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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의 계절이다.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전에 무안하게 당신에게 건네는 손을 거두게 되는, 이제는 거둬들인 그 손으로 부디 창궐하는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기를 그리고 건강하기를 기도하게 되는 계절.

마스크를 쓴 채 모두가 침묵한 채 걷는다. 미세먼지 때문이 아니다. 이번엔 전염병이다. 정치권에서는 악수를 멋쩍게 거두고 눈인사를 했다는 식의 가십거리 기사가 등장한다. 매일 몇 명이 감염되고 어느 지역에서 감염자가 나왔는지 실시간으로 검색 순위에 랭크된다. 눈만 마주쳐도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식의 가짜뉴스와 명확하지 않은 감염자의 이동경로가 SNS로 무섭게 퍼져나간다.
      
바이러스의 이동경로도, 전파 속도도, 사람의 눈으로 확인 할 수 없다. 이 전장에는 탈환할 고지가 불명확하다. 그래서 우리는 마스크를 쓴 채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무장해야 한다. 바이러스라는 확실하지만, 실체가 보이지 않는 적은 잘못된 정보들과 합쳐져 더 크게 변이를 일으켜 우리 사회를 헤집어 놓는다. 그렇게 불안과 실체 없는 적들 사이에서 주저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병들어 가고 있었다.

탐욕이 부른 창궐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야기다. 이 신종 바이러스는 뱀이나 박쥐가 숙주이며 최근에는 중국 연구진에 의해 밍크가 추가 되었다. 중국에서 밍크는 합법적으로 식용 할 수 있는 '식용 허용 야생 동물'이다. 이 야생동물들의 공통점은 모두 의학적 근거 없는 미신과 전통으로 포장돼 보양식으로 둔갑되어 사람들에게 소비된다는 점이 같다. 건강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집요하고 미신은 생명력이 질기다.

무분별한 동물에 대한 인간의 탐욕과 소비가 부른 전 인류적 재앙은 이번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낙타를 격리하는 조치로 세간의 비웃음을 샀던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부터 멀게는 인류를 공포에 떨게 했던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는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의 한 종류이다. 또한 2014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든 에볼라 바이러스 또한 명확하지는 않지만 박쥐와 원숭이를 숙주로 지목하고 있다.

이들 바이러스의 공통점은 모두 인수공통감염병(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한 전염성 질병)으로 동물에 대한 탐욕이 부른 참사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사스는 초창기 야생동물거래 시장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향 고양이로부터 전파된 것으로 알았으나 현재는 박쥐가 숙주동물로 파악되고 있다).
  
대구칠성시장 불법 도살된 개들의 머리와 다리가 냉동고에 줄지어 보관되고 있다
▲ 대구칠성시장 불법 도살된 개들의 머리와 다리가 냉동고에 줄지어 보관되고 있다
ⓒ 대구동물보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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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또한 중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래 전부터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위생적 환경의 개식용 산업은 끈질기게 남아 있으며 관절에 좋다는 근거없는 정보로 고양이를 잡아 즙을 만들어 먹는다. 정력에 좋다며 뱀과 자라, 두더지와 물개까지 잡아서 즙을 만들어 먹는다.

살아 있는 곰과 노루에 빨대를 꽂고 피를 마시며 오래오래 무병장수하겠다고 한다. 음지에서 식용으로 거래되는 멧돼지, 불법으로 포획한 야생동물의 사체들이 인간에게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우스갯소리로 뉴트리아가 정력에 좋다고 알려진다면 한국의 뉴트리아는 씨가 마를 것이란 소리도 있다.
  
나비탕 길고양이를 잡아 나비탕으로 만들어 팔던 피의자
▲ 나비탕 길고양이를 잡아 나비탕으로 만들어 팔던 피의자
ⓒ K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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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더불어 사는 동물들을 무자비하게 도살하고 다른 종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로 얻은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감염병이라는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로 돌아오게 되었다. 초기방역에 실패한 우한시 사람들의 엑소더스로 인해 바이러스가 통제불능이 된 까닭이다. 그리고 중국의 대명절 기간인 춘절이 왔다(1월24일~1월30일).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시인의 시 그날의 마지막 구절이다.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오늘도 무사히 우리는 하루를 보냈다. 마스크를 끼고 손을 깨끗이 씻고 열심히 뉴스를 찾아본다. 그리고 감염의 경로와 사례와 치료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어느 한곳에선 중국인을 향한 혐오가, 또 다른 곳에선 인간에 대한 인본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얼마간 이 질병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잠잠해질 것이고 우리는 평소처럼 서로의 안부를 물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안부가 정녕 안녕하신지는 쉽게 답할 수 없다. 당신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건강을 기도하는 그 손들은 어디로 향하는가.

여전히 근거 없는 미신과 전통이 우리를 서서히 병들게 하고 있음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우리들은 건강이라는 명분아래 혹은, 잘못된 미신으로 너무 많은 동물들을 필요 이상으로 무분별하게 희생시키고 있음을 이제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건강을 기도하고 있는가.
  
우한시민 짜요 캠페인 우한시민들이 바이러스를 이겨내자며 짜요(힘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우한시민 짜요 캠페인 우한시민들이 바이러스를 이겨내자며 짜요(힘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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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시 사람들은 서로 모여서 짜요(힘내)를 외치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바이러스를 악마로 규정하고 반드시 이 싸움에서 승리하겠다고 다짐 한다. 우리나라의 어느 뉴스의 앵커는 인류는 반드시 이 질병을 정복할 것이라고, 희망찬 얼굴로 '정복'에 방점을 찍는다. 그러나 동물과 자연에 대한 '정복'에서부터 이 바이러스가 창궐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상기해야만 한다. 이러한 반성 없이는 '짜요'라는 구호는 공허하고, 통제, 검역, 방역이라는 시스템은 무용할 뿐이다.
    
시진핑 주석 시진핑 주석은 28일 중국을 방문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만나 바이러스를 악마로 규정하며 이 전쟁에서 이기겠다고 발언했다.
▲ 시진핑 주석 시진핑 주석은 28일 중국을 방문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만나 바이러스를 악마로 규정하며 이 전쟁에서 이기겠다고 발언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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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이 재난에서 무장 해제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동물에 대한 반성과 생명에 대한 존중 없이는 이 악무한의 고리를 결코 끊을 수 없다. 모두가 조금씩 병들어 있다. 그 병의 근저에는 인간의 탐욕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앞의 보이지 않는 적의 실체였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사태로 우리는 지구에 사는 일원으로서 겸허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책임져야 한다. 당장, 동물 목숨의 대가로 무병장수하려는 그릇된 당신의 욕망을 잘라라.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덧붙이는 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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