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2019-2020 FA컵 32강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고 있는 손흥민.

지난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2019-2020 FA컵 32강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고 있는 손흥민. ⓒ AP/연합뉴스


이 게임 홈 팀은 아스톤 빌라였지만 누가 뭐래도 MOM(맨 오브 더 매치)은 어웨이 팀 에이스 손흥민이었다. 더구나 전반전과 후반전 각각 추가 시간 끝무렵에 손흥민의 오른발 끝에서 극적인 역전골이 2개나 터져나왔기 때문에 더 놀라웠다. 개인 통산 5게임 연속 득점 신기록은 덤이었다.

조세 모리뉴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FC가 한국 시각으로 16일 오후 11시 버밍엄에 있는 빌라 파크에서 벌어진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아스톤 빌라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다섯 게임 연속 득점 기록을 세운 에이스 손흥민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3-2로 이기고 리그 5위로 뛰어올라 4위 첼시 FC와의 승점 차이를 1점으로 좁혀놓았다.

묘한 축구 스토리 속 반짝이는 '손흥민'

양 팀 수비수 둘은 묘한 축구 스토리를 연출해냈다. 어웨이 팀 토트넘 수비수 토비 알데르베이럴트는 동료 골키퍼와 호흡이 맞지 않아 자책골을 내줬지만 멋진 동점골을 직접 터뜨려 자책골의 불편한 기억을 말끔하게 지워버렸다.

게임 시작 후 9분 만에 홈 팀 관중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아스톤 빌라의 오른쪽 측면 역습 전개 상황에서 뻗어나온 얼리 크로스가 토트넘 홋스퍼의 자책골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토트넘 홋스퍼 토비 알데르베이럴트는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먼저 나와서 공을 처리하는 줄 알고 있다가 뒤늦게 발을 내뻗어 자책골의 멍에를 뒤집어쓰고 말았다. 

하지만 토비 알데르베이럴트는 27분에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를 맞아 공격에 가담했다가 동료 미드필더 에릭 다이어 발끝에 맞고 튄 공을 보고 기막힌 타이밍의 오른발 터닝 하프발리 슛을 성공시켜 점수판을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웬만한 공격수가 지니고 있는 슛 기술을 센터백이 맘껏 자랑한 것이어서 더 놀라웠다.

토트넘 센터백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의 묘한 축구 스토리만으로도 흥미로운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더 빛난 선수는 바로 손흥민이었다. 팀의 간판 골잡이 해리 케인의 부상으로 실질적인 팀 공격을 이끌고 있는 손흥민이 전반전 종료 직전에 귀중한 역전골을 터뜨린 것이다. 

손흥민의 역전골이 나오기까지 홈 팀 아스톤 빌라 수비수 비외른 엥헬스의 묘한 축구 스토리도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44분에 토트넘 홋스퍼 베르흐바인의 역습 드리블을 엥헬스가 태클로 막아내려다가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VAR(비디오 판독 심판) 판정까지 이어진 것이라 엥헬스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야 할 페널티킥 판정이었다.

이 역전 기회에서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그리고 오른발 인사이드 킥이 뻗어갔을 때 노련한 골키퍼 페페 레이나는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그 페널티킥 슛을 쳐냈다. 이 순간 홈팬들의 환호성이 일제히 터져나왔지만 곧바로 수그러들었다. 키커 손흥민이 세컨드 볼을 따라잡아 절묘한 오른발 아웃사이드 밀어넣기를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펠레 스코어 극장 결승골 기회 잡아낸 '손흥민'

약간 멋쩍은 골을 성공시킨 손흥민은 자신의 축구 커리어 최초로 다섯 게임 연속골 기록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더 물러설 곳 없는 후반전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후반전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점수판은 다시 2-2가 됐다. 이 게임 두 번째 동점골의 주인공도 묘한 축구 스토리의 주인공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 역전골의 빌미가 된 페널티킥 반칙을 저지른 아스톤 빌라 수비수 비외른 엥헬스가 53분에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잭 그릴리쉬의 크로스를 받아 헤더 골을 터뜨린 것이다.

