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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부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실시해온 오마이뉴스는 오는 2월 22일 창간 20주년을 맞아 '[연쇄 인터뷰] 차기 주자에게 듣는다, 당신이 꿈꾸는 20년 후'를 선보인다. 여야 차기 주자들에게 현안에 대한 생각 뿐 아니라 앞으로의 꿈을 묻는다. 개인의 꿈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꿀수록 그들은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다. 첫 순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다. [편집자말]
 
4·15 총선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7일 오전 서울 종로6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기념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홍성민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이낙연 대망론'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8개월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총리는 '지금까지는 총리 프리미엄이 있었다'는 질문에 "총리 경험이 장애가 될 것이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총리 경험은 그 다음 일의 장애가 아니라 보탬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답변은 지금까지 이회창, 고건 등 총리 출신 정치인이나 후보들이 한번도 끝까지 대권을 잡지 못했던 소위 '총리 한계론'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이 전 총리는 "총리란 대통령을 돕고, 자기를 감추고, 또 의전에 치중하는 자리라는 기존 이미지에 따라 그런 생각이 형성됐으리라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2년 7개월 13일 동안 총리로 일하며 과거 총리와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 다른 점도 많았다, 특히 내치의 경우 거의 전적으로 제 책임 하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호남후보 한계론'에 대해서도 과거 프레임이라며 "그런 식의 분석이 과거처럼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의 높은 차기 선호도를) 호남 후보에 대한 강렬한 열망으로 해석한다. 돌아보면 호남은 DJ 이후 정권 창출 또는 교체의 열망을 영남 출신 후보를 통해 실현하려 했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지역의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피로감이 있고, 진짜 호남 출신 인물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열망이 호남에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있을 수 있겠죠. 그러나 이런 현상을 지역으로 나눠서 보는 방식이 과거처럼 유효하진 않을 수 있다."

- 그런 해석은 과거 프레임이다?
"네. 지역을 뛰어 넘는 많은 문제가 이미 우리 사회에 생기고 있다."

- 반대로, 호남 출신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것도 마찬가지다. 지역 프레임이 과거처럼 강고하지도 않고, 그런 식의 분석이 과거처럼 적중하지도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 남아있겠지만, 많이 완화됐다. 지역 구도를 대체하는 새로운 갈등 양상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더 많이 직시할 때가 됐다고 본다."
 
4·15 총선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7일 오전 서울 종로6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기념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이 전 총리는 '혹시 너무 일찍 떴다는 생각도 하는가'라는 질문에 웃으면서 "삶이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요즘 많이 느낀다"며 "과분한 영광이고 때로는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국민의 기대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오늘 힘든 일을 해결해 드리고 내일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것, 그럴만한 역량이 있거나 신뢰감을 주는 것, 이것이 2년 후 대선에서 국민이 바라는 지도자상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와의 인터뷰는 7일 오전 10시30분경 서울 종로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인 그는 현재 종로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황이다.

이낙연이 카운터파트 황교안을 대하는 방식

기자 입장에서 이 전 총리는 인터뷰하기 매우 까다로운 대상이다. 그는 말을 가려서 한다. 품격을 중시하는 그의 화법은 초선 대변인 시절부터 유명했다. 여간해선 실수도 잘 하지 않아 기자 입장에서는 뉴스를 끌어내기가 만만치 않다.

인터뷰 시점인 7일 오전은 아직 이낙연-황교안 종로 빅매치가 성사되기 전이었다. (이날 오후 3시 황교안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빅매치는 성사됐다.) 종로 출마 압박 속에서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좀처럼 최종 결심을 못 내리고 있었다. 이 전 총리 입장에선 황 대표를 향해 뭔가 한마디 할 수 있는 타이밍. 이미 그는 지난달 23일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황 대표에게 "신사적 경쟁을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조금 밋밋했다. 인터뷰에서 황 대표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이른바 종로 빅매치 성사 여부에 관심이 많다. 솔직히 됐으면 좋겠나, 안됐으면 좋겠나?
"장단점이 있다. 이른바 빅매치가 된다면 제가 전국을 순회하며 지원해야 한다는 부담이 좀 덜해질 것이다. 대신 종로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고."

- 그래서 됐으면 좋겠다는 건가?
"(웃으며) 이미 일찍이 말씀 드렸다. 신사적 경쟁을 한 번 했으면 좋겠다고. 그 말도 자꾸 하면 결례가 될 수 있으니 이 정도로 하는 게 좋겠다."

- 총리로서는 후배지만 정치인으로서는 한참 선배다. 선배 정치인으로서 황 대표에게 충고를 한다면?
"아이고, 그거야말로 건방진 이야기다. 제가 그럴 처지가 아니다."

