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재즈의 싱글 'GONE'

콕재즈의 싱글 'GONE' ⓒ 크래프트앤준

 
2013년 데뷔한 영국 록밴드 'The 1975'의 보컬 매티 힐리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 세대는 음악을 장르로 구분하면서 듣지 않는다"고 말한 적 있다. 그의 말처럼 현대 대중음악의 흐름은 장르와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밴드의 패권을 잡은 라디오헤드(Radiohead)가 그랬고, 칸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그랬다. 케이팝을 주름잡는 히트곡들 역시 특정한 장르로 경계 지어지기 어려운 곡들이 많다. 누구나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있다지만, 우리 세대에 있어 '장르'라는 단어의 선명성을 점점 흐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언더그라운드로 눈을 돌려 보면 콕재즈(Cokejazz)와 같은 뮤지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코카콜라를 의미하는 'Coke'와 'Jazz'를 합쳐 탄생한 이름이다. 이 재치있는 이름처럼, 그는 서로 다른 장르의 작법을 조합하고, 또 해체시키는 스타일의 뮤지션이다. 콕재즈는 한국 힙합 마니아들에게 이미 낯이 익은 프로듀서다. 과거 '코홀트' 크루의 멤버로 활동했기 때문. 팔로알토의 '또 봐', 제 1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노래) 부문을 수상한 비프리의 앨범 < Korean Dream >의 수록곡들, 빈지노의 '젖고 있어' 등 많은 곡들을 작업했다. 지코와 효린 등 아이돌 출신의 실력파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한 것은 물론이다.

장르의 구분 건너 뛰는 프로듀서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콕재즈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콕재즈 ⓒ 크래프트앤준

 
콕재즈가 힙합 뮤지션들과 작업을 해 왔다는 이유만으로, 콕재즈의 음악을 단순히 '힙합'이라는 단어만으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실수다. 그는 록과 알앤비, 퓨전 재즈 등 서로 다른 스타일의 음악들 사이에 발을 딛고 있는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지난 늦여름에 발표된 첫 앨범 < LIMBO >는 그가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면들을 가감없이 빛낸 작품이었다. 수록곡 세 곡을 합쳐 러닝 타임 10분이 되지 않는 짧은 구성이었지만, 인상적인 등장이었다.

강력한 기타 디스토션으로 문을 열더니, 80년대 신스팝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are you experienced'는 뮤지션 콕재즈의 훌륭한 자기소개서다. 특정한 장르에 국한되기를 거부하는 음악이다. 로우 파이(lo-fi)의 질감을 내세우면서 베드룸 팝 특유의 침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hi, summer'도 놓치지 말아야 할 트랙이다. 굳이 분류해야 한다면 '얼터너티브'다.
 
2월 28일(오후 6시) 발표될 신곡 'GONE'은 작사, 작곡, 편곡, 기타와 베이스 연주와 총괄 프로듀싱 등 거의 모든 작업을 콕재즈 혼자서 해낸 '원맨쇼'의 결과물이다(콕재즈는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럼 머신, 트럼펫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룰 수 있는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다).

콕재즈가 베이스를 연주하는 모습이 담긴 티저 영상에서 예고되었듯이, 둔중한 베이스 사운드가 곡의 중심을 잡고 있다. 이 곡은 포크 음악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풍부한 코러스와 드럼 사운드가 곁들여지는 순간에는 본 이베어(Bon Iver)를 연상하게 되기도 한다. 전작에 이어 '잔향'을 남기는 콕재즈 특유의 프로듀싱은 지나간 시간을 반추하는 분위기를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노스텔지어의 영역을 섬세하게 자극한다. 그 어떤 것보다 가깝게 느껴졌던 만남과 이별, 그러나 이것이 희미하고 생경한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 있다. 'GONE'은 그 순간에 집중한 곡이다. 이런 곡을 들으면서 술을 마신다면, 절제력을 잃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콕재즈 GONE 빈지노 젖고있어 팔로알토 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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