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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이 막 시작된 시기를 전후해 이를 예고하는 듯한 학술논문이 발표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영국 웨일스의 스완시 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019년 12월 19일 <지구 생태 및 생물지리학(Global Ecology and Biogeography)> 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가축의 역할 가운데 포유류에서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의 독특한 확산(Distinct spread of DNA and RNA viruses among mammals amid prominent role of domestic species)'이었다. 이 논문의 가장 중요한 결론 가운데 하나는 사람과 가축의 접촉 확대로 인해 RNA 바이러스가 전지구적 차원으로 확산 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콘스탄스 웰스 박사.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RNA 바이러스의 창궐이 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콘스탄스 웰스 박사.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RNA 바이러스의 창궐이 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 스완시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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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제가 되는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대표적인 RNA 바이러스다. 최초 감염경로가 정확히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식용 목적의 동물과 접촉한 데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스완시 대학교 콘스탄스 웰스 박사팀의 주도로 이뤄진 이 연구는 세계 각지의 바이러스 1785종과 숙주 포유류 725종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확산 경로를 파악한 것이다. 웰스 박사팀은 이들 바이러스와 숙주에 대한 기존의 다른 학자 연구들을 모아서 자신들이 만든 컴퓨터 모델로 분석했다. 바이러스를 비행기로, 숙주를 공항으로 비유하자면, 세계 여러 곳에서 비행기가 몰린 이를테면 '허브 공항'을 파악하는 동시에 각 비행기들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것이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촬영한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라는 말은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란 이름은 이 같은 외형에 따라 명명된 것이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촬영한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라는 말은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란 이름은 이 같은 외형에 따라 명명된 것이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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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이미 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졌다시피, 박쥐가 바이러스 전파에 매우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스(SARS)가 이런 예이다. 또 발굽 동물의 역할도 컸다. 메르스(MERS)가 대표적이다.

바이러스는 핵산 특징에 따라 크게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구분할 수도 있는데, 이 중에서는 RNA 바이러스의 확산이 크게 두드러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감기 바이러스나 독감 바이러스, 사스, 메르스 바이러스 등은 모두 RNA 바이러스다. 이번에 문제가 된 코로나바이러스 또한 RNA 바이러스이다.
  
가축과 인간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바이러스 확산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축과 인간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바이러스 확산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스완시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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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RNA 바이러스 중 상당수는 DNA 바이러스와 달리, 별도의 전사과정(DNA의 유전 정보가 RNA에 옮겨지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까닭에 빠른 확산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DNA 바이러스와 달리 최소 한 단계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만큼 증식이 빨리 된다는 것이다.

또 RNA 바이러스는 변신이 쉬운 특성이 있어 서로 다른 종 사이를 잘 옮겨 뛸 수 있는 확률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특정 기생체는 특정 숙주에서만 잘 증식 혹은 번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RNA 바이러스는 숙주를 훨씬 덜 가린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 연구결과 발굽이 있는 동물은 RNA 바이러스는 물론 DNA 바이러스의 전파에도 중심적 역할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낙타는 물론 소나 돼지 등이 발굽 동물인데, 이들은 대표적인 가축이지만 야생에도 이들과 형제 간이나 다름없는 들소나 멧돼지 등이 있어 사람과 야생동물 사이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가 된다는 것이다.

웰스 박사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소식이 알려지기 전 인터뷰를 통해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생존 양식과 서식처가 매우 다른 포유류 종들 사이를 건너뛸 수 있는 높은 잠재력을 RNA 바이러스가 갖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는 예측할 수 없는 신종 감염 질환의 발생이라는 측면에서 인간에게 좀 더 큰 위험을 의미한다." 웰스 박사의 이런 코멘트는 한마디로 이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과 같은 사태가 얼마든지 향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나 다름없다. 

태그:#코로나바이러스, #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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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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