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회 브릿 어워즈(Brit Awards)

제 40회 브릿 어워즈(Brit Awards) ⓒ Brit Awards

 
지난 1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밀레니엄 돔에서 2020 브릿 어워즈(BRIT Awards)가 열렸다. 영국음반산업협회((British Phonographic Industry)가 주최하는 이 시상식은 1977년부터 40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보통 몇 주 앞서 개최되는 미국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다음 가는 권위를 자랑하는 음악 시상식이다. 현재까진 로비 윌리엄스가 18개의 트로피를, 아델과 콜드플레이가 각각 9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받은 뮤지션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신인 보컬리스트 루이스 카팔디(Lewis Capaldi)였다. 지난해 데뷔 앨범을 발표한 루이스 카팔디는 빠르게 스타가 되었다. '사랑받는 것에 익숙해졌을 때 떠나간 상대'에 대한 그리움을 그린 노래 'Someone You Loved'는 빌보드 싱글 차트와 UK 차트 등을 석권하며, 수많은 대중의 감성을 관통했다.

'영국 시상식'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베스트 브리티쉬 그룹 상의 경우에는 영국이 여전히 '밴드의 나라'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했다. 랩 그룹인 D-Block Europe을 제외하면 네 팀의 후보 바스틸(Bastille), 콜드플레이(Coldplay), 브링 미 더 호라이즌(Bring Me The Horizon), 폴스(Foals)가 모두 록밴드였다. 상은 폴스에게 돌아갔다. Part 1과 Part 2로 나뉘어 발매된 5집 < Everything Not Saved Will Be Lost >은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탁월한 라이브 실력과 사운드를 자랑하는 이 밴드는 2013년, 밸리록페스티벌을 통해 내한 공연을 펼쳤던 적도 있다.

최우수 남자 솔로 아티스트상은 그라임 래퍼 스톰지(Stormzy), 최우수 여자 솔로 아티스트상은 메이블(Mable)에게 돌아갔다. 2018 브릿 어워즈에서 테레사 메이 총리를 향해 날카로운 일갈을 날렸던 스톰지는 다시 한번 인상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무관에 그쳤지만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도 'Falling'을 부르며 깊어지는 자신의 음악 세계를 선보였다.
 
 빌리 아일리시가 부른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주제가 'No Time To Die'

빌리 아일리시가 부른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주제가 'No Time To Die'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무대는 단연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였다. 이날 '인터내셔널 여성 솔로 아티스트상'을 받은 빌리 아일리시는 < 007 노 타임 투 다이 >의 테마곡 'No Time To Die'를 처음으로 불렀다.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Hans Zimmer)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했고, 스미스(The Smiths) 출신의 명 기타리스트 조니 마(Johnny Marr)가 빌리 아일리시 옆에서 일렉 기타를 연주했다. 빌리 아일리시는 양옆에 거장들을 대동한 채 무대에 서도, 결코 어색하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빌리 아일리시 못지 않은 열풍의 주인공 리조(Lizzo), 성공적인 솔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역시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데이브, 영국의 오늘을 노래하다

올해의 앨범상은 데이브(Dave)의 앨범 < PSYCHODRAMA >에 돌아갔다. 1998년생인 데이브는 현재 영국 힙합씬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래퍼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날 시상식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Black'을 불렀다. 하얀 피아노 위에는 영국의 어두운 뉴스 헤드라인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는 이 무대에서 깊은 역사의 인종 차별, 그리고 실질적인 불평등의 문제를 논했다. 음악에 시대성을 투영하는 신념이 돋보였다.
 
Black is so confusin', 'cause the culture? They're in love with it
검은 피부란 혼란스러워, 그들은 우리의 문화를 사랑하지.

They take our features when they want and have their fun with it
그들은 우리의 겉모습을 가져다가 재미를 위해 소비하지.
 
Never seem to help with all the things we know would come with it
그러나 그들은 우리 생김새에 따르는 고통에는 무관심하잖아.

- 'Black' 중 -


최근 그래미 어워즈는 빌리 아일리시에게 4개의 주요 부문을 모두 몰아주면서 다시 한번 다양성과 '화이트 그래미' 논란에 휩싸였다. 브릿 어워즈는 그래미 어워즈보다 상대적으로 시상 부문이 간소한 편이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평등은 신용이 아니라 권리'라고 말하는 흑인 래퍼에게 올해의 앨범상을 안겼다는 것은 매우 상징성 있는 일이다. 브릿 어워즈는 현 시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다양성'을 고민했던 것 아닐까.
 
수상결과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 루이스 카팔디('Someone You Loved')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 : 데이브('PSYCHODRAMA')
최우수 남자 솔로 아티스트(Male Solo Artist) : 스톰지
최우수 여자 솔로 아티스트(Female Solo Artist) : 메이블
최우수 그룹(Best British Group) : 폴스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Best New Artist) : 루이스 카팔디
인터내셔널 여성 솔로 아티스트(International Female Solo Artist) : 빌리 아일리시
인터내셔널 남성 솔로 아티스트(International Male Solo Artist) :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브릿 어워드 데이브 루이스 카팔디 스톰지 빌리 아일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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