국의 입국금지가 늘어났다. 이런 조치들이 우리 한국인들의 감정을 얼마나 해치고 있는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조치들이 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 필수적인 국제교류에까지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국제적 협력 없이는 세계적 감염에 대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인간·물자·정보의 전 지구적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고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이다. 국경 폐쇄 조치가 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한 범위을 넘게 되면, 꼭 필요한 경제활동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방역에 필요한 국제협력에까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의 교통로를 전면 차단하면, 바이러스 확산을 조금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근본적 해결에는 도달하기 어렵다. 근본 해결이 오히려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전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조밀하게 짜여진 상황에서, 모든 국가와의 교통을 차단하지 않는 한 중국과의 통로를 차단하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또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길을 전면 차단하면, 중국인보다도 한국인이 더 많은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길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우리 한국인들이다. 그래서 이 길을 성급히 막아버리면 한국인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이스라엘은 중국·홍콩·마카오·태국·싱가포르·한국·일본 순으로 입국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14일 이내에 이 나라에 체류했던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이란과는 적대관계이므로 인적·물적 교류가 없다. 그래서 이란에 대해서는 입국금지 조치도 필요 없었다.

일본 크루즈선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했던 이스라엘 국민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여태까지 이스라엘에서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코로나19에 대해 철벽 방어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스라엘의 철통 같은 외국인 입국 제한이 그런 평가를 낳은 것이다.

하지만 구멍은 엉뚱한 데서 뚫렸다. 27일자 국내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를 방문하고 귀국한 이스라엘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외국인이 아닌 이스라엘 내국인에 의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이다.

위 청원인은 대통령이 무엇보다 중시해야 할 것은 자국민 보호라고 했다. 이스라엘 사례는 국경을 폐쇄하고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것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자국민 보건에 더욱 더 신경을 쓸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청원인과 동의인들은 지금 방역 수준을 '탄핵 감'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나타난 한국 정부의 방역 활동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치와 비교해볼 때 명백히 뒤떨어진다고 보기가 힘들다. WHO나 세계 각국의 우려나 조소를 들을 만한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또 한국 정부가 방역에 필요한 리더십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도 볼 수 없다. 공무원 조직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아직까지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방정부나 중앙정부가 사태를 방관하면서 대응을 소홀히 하고 있다면 모를까, 적어도 현재까지는 탄핵이나 하야를 거론할 만한 단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의 상황 전개로부터 느낄 수 있듯이,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무엇보다 민심이 이반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나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도전도 고조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정치권력이든 간에,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은폐하거나 축소하고픈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런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수많은 대중이 피해를 입게 된다. 정치권력이 민심이반을 우려해 감염병을 숨기면, 수많은 대중이 무방비 상태에서 희생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태와 관련해 가장 크게 경계해야 할 것은 정부의 축소·은폐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최대의 탄핵 사유라고 할 수 있다.

2002년과 2003년의 사스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8096명이 감염되고 774명이 희생됐다. 이때 피해 확산을 키운 요인 중 하나는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이었다.

홍콩 옆 광둥성에서 사스 환자가 최초 발생한 것은 2002년 11월인데도, 중국 국무원이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돌입한 것은 5개월 뒤인 2003년 4월 2일이다. 이것이 얼마나 뒤늦은 일이었는지는, 그 이전에 전개된 상황들로부터 여실히 드러난다.

사스가 중국을 넘고 홍콩을 넘어 세계 각지로 퍼진 것은 2003년 3월 중순이다. 발병 당시인 2003년에 <중국 연구> 제31권에 실린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의 논문 '사스의 정치: 외적 압력과 중국의 국내적 변화'는 "홍콩을 통해 베트남·캐나다·싱가포르 등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사스는 3월 중순경에 이르면 아시아와 북미대륙에 이어 유럽으로까지 확산된다"고 설명한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서 중국 정부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3월에 이미 베이징에서 사스가 확산되기 시작했지만, 중국의 관리들은 이러한 사실을 숨겼다. 이와 관련하여 한 국무원 관리는 정부가 전인대(국회 격)와 전국정치협상회의가 거행되는 시기에 사회적 안정을 가장 우선시했고 이로 인해 사스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축소·은폐로 대응하던 중국 정부는 4월에 가서야 본격 대응에 돌입하고, WHO의 현지 조사에도 동의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과 국제사회의 공동 방역이 가능해지면서 5월 하순부터는 사태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위 청원인은 '중국의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고 했다. 사스 사태 때의 중국 정부가 보여준 초기 대응이 한국에서도 나타난다면, '중국의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스 사태 초기의 축소·은폐 시도가 한국에서 재현됐다면, 이는 당연히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판단할 만한 자료들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WHO 및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면서 국제 표준을 이탈하지 않는 방법으로 방역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파와 이념을 떠나 행정부를 지지하고 방역에 동참하는 게 문제 해결의 첩경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과도 다를 바 없는 이 상황에서, 불충분한 근거로 탄핵이나 하야를 운운하며 행정부의 리더십을 손상시키면 방역활동에 정말로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코로나19를 잡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사회 전체가 한마음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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