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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이 확인됨에 따라 2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간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3일 오후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매장 폐쇄 이후 추가 방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이 확인됨에 따라 2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간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3일 오후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매장 폐쇄 이후 추가 방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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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무엇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모든 사회 이슈를 집어삼키는 요즘 새삼 떠올려보는 질문이다. 정치는 보통 공공선의 달성을 위해 권한과 자원을 배분하는 권위 있는 행위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런 본래 의미와 다르게 개인과 집단의 욕망이 투영되어 현실 정치가 작동되는 현상은 자주 목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고, 정부와 시민사회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응하느라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도 정치는 그 탐욕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최초로 발생했다. 현재까지 백신이 없고, 치료제가 마땅하지 않은 새로운 감염병이라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보가 부족하고, 공포감이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예민해지고, 자극적인 뉴스에 현혹되기 쉽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은 각종 소문, 중국인의 식문화에 대한 지나친 비난, 정부가 제공한 전세기를 통해 입국한 우한 교민들에 대한 배척 등은 불필요한 갈등의 원인이 됐다.

이런 갈등 국면에 편승하여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혐오 정치를 키우는 정치인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공공선'은 온데간데없고, 정부 비판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생각만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염병에 지역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2015년에 이미 권고했음에도, 일부러 '우한폐렴'을 강조하고, 중국인 혐오 현상에 동조하는 모습은 시민들이 기대하는 '권위 있는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다.

혐오와 지나친 공포는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우리 사회를 위험에 빠트린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특정 감염병에 대한 왜곡과 잘못된 인식으로 발생하는 낙인효과가 감염자나 의심 환자를 음지로 숨게 만들어 방역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위험성을 알고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국가적 위기 상황, 야당 역할 제대로 해야

야당은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고, 잘못된 국정운영과 정책결정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도 야당은 사태 수습과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와 여당이 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나 지혜를 모으고, 정부의 상황 대응에 협조하기보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야당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 SNS에서 떠도는 가짜뉴스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를 그대로 옮기는 역할을 해선 안된다. 야당의 비판이 설득력이 있고, 여론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시의적절하게 그 역할을 제대로 알고, 행동해야 한다. 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흔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는 2017년 인천공항 등에 필요한 검역 인력 71명 충원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개항을 앞둔 시점이다. 야당의 반대로 기존 인천공항 검역관 27명 증원 예산은 삭감됐다. 2018년 예산에서도 보건복지부의 역학 조사관 45명 증원 예산은 20명 증원분만 반영됐다. 이렇게 검역 인력 증원 계획은 번번이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일부 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혼란을 전세 역전의 기회로 삼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야당이 남긴 행적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정권 창출과 재선이 정치인의 중요한 목표가 될 수 있지만, 국가가 당면한 상황과 민심을 제대로 읽으면서 행동했으면 한다. 정치는 모름지기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고, 화해시키는 수단이다. 정치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너무 중요한 이 시기에 감염병 확산을 부채질하는 혐오와 배제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은 거침없이 내던져야 한다.

태그:#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정치의 역할, #혐오,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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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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