한쪽에서는 자책골의 주인공이 이 게임 첫 번째 동점골을 넣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역전골의 원인이 되어 마음 한 구석에 무거운 짐을 얹고 뛰었던 수비수가 이 게임 두 번째 동점골을 넣은 것이다. 묘하게 이 두 골은 모두 코너킥 세트 피스였고 그 주역들도 양팀 수비수였다.

한 게임에서 이렇게 묘한 축구 스토리가 이어진다는 것이 결코 흔한 일이 아닌데 더 기가막힌 일은 후반전 종료 직전에 극장 결승골로 일어났다. 이 게임 진짜 주인공은 바로 손흥민이었던 것이다. 

후반전에 손흥민은 여러 차례 유효 슛을 기록하며 아스톤 빌라 골문을 위협했다. 그러나 그 순간마다 경험 많은 아스톤 빌라 골키퍼 페페 레이나의 벽에 막히고 말았다. 61분 오른발 슛, 85분 왼발 대각선 슛, 86분 왼발 인스텝 슛이 모두 페페 레이나의 슈퍼 세이브로 물거품이 된 것이다.

그리고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알려졌고 그 시간도 야속하게 다 흘러갈 무렵 믿기 힘든 상황이 초록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졌다. 너무나 묘한 축구 스토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수많은 축구팬들에게 알려주는 순간 같았다. 

90+4분, 토트넘 홋스퍼 수비 지역에서 완만한 궤적의 롱 킥이 아스톤 빌라 쪽으로 넘어왔을 때 수비수 비외른 엥헬스의 헛발질이 나왔다. 그가 이 게임 두 번째 동점골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도 놀랐고, 바로 뒤로 흐른 공을 손흥민이 잡아서 빠르게 몰고 들어가는 순간도 놀라웠다. 

그렇게 행운의 펠레 스코어 결승골 기회를 잡은 손흥민은 그 극장 결승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마무리지었다. 슛 각도를 줄이기 위해 한 발 더 앞으로 나온 아스톤 빌라 골키퍼 페페 레이나도 손흥민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 마무리 타이밍을 읽고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손흥민의 1/4 박자 빠른 슛 타이밍을 따라잡기에는 모자랐다.

후반전 추가 시간 20초 정도만 남겨놓고 벌어진 일이었기에 이 골을 성공시킨 손흥민도 믿기 힘든 표정을 지었고, 리그 하위권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했던 승점 1점조차 날아가버린 아스톤 빌라 홈팬들도 낙담하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토트넘 홋스퍼는 리그 순위를 5위(40점, 11승 7무 8패 43득점 34실점 +9)로 끌어올리며 연고 도시 라이벌 첼시 FC(4위, 41점)와의 순위 다툼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놓았다. 26라운드 현재 기록으로 득점은 물론 실점 기록까지 똑같은 두 팀은 마침 다음 라운드 일정으로 2월 22일 오후 9시 30분 스탐포드 브리지에서 만나게 됐다.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결과(16일 오후 11시, 빌라 파크)

O 아스톤 빌라 2-3 토트넘 홋스퍼 [득점 : 토비 알데르베이럴트(9분,자책골), 비외른 엥헬스(53분,도움-잭 그릴리쉬) / 토비 알데르베이럴트(27분,도움-에릭 다이어), 손흥민(45+2분), 손흥민(90+4분)]

O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순위표(2월 16일 현재)
1 리버풀 FC 76점 25승 1무 61득점 15실점 +46
2 맨체스터 시티 51점 16승 3무 6패 65득점 29실점 +36
3 레스터 시티 50점 15승 5무 6패 54득점 26실점 +28
4 첼시 FC 41점 12승 5무 8패 43득점 34실점 +9
5 토트넘 홋스퍼 40점 11승 7무 8패 43득점 34실점 +9
6 셰필드 유나이티드 39점 10승 9무 7패 28득점 24실점 +4
7 울버햄튼 원더러스 36점 8승 12무 6패 35득점 32실점 +3
8 에버턴 36점 10승 6무 10패 34득점 38실점 -4
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5점 9승 8무 8패 36득점 29실점 +7
10 번리 34점 10승 4무 12패 30득점 39실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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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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