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테니스 간판 권순우 선수가 새해 들어 ATP(세계 테니스 프로 협회) 투어 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권순우는 13일(한국 시각) 미국 뉴욕 오픈에서 2번 시드의 강자 밀로스 라오니치(29세 캐나다)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앞서 인도에서 열린 타타오픈 8강에 이어 연속 2개 대회 준준결승에 안착한 것이다.
 
 권순우.

권순우. ⓒ 위키미디어 커먼스

 
뉴욕 오픈은 지난 주 타타 오픈에 비해 강자들이 훨씬 많아 권순우는 시드를 부여받지 못했다. 타타오픈에서 권순우는 4번 시드에 배정돼 1회전을 건너뛰고 곧바로 16강전 즉 2회전 경기를 치룬 바 있다.
 
2018년 오스트레일리 오픈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일궜던 정현 선수(23세)가 최근 부진한 탓에 권순우를 향한 국내 테니스 팬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권순우는 현재 만 22세로 발전 가능성이 풍부한 탓에 정현을 넘어서는 결과를 이끌어 낼지에 우선적인 관심이 쏠린다. 정현은 2018년 4월 한때 세계 19위에 오르는 등 국내 남자 테니스 세계 최고 랭킹 기록을 갖고 있다.
 
 정현

정현 ⓒ 위키미디어 커먼스

   
권순우는 키가 다소 작은 약점 말고는 테니스의 핵심적 기량을 고루 잘 갖추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세계 랭킹은 80위대 초반이지만, 머지않아 50위권 이내로 진입할 확률이 상당히 높은 선수로 지목되기도 한다.
 
세계 테니스 계에 전무후무 할 정도의 황금기를 연 주역인 이른바 '빅3'와의 비교는 권순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성장 속도를 보면 어느 정도까지 큰 선수가 될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빅3의 세계 랭킹 변화

빅3의 세계 랭킹 변화 ⓒ 김창엽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등 빅3의 공통된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세계 랭킹 1000위권에서 100위권 진입까지 비교적 짧은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나달은 18개월, 페더러와 조코비치 똑같이 24개월이 걸렸다.
 
 페더러

페더러 ⓒ 위키미디어 커먼스

 
이에 비해 권순우는 2015년 12월 782위로 세계 1000위권에 들어선 뒤, 약 32개월만인 2018년 8월에 97위를 기록함으로써 100위권에 발을 들여놓았다. 정현은 1000위권에서 100위권까지 30개월이 걸려 권순우와 엇비슷했다. 권순우와 정현 모두 빅3에 비해서는 꽤 뒤지는 성장 속도이다.
 
 나달.

나달. ⓒ 위키미디어 커먼스

 
100위권에서 50위권으로 진입은 빅3의 경우 3.5~11개월이 걸렸다. 정현은 28개월이 걸려 역시 빅3에 비해 현저하게 성장속도가 느린 편에 속했다. 아직 50위권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는 권순우가 올해 안으로 50위권에 진입한다면 정현보다는 빠르지만, 상반기 중에 50위 안쪽으로 턱걸이 한다고 해도 빅3 성장속도의 절반 가량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코비치.

조코비치. ⓒ 위키미디어 커먼스

 
테니스 계에서도 언제든 예외가 생길 수 있지만, 그냥 평범하게 본다면 권순우나 정현이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권순우의 경우 세계 30위권 혹은 세계 10위권에 한 차례라도 올라설 여지는 적다고 할 수 없다. 정현은 이미 세계 19위로 30위의 벽을 깨본 적이 있다.
 
남자 테니스의 전성기는 평균적으로 만 27~28세에 찾아 오고, 권순우와 정현 또한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전성기까지 5~6년 남짓한 시간이 있다. 큰 부상이 없다고 전제할 경우 상위 랭커 진입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
 
 권순우와 정현의 세계 랭킹 변화.

권순우와 정현의 세계 랭킹 변화. ⓒ 김창엽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운동 선수의 성장 속도는 사람 키의 성장 곡선과 닮은 면이 있다. 걸음마 이후 청소년기까지 키가 빨리 크는 아이가 성인이 돼서도 키가 클 확률이 높듯, 테니스 선수를 포함한 운동 선수들의 기량 성장 역시 속도가 얼마나 큰 선수로 자리매김 할지를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 테니스 환경이 이른바 테니스 선진국과 격차가 적지 않은 점까지 감안한다면, 권순우나 정현의 경우 추가적으로 성장할 여력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선수의 기량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역량 있는 코치와 트레이너 등이 뒷받침 될 경우 권순우나 정현은 국제 테니스게에서 제법 큰 일을 낼 수도 있다. 한국 남자 테니스의 앞날이 어둡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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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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