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가 국내 프로스포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프로배구와 프로농구는 무관중으로 팬들의 환호 없이 조용한 경기를 치르게 되었고, 올해 출범해 많은 인기를 끈 코리아컬링리그 역시 결선 라운드가 무기한 연기되는 등 스포츠 팬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이를 비롯해 한국 내에서 개최되는 국제대회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 이미 두 개의 국제대회가 연기되었고, 연기가 불가능한 리그전은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는 등 대회를 손꼽아 기다리던 팬들에게 아쉬움을 안겼다.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플레이오프 없이 안양 한라 공동우승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2018-2019 시즌 안양 한라와 오지 이글스 간의 경기장면.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2018-2019 시즌 안양 한라와 오지 이글스 간의 경기장면. ⓒ 박장식

 
한국과 일본, 러시아가 공동으로 치르는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는 시리즈의 최종반부를 '축제'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25일 안양 한라와 오지 이글스의 세미 파이널 홈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등 2년 만의 플레이오프 파이널 진출을 마음껏 즐길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PSK 사할린과 29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플레이오프 파이널이 26일 취소됐다. 대회 본부는 선수, 관객, 관계자의 안전을 위해 구단과의 협의를 거쳐 플레이오프 파이널 대회를 취소했다. 이로써 안양 한라는 사할린과 공동 우승 타이틀을 가져가게 되었다. 안양 한라는 지난 2010-2011 시즌에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경기 진행이 불가능해지면서 도호쿠 프리블레이즈와 함께 공동우승 타이틀을 가져간 바 있다.

안양 한라 구단 측은 "현재 시점에 경기를 강행하는 것은 관중, 선수, 그리고 가족들에게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시리즈 취소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팬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무관중 방침에서, '출입금지'에서, 대회 연기까지...

도쿄 올림픽 실버 레벨 퀄리피케이션 대회를 겸해 2월 말에서 3월 초에 걸쳐 치러질 예정이었던 동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도 결국 연기됐다. 당초 관중몰이를 위한 홍보를 하지 않겠다던 방침에서 '대회 관계자 외 출입금지'로 격상되었다가 결국 대회 연기까지 결정하게 된 것이다.

동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는 당초 중국 선수들의 입국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해당 선수들이 후베이 성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따라 입국 등을 진행하며 관중동원을 하지 않는 무관중 권고 방침을 세웠으나, 코로나19의 수준이 심각에 다다름에 따라 AD카드가 발급된 관계자 외에는 출입을 막는 지경에 이르렀다.

첫 번째 대회를 한국에서 치르게 된 터라 야심차게 준비한데다, 올림픽 출전을 위한 포인트가 걸려있었기에 대회를 최대한 치르겠다는 방침이었던 대한역도연맹도 각국 선수단의 출국 및 경기 운영이 불가능해지자 대회를 연기했다. 대회가 재개되는 시점은 현재로써는 미정인 상황이다.

부산탁구선수권도 6월로 연기

당초 다음 달 22일부터 29일까지 부산광역시 BEXCO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도 6월로 3개월가량 연기되었다. 대회 30일을 남겨두었던 터라 한창 바쁘게 움직였을 조직위 직원들은 물론, 자원봉사자들 역시 대회 연기로 인해 크게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당초 부산광역시와 조직위원회, 세계탁구연맹은 경기 진행을 목표로 두었으나 코로나19의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자 결국 대회를 연기했다. 이미 1월 말 해당 대회의 테스트 이벤트 격인 '리햅 꿈나무 탁구 대잔치'를 개최하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대회 개최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무관중 경기 등 원안대로 경기를 진행하는 대신 조추첨을 연기하고 6월 21일부터 24일까지 예선전을, 25일부터 28일까지 본선을 치르는 등 일정이 대폭 조정했다. 다만 반대급부로 6월 열릴 코리아오픈 탁구대회가 취소되었다.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역시 무기한 연기
 
 지난 20일 성남빙상장에서 열린 동계체육대회 쇼트트랙 부문에서 남자부 선수들이 질주하고 있다.

지난 20일 성남빙상장에서 열린 동계체육대회 쇼트트랙 부문에서 남자부 선수들이 질주하고 있다. ⓒ 박장식

 
3월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2016년 이후 4년 만에 펼쳐질 예정이었던 2020 KB금융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도 무기한 연기되었다. 이미 목동 아이스링크는 지난 24일부터 무기한 휴장에 들어가 현재 상황으로는 목동에서의 경기가 불가능했기에, 예정된 수순이라 볼 수 있다. 

2월 초 피겨스케이팅 사대륙선수권 대회를 의심 환자, 확진자 없이 안전하게 마쳤던 대한빙상경기연맹이었기에 이번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도 무리 없이 치르리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갑작스러운 코로나19의 확산이 발목을 잡았다. 

연기된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대회가 치러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국제빙상연맹은 코로나19의 확산 추세를 지켜본 후,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협의를 거쳐 대회 관련 일정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대회 무산이나 개최장소 변경 등이 일어날 가능성 역시 남아있다.

해외 경기도 안심 못 하는 상황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당한 팀도 있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올림픽 출전권을 노렸던 남자 수구 대표팀의 이야기다. 당초 카자흐스탄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수구 올림픽 예선도 아시안게임 결과로 대체되어, 한국 선수들은 한끗 차이로 기회를 얻지도 못했다.

요르단으로의 비자 발급, 항공기 탑승 거절 위기 등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해 출국한 복싱 국가대표팀 역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수들은 지원 스태프 없이 다음달 3일부터 요르단 암만에서 복싱 올림픽 예선경기를 치르게 된다.

문제는 봄 이후다. 이대로라면 7월 말부터 진행될 도쿄 올림픽 역시 위태로울 수 있다. 실제로 패럴림픽 테스트 이벤트가 연기되는 등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3월까지의 코로나19 방역 대처가 한국 스포츠계의 명운을 가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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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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