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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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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 코로나)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8일 0시 현재 확진자는 3만 4546명, 사망자는 722명이다. 이런 속에서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을 우려하는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그의 퇴진론까지 제기하는 기사들도 있다.

6일 <연합뉴스>는 '시진핑 향하는 중(中) 신종 코로나 불똥... 책임론·퇴진론 잇따라'에서 쉬장룬 칭화(청화)대학 교수가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올린 "독재하에서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무너졌으며, 그 건설에 30년 이상 걸린 관료들의 통치 시스템은 가라앉고 있다"는 내용의 비판 기고문을 인용 보도했다.
  
또 인권단체 '공공이익을 위한 공민의 연맹' 활동을 하다 투옥된 경력이 있는 쉬증용의 "무역전쟁, 홍콩 시위, 신종 코로나 확산 등 주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시 주석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같은 날짜 <중앙일보> '신종 코로나 급속 확산에 시진핑 비판 잇따라... 중국 망쳤다'란 기사는 쉬장룬·쉬즈용 발언에 더해 5일 자 CNN 보도를 덧붙여 소개했다. "최고 지도자의 사소한 일정까지 보도하던 관영 매체에서 시 주석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런 글은 곧바로 삭제된다"며 시진핑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CNN 보도를 인용해서 보도했다.
   
시진핑 리더십의 적신호 
   
갈수록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면 시진핑의 입지는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갈수록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면 시진핑의 입지는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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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고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도 상당히 미진했기 때문에, 시진핑 리더십에 적신호가 켜지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지금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면 시진핑의 입지는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국가주석 임기가 만료되는 2022년 3월 경복궁 근정전 말고 중난하이 근정전에서 나오게 될 수도 있다. 베이징 자금성 서쪽인 중난하이는 중국 지도부 관저와 주요 관공서가 있는 곳이고, 근정전은 그곳에 있는 시진핑의 집무실이다.

시진핑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고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까지는 그의 입지가 아주 절박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내 언론들의 보도가 불충분하다는 점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위 보도들에 인용된 쉬장룬은 2018년에 시진핑의 3선 개헌(주석직 연임제한 철폐)을 비판했다가 정직 처분을 받았고, 쉬즈용은 중국 정부를 피해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이 영향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민중을 움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쉬장룬이 기고한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 언론이다. 그래서 중국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 정치체제의 동요 가능성을 판단할 때는 본토 밖인 홍콩·마카오 상황도 참고해야 하지만, 본토 내의 소수민족 거주지나 변경 지방을 우선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홍콩과 인접해 있으며 경제적으로 부유한 광둥성(광동성)도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일례로 광둥성 산웨이시 우칸촌 주민들은 지역 관료들의 부정부패에 항의해 2011년 9월부터 3개월간 시위를 벌여, 자신들의 마을을 해방구로 만들었다. 그런 뒤 공산당 중앙의 승인을 받아 자신들이 지지하는 린쭈롄을 지역 당서기로 선출했다. 린쭈렌이 5년 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기는 했지만, 우칸촌의 정치실험은 공산당 체제에 위협이 될 만했다.
  
광둥성에서는 반골 기질이 종종 나타난다. '중국이 분열하게 되면 광둥성이 제일 먼저 독립을 선포할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연합뉴스> 특파원 출신인 정재용의 <자본주의적 인간, 중국 남부인>은 "중국 중앙정부도 광둥 사람들의 이런 잠재된 반항적 기질과 독자적인 말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푸퉁화(보통화·베이징어)를 사용하도록 강요하지 않고 푸퉁화와 광둥어를 병행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데서 알 수 있듯 중국의 체제 위기를 진단할 때는 언어적 독자성이 강하거나 소수민족이 많은 지역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의 퇴진 가능성을 거론하는 최근 보도들은 이 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사스로 본 시진핑의 미래
  
신종 코로나와 시진핑 리더십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빠트릴 수 없는 또 다른 것이 있다. 지금 상황을 과거의 사스(중증급성 호흡기 증후군) 때와 비교하는 것이다. 사스 당시의 후진타오 리더십과 지금의 시진핑 리더십을 비교하는 것도 시진핑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스가 발생한 2002년 11월부터 2003년 8월까지 중국 본토의 확진자는 5327명, 사망자는 349명이었다. 신종 코로나는 이미 이 수치를 초과했다. 피해 규모는 지금이 훨씬 심각하다.

