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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김동수씨의 병간호를 위해 병원에서 생활하는 아내 김형숙씨
 남편 김동수씨의 병간호를 위해 병원에서 생활하는 아내 김형숙씨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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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사는 걸 보면 사는 게 아니에요. 매일 매일 악몽과 통증으로 잠을 못 자니 늘 밤마다 보통 환자들 몇 배의 안정제와 수면제를 먹고 자야 해요. 매일 그렇게 약을 먹으니 늘 밤마다 약에 취해 잠이 들어요. 아침이면 약이 덜 깨서 그 좋아하던 마라톤도 못 하고 너무 속상해요."

참사가 발생하고 6년여의 세월이 지나고 있지만 김형숙씨의 남편이자 '파란바지의 의인'이라고 불리는 김동수씨는 여전히 그날의 고통과 싸우며 지내고 있다.

"제주도에서 마음이라도 좀 치유하면서 지내라고 '사려니숲'에서 숲 관리자로 일하게 해줬지만,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 않아요. 남들이 담배꽁초나 쓰레기만 버려도 예민해지거든요. 가족들은 늘 초긴장상태에요." 

아내 김형숙씨가 말하는 근본적인 치유는 무엇일까? 김동수씨가 바라는 문제의 해결은 무엇일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나서 남편은 세월호에서 아이들을 구하다 나온 의인이라며 굉장히 주목받았었어요. 그런데 그뿐이었던 것이죠. 몸도 다치고, 마음도 엉망진창이 되었는데 국가에서는 손해배상금 몇천만 원 쥐여주고는 국가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동의하라고 했어요. 화물차도, 직업도 잃었던 우리는 당장 남편의 치료와 생계비가 막막했기 때문에 그 돈이라도 받지 않으면 살 수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서명을 하고 받았지요. 그게 이렇게 족쇄가 될 줄 몰랐지요."

"왜 그날 내가 세월호 배를 탔을까..."

김동수씨의 노동능력상실률, 즉 후유장애 때문에 상실한 노동 능력의 정도가 2016년 1월 검사에서 일반인의 41%나 되었으며, 최근 조사에서도 35%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시각적 노동능력상실률의 경우에서 한쪽 눈을 실명할 때의 노동능력상실률 24%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이다. 노동능력상실률만 놓고 보아도 이미 김동수씨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손해에 대해 김동수씨가 보상을 받거나 지원을 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김동수씨가 받을 수 있는 지원이라면 해양수산부나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의료지원 정도이다. 병원의 실손비가 보존되는 정도라는 것이다. 그나마 이것도 2024년이면 중단되고 만다. 이에 김동수씨의 아내 김형숙씨는 다음과 같은 하소연을 한다.

"남편은 국가가 구하지 못한 아이들을 구하려다가 몸도 다치고, 트라우마도 생긴 것이잖아요. 그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 고통과 후유증으로 1년에 절반 정도를 병원신세 져야 하는 이 사람에게 의료비 지원해준다고 정부 역할이 끝났다고 하면 전 너무 억울해요. 남편이 들어가 있으면 가족이 돌아가면서 간호를 해야하잖아요. 간병인을 쓰는 건 생각도 못 하니까요. 남편이 아파서 입원하면 생계가 유지되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의료비만 달랑 지원해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지요."
      
김동수씨는 이러한 세월호 참사 생존자의 홀대에 항의하며 수차례의 자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청와대도 늘 관심 있다는 말뿐이었다.

"정말 답답했어요. 늘 왜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왜 그날 내가 세월호 배를 탔을까, 타지만 않았다면 이런 고통을 우리 가족이 겪지 않아도 될 텐데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게 돼요."

오늘도 어딘가에서 아파할 생존자를 위해
 
 '제주세월호생존자를지지하는모임(가칭)'을 만들기 위해 모여 회의하는 피해자와 시민들
 "제주세월호생존자를지지하는모임(가칭)"을 만들기 위해 모여 회의하는 피해자와 시민들
ⓒ 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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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씨는 이런 답답함으로 늘 죽고만 싶었다고 한다. 그런 김동수를 살리기 위해, 김동수와 같이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나온 생존자 24명의 또 다른 김동수를 살리기 위해 피해자가 모였고,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시민이 모였다. 일명 '제주세월호생존자를지지하는모임(약칭 '제생지')가 그것이다.

제주에 생존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 24명의 국가적 책임을 묻고, 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스스로 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22일 오전 11시 제주 수상한집(제주 도련3길 14-4)에서 발기인 모임 및 창립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미 발기인으로 참여를 신청한 사람들이 14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제주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이들의 모임을 지지하며 연대의 뜻을 보내고 있다.     

창립모임을 앞두고 김동수 부부는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했다.

"늘 나 혼자만 싸우다가 함께 싸워준다는 사람들이 생기니 너무 기뻐요. 요즘은 뭐라도 신나기만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모임이 정말 만들어지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가니 걱정도 앞서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응원해 주었으면 합니다."

모두가 같은 아픔을 가지지는 못한다. 가끔 길을 가다 넘어질 때, 감기에 걸려 침대에 누웠을 때, 손과 발이 불편할 때 타인의 고통이 보일 수 있다. '아직도 세월호'가 아닌 '지금도 세월호'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어딘가에서 아파할 생존자를 위해 마음이 모이길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제주도세월호생존자를지지하는모임 https://forms.gle/mistvQKVPc4snwwBA


태그:#수상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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