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전도연 정우성 배우 주연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2월 12일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전도연 정우성 배우 주연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2월 12일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 메가박스 프러스엠 제공

 
1월 31일 열린 제49회 네덜란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들이 무려 세 편이나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김용훈 감독은 타이거 특별심사위원상, <남매의 여름밤>을 연출한 윤단비 감독은 밝은 미래상, <기생충> 흑백버전의 월드프리미어로 영화제를 찾았던 봉준호 감독은 관객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10편의 월드 프리미어를 소개하는 메인 경쟁부문에서 특별심사위원상을 받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벼랑 끝에 몰린 인물들 앞에 거액의 돈 가방이 나타나고, 이를 마지막 기회라 믿으며 돈 가방을 쫓는 그들에게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심사위원들은 김용훈 감독의 영화는 "명백히 기존의 장르영화의 면모를 보인다"면서도 아울러, "유연한 영화의 구조, 훌륭한 극본, 연기 등을 모두 탁월하게 연출해 낸 훌륭한 첫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현 사회의 계층간의 불평등 문제" 또한 잘 묘사하고 있다며 선정이유를 밝혔다. 첫 작품을 선보인 김용훈 감독은 무대에 올라 "로테르담은 저에게 정말 많은 첫 순간들을 소개해줬다. 제 첫 영화제에서 첫 관객을 만났고, 첫 상을 받았다. 첫 순간들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로테르담영화제 측에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며 "로테르담을 영원히 사랑한다(I love Rotterdam forever)"를 외쳤다. 배우 전도연과 정우성이 주연을 맡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곧 2월 12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용훈 감독과 조용진 조감독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김용훈 감독 (오른쪽)과 조용진 조감독 (왼쪽)이 수상 후 무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용훈 감독과 조용진 조감독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김용훈 감독 (오른쪽)과 조용진 조감독 (왼쪽)이 수상 후 무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클레어 함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가 주는 넷팩상(NETPAC), KTH상, 한국 영화감독조합상, 시민평론가상까지 총 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은 멀리 네덜란드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작품은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 집에서 어린 남동생, 아빠와 함께 더부살이를 시작하는 사춘기 소녀 옥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도피하고자 고모도 함께 이사를 하는 가운데, 3세대가 함께 살며 겪는 소소한 일상에서의 기쁨과 힘겨운 감정을 섬세히 묘사한다.
 
무대에 오른 윤단비 감독은 "이 작품을 찍을 당시에는 이 영화가 어떤 삶을 살아갈지 전혀 예상 못했다"며 "영화가 로테르담에 초청될 때부터 영화가 자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할 일은 영화가 자기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함께 만든 배우 및 스태프와 관객 여러분들이 이 영화가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시리라 믿는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울컥한 윤단비 감독이 "아이 러브 유, 로테르담!"을 외치며 무대를 떠나는 동안, 일부 관객들은 "우리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은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은 "인간관계와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대해 사려 깊게 묘사해냄으로써 영화의 전통이라 할 수 있는 가족드라마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며 "앞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재능있는 신인감독"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고 언급했다. 배우 최정운, 양흥주, 박현영, 박승준, 김상동 등이 참여했다. 로테르담영화제는 작품을 소개한 공식 웹사이트에서 "윤단비 감독은 현대사회의 가족의 의미를 탐색하고 있는 가운데, 그 주제의식과 스타일에서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연상시킨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최정운 배우와 윤단비 감독  <남매의 여름밤>의 최정운 배우와 윤단비 감독이 수상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최정운 배우와 윤단비 감독 <남매의 여름밤>의 최정운 배우와 윤단비 감독이 수상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클레어 함

 
2004년부터 오랫동안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를 소개해온 탐스마(Gerwin Tamsma) 프로그래머는 시상식을 마친 후 가진 기자와의 짧은 인터뷰에서 "오늘 한국 영화가 좋은 결실을 맺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라며 한국 영화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로테르담영화제가 주로 선호하는 영화의 성격에 대해 "진지한 예술영화, 독립영화, 도전적인 실험영화'로 짧게 답했다.

또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스타배우들이 등장하고 장르적 요소가 다분한데 반해, <남매의 여름밤>은 한 가족의 관계와 그들 사이의 섬세한 감정을 묘사하는 독립영화로 서로 결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용훈 감독의 영화는 예술적 가치가 높지만 동시에 재미도 있다"며 "우리 영화제가 진지한 독립 예술영화를 주로 선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예산이 있고 예술적가치가 높은 주류영화에도 문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마스터클래스와 함께 <기생충> 흑백버전 월드프리미어 상영회에서 관객들과 만났던 봉준호 감독은 특유의 입담을 자랑하며 로테르담영화제 관객들이 선정하는 관객상(BankGiro Loterij Audience Award)을 받았다. 미국에서 한창 오스카 경선에 참여 중인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흑백판으로 새롭게 돌아오는 <기생충>은 2월 말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로테르담영화제는 자체내 가장 권위 있는 타이거 경쟁부문 대상 수상자에게 4만 유로, 특별심사위원상은 만유로의 상금이 지급된다고 밝혔다. 올해 경쟁부문의 최고상인 타이거상은 영화 < The Cloud in Her Room >을 연출한 중국의 신인감독 쩡 루 신유엔이 차지했다.

이외에도 비경쟁부문에 김승우 감독의 <나를 찾아줘>, 박정범 감독의 <이 세상에 없는>, 김동령 그리고 박경태 공동 감독의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가 초청되어 총 5편의 한국 영화가 선보였다. 작년 탄생 백주년을 기념한 한국 영화계는 올해 3편의 작품이 첫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기쁜 소식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가운데 앞으로도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로테르담영화제는 유럽내 5대 국제영화제 중의 하나로 2월 2일 폐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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