늑장 대처라는 면에서는 사스 때가 훨씬 더 비판을 받을 만했다. 2003년에 <지방행정> 제52권에 실린 박동균·이재호의 논문 '위기관리 행정의 실패 요인과 교훈- 중국의 사스 대응 실패 사례를 중심으로'에 정리된 바에 따르면, 광둥성에서 최초의 사스 환자가 발생한 것은 2002년 11월이고, 광둥성 정부가 발병 사실을 공식 발표한 것은 2003년 2월 11일이다. 중앙 국무원이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돌입한 것은 4월 2일이다. 피해 규모는 지금이 더 크지만 부실 대처라는 면에서는 사스 때가 더 심했다고 볼 수 있다.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정권의 권력은 사스 때보다 지금이 더 강력하다. 사스가 발병하고 확산되는 시기는 중국 권력이 장쩌민(강택민)에서 후진타오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다. 후진타오가 주석직에 취임한 것은 2003년 3월 15일이다. 그 뒤로 중국 정부는 사스에 대한 본격 대처에 나섰다.

후진타오 정권은 시진핑 정권보다 '약체'였다. 시진핑 사상이 공산당 당헌에 들어간 것처럼 후진타오 사상도 당헌에 명기됐지만, 시진핑은 종신 집권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역대 지도자 중에서 마오쩌둥(모택동) 다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기에 처한 시진핑 리더십?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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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와 시진핑의 위기관리능력을 비교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핵심 요인이 더 있다. 바로 대외 환경이다. 대외 환경은 공산당 총서기 혹은 국가주석의 입지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위기관리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사스 때는 조지 부시(아들 부시) 정권의 대외 강경책이 전 세계를 암울하게 했지만, 당시 부시는 중국보다 북한·이라크를 좀더 압박했다. 반면 지금의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상대로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의 무역흑자를 감소시킬 목적으로 관세 장벽을 쌓았고 2천억 달러(약231조7천억 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 등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를 인하해줬다.
    
세계 최강 미국이 강공을 가하는 가운데, 2019년 중국은 홍콩 사태로 인해 '하나의 중국' 원칙이 크게 동요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 1월 11일에는 반(反)중국적인 민진당 차이잉원이 타이완 총통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남쪽 홍콩과 동쪽 타이완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이 위태해지면 서쪽 티베트 및 신장·위구르까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게 중국 지도부의 처지다.
  
마오쩌둥 버금가는 권력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사스보다 강력한 신종 코로나에 직면해 있고, 조지 부시보다 골치 아픈 도널드 트럼프를 상대하고 있는데 더해 홍콩과 타이완의 도전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스 때의 후진타오보다 지금의 시진핑이 더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권력은 더 강하지만, 상대해야 할 것들이 더 험난하다고 할 수 있다.

객관적 조건을 놓고 보면 시진핑이 후진타오보다 불리하다. 하지만 조건이 위험할 뿐, 그것이 현실로 구체화된 것은 아니다. 중국 민중이나 변경, 소수민족 지역에서는 아직 명확한 위험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산당이나 행정부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산당과 행정부는 아직 시진핑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시진핑이 처한 대외 위기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신종 코로나로 급박해진 중국을 상대로 트럼프가 농산물 구매 약속의 이행을 지나치게 독촉하거나 또는 무역분쟁의 전선을 좀 더 확대하게 되면, 이 같은 대외 압력이 도리어 시진핑 중심의 단결을 촉진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 리더십이 위기에 봉착했다'고 결론 내리려면, 상황 전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시진핑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자리가 위태해졌다는 판단을 내리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태그:#신종 코로나, #우한 폐렴, #시진핑, #사스, #후진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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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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