별 소득이 없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이날 오후에 황 대표가 3시경 종로 출마를 선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즉각 이 전 총리 측에서도 황 대표 긴급 회견 직후 입장을 내겠다는 연락이 왔다. 이제야 뭔가 좀 뜨거워지려나. 황 대표 회견이 지나고, 오후 3시10분 경 이 전 총리의 입장이 나왔다.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합니다."

거의 같다. 이것이 이낙연의 화법이고, 상대 카운터파트를 대하는 방식이다.
      
4·15 총선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7일 오전 서울 종로6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기념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남소연
 
"한국당 위성정당 유감... 민주당은 안만든다, 옳지 않은 일"

이 전 총리는 보수 통합, 제3지대 통합, 안철수 신당 등 다른 당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각자 잘 할 문제"라는 정도로만 언급했다.

다만 한가지. 개정 선거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든 것에 대해서는 "선거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하시리라 믿는다, 그런 데(위성정당)에 현혹되는 국민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총선 상황이 많이 안 좋아질 경우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만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가능한 이야기인가.
"그러지 않을 거라 본다. 옳지 않은 일이다."

- 옳고 그르고를 떠나 정치는 현실인데.
"현실이어도. 자기들이 비판했던 일을 자기들이 한다는 것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걸 지도부나 당원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여당의 구체적인 목표 의석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개혁이 더 필요하다, 개혁을 더 빨리 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상대적 다수 의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념과 배려, 노무현 대통령은 신념과 감성"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직 수락과 함께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7일 오후 서울 종로6가에 위치한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왼쪽 뒤로 흥인지문이 보인다. ⓒ 남소연
 
이 전 총리는 가까이에서 겪은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신념과 배려"라는 키워드로 요약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중요한 문제에 자신의 신념이 확고히 정리돼 있다"라며 "그러면서도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선 관계된 사람, 그 사람이 직접적인 부하이더라도 배려를 한다, 이건 다른 지도자에게 거의 없는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궁합이 "참 좋았다"면서 "저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관용과 배려 덕분이었다, 일하는 동안 참 편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 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와 당선자 시절 그는 대변인을 지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노 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 그는 "신념과 감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념이 확고하신데 감성적 접근을 좋아하신 분이다, 툭 터놓고 상대방의 가슴에 바로 들어갔다"라며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드신 분이고, 아주 매력적인 분"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제 청년 시절부터 긴 영향을 주신 분"이라며 "대학 1학년 때 대통령 후보가 됐고 학교 교실보다는 그분의 연설자리가 더 재밌었다, 제 청춘이 그렇게 시작됐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오기 전 21년간 <동아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몸담았던 이 전 총리는 최근 언론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평가를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보도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분노나 걱정을 (국민에게) 드리는 게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데 과연 도움이 될까?"라며 "선이 있다"라고 말했다. 조국 사태 당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양과 질에서 유감스러운 일도 있었다, 그 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도 있었다"면서 "예를 들어 표창장에 대한 것이나... 훗날 언론들이 반성 자료로 삼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낙연이 꿈꾸는 20년 후 대한민국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직 수락과 함께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낙원빌딩 내 낙원상가를 찾아 구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이 전 총리는 "총선은 회귀적 선거다 평가적 선거다라는 정의가 있지만, 이를 뛰어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선거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한번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 사이 우리 사회는 고도성장의 팽창 사회에서 성장과 소비, 투자가 위축되는 수축사회로 변했다, 여기서 많은 문제가 배태됐다"면서 "이 변화는 미래에 긴 그림자를 던지며 많은 과제를 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도 그런 미래 한국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할지 논의하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낙연이 꿈꾸는 앞으로 20년 후 대한민국'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일류국가 됐으면 좋겠다. 축구를 보면, 나는 이회택, 차범근, 최순호, 박지성, 이런 선수들이 뛰던 시대를 함께 살았다. 그런데 요즘 손흥민 선수를 보면 깜짝 놀란다. 이강인 선수를 보면, 오잉? 이 선수는 뭐야? 한다. 축구에선 세계적인 선수들이 나오는데, 다른 영역은 아직도 차범근 시대에 머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정치를 포함해서 말이다. 앞으로 20년이라면, 지금 기준으로 손흥민 같은 선수가 여러 분야에서 나오는 대한민국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정치 지도자도 경제인도 손흥민급으로, 문화인도 이강인급으로. 그렇지 않으면 출구가 별로 없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 그것을 위해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이 남북 통일이다. 통일까진 아니더라도 통일과 같은 상태, 요컨대 평화롭게 교류하고 협력하는 상태는 전제 돼야 할 거다. 그래야 성장과 투자도 확보되고 일류로 나아갈 것이다." ◆


※ 다음은 이낙연 전 총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 전문]  "위성정당 효과? 국민을 믿는다... 민주당은 안 만들 것"

 
글 : 이병한, 조혜지
사진 : 남소연
영상 : 김윤상, 홍성민
태그:#이낙연,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종로 빅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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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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