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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의 수교 7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6일 저녁 완공 후 개통이 지연되고 있는 북·중 국경다리 신압록강대교에 조명이 밝혀져 있다. 최근 신압록강대교는 일요일 저녁 등에 조명을 켜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불 밝힌 신압록강대교  북한과 중국의 수교 7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6일 저녁 완공 후 개통이 지연되고 있는 북·중 국경다리 신압록강대교에 조명이 밝혀져 있다. 최근 신압록강대교는 일요일 저녁 등에 조명을 켜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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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 참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중국은 '신압록강대교'(이하 신교)를 매개로 한 북중경제협력과 동북아경제협력벨트 형성 등을 내세우며 북한(한반도)과의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몽' 실현의 일환인 일대일로 사업은 중국자본을 직접 투자해 중국과 주변 국가를 연결하는 '인프라' 건설을 주도하고, 이를 통한 원활한 에너지 수급과 무역을 이끌어 중국 경제발전을 포함한 거대 '중화경제권' 구축 전략이라고 알려졌다. 특히 중국은 현재 중앙아시아와 유럽·동남아 등 서남쪽에 치우친 해당 사업을 동북아로 확대해 태평양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반도(북한)와 중국을 연결하는 교량 건설 및 개통이 오랫동안 관심사가 돼왔다. 양국을 잇는 신교와 신두만강대교, 지안-만포 대교가 그것으로, 이중 지린성 지안과 자강도 만포를 잇는 지안-만포 대교는 완공 3년 만인 2019년 4월 초 개통돼 사용 중이다. 신교와 신두만강대교는 2014년 10월과 2016년 11월에 각각 완공됐으나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다.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신교의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2010년 12월 31일 착공한 조중협력사업으로 중국이 18억 위안의 공사비를 전액 부담해 완공된 것이다. 이후 북한이 다리로 연결되는 북한 측 도로 및 세관 공사비용을 중국에 요구했으나 중국이 이를 거절하면서 지난 5년간 개통이 미뤄져왔다.   

전문가들은 교량을 둘러싼 북·중 사이의 이런 마찰은 표면적인 것이며 북한이 '약탈적' 성격이 강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참가에 소극적인 것이 교량 개통 및 사용이 늦어지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북중무역 감소나 유엔의 대북제재 등은 교량 미개통의 주된 이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양국을 잇는 신교의 북한 측 끝 부분이 북한 내 국도와 연결된 것이 확인돼 북한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 여부에 관심 집중

최장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통일국제협력팀장은 지난 30일 통화에서 "두 달 전에 우리 연구팀이 현지답사를 갔었다"면서 "북한의 1번 국도와 연결되는 북측 도로가 완공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10일 신압록강대교 북측 끝 부분에서 약 4.5㎞ 거리에 있는 1번 국도와 연결된 도로가 위성사진상에서 포착됐다고 일제히 보도됐다. 

최장호 팀장은 "같은 맥락에서 중국 훈춘과 북한 나진을 연결하는 신두만강대교가 2019년 8월에 가운데 상판을 연결했다"면서 "현재는 운영을 안하고 있지만, 앞으로 지린성에서도 (새 교량을 통해) 북한을 오갈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해 8월 북중접경지역을 답사한 뒤 같은 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도 "신교의 경우, 2014년 완공 이후 미개통 상태로 방치돼 있었으나 최근 북한쪽 연결 도로 건설이 진행되는 등 개통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지안-만포 간에는 세관이 건설돼 있으나 현재는 물자교역보다는 북·중 간 인적 교류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한 국제경제전문가 A씨는 지난 29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별도로 북중 인프라 연결 합의가 일대일로 사업의 연장인지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현 상황에서 공식적으론 북·중 모두 일대일로 사업을 부인할 수밖에 없다, 북한 입장에선 과거의 북·중 연결 합의를 이행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2018년 10월 중국 랴오닝성은 '일대일로 성별 종합실험구 건설 총체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서남쪽에 치우친 일대일로 사업을 동북아로 돌리려는 최초의 계획이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성은 단둥-평양-서울-부산 간 철도·도로·통신망을 연결하고, 황금평·위화도 경제특구와 단둥 호시무역구를 북중무역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같은 해 6월 시진핑 주석이 랴오닝성을 현지 방문했고, 당시 시 주석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국무원은 해당 사업을 승인하지 않았다. 해당 방안의 12~17개 사업이 한반도와 연관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국무원의 미승인 사유에 대해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 일대일로 사업을 동북쪽으로 돌리면 미국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은 해당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우회전략을 썼다. 2019년 11월 랴오닝성 당서기가 평양을 방문해 인적·무역 교류, 농업교류, 민생협력, 관광협력 등 대북 맞춤형 4개항에 합의했다. A씨는 신교 개통도 당시 양국의 합의안에 포함됐을 걸로 추측했다. 같은 해 6월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신교의 연결도로와 세관 등 북측 부대시설을 전액 중국 예산(25억 위안·한화 4300억 원)으로 지원한다는 합의를 했다고 일제히 보도됐다.   

이후 실제로 북측 도로 연결 공사가 최근 마무리된 것으로 관측됐다. 문제는 전 세계 78개국이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면서 이것의 '약탈적' 성격이 서서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스리랑카가 자국의 함반토타 항구를 건설하면서 중국에 빌린 대규모 차관을 갚지 못해 99년간 항구 운영권을 양도했다. 이외에도 파키스탄·라오스·지부티·몰디브·케냐·에티오피아 등이 중국과의 불공정한 인프라 건설계약으로 큰 부채를 지는 타격을 입었고, 이에 따라 여타 국가들도 일대일로 참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국들의 경제발전을 이끌어내기보다는 막대한 빚을 지게 만들고 자국의 이득만을 챙기고 있다면서 중국을 '채무 제국주의(Debt Imperialism)'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적극 추진하면서 일대일로 저지에 나서고 있다.   

대중무역이 전체 무역량의 90%에 육박하는 등 북한이 국제경제에서 고립돼 있고, 1943년 건설된 기존 압록강대교(조중우의교)가 낡고 협소해도 북·중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량 개통에 북한이 소극적이었던 이유를 여타 국가 사례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일대일로는 아니지만 북한은 무산광산의 50년 장기채굴권 등 과거 자국 자산을 불공정 계약을 통해 중국에 넘긴 적이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A씨에 따르면 실제로 북한은 '일대일로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일대일로를 연구하겠다'는 정도 선에서 중국에 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신교 완공과 최근 도로 연결은 중국과 북한이 각자 다른 의도와 전략을 가진 '동상이몽'일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선 대중무역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도로 완공을 서둘렀을 수 있다.       

한편 이들 교량은 중국의 의도와 상관없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진행되는 중에 완공돼 실제로 활용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장호 팀장은 "초국경 인프라 개발사업은 제재 예외사업으로 규정돼 있지만 미·중 간에 갈등의 여지를 불러올 수 있어서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1차 미중통상분쟁합의안 체결 당시 트럼프가 북한을 공식적으로 2번 언급하며 제재에 대해 중국의 성실한 역할을 압박했다"면서 "당분간은 중국이 조심할 거다, 북·중 간에 비제재 품목을 수출입할 순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동맹국에게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지 말 것을 종용 중이다. 반면 중국은 한국에 일대일로에 참여하라고 지속적으로 요청 중이다. 

앞에 언급된 A씨는 "한국정부는 일대일로를 신중하게 본다는 입장인데, 북한이 일대일로에 참여해버리면 우리가 굉장히 곤란해진다"면서 "신교 연결도로 완공이 만일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이라면 한국이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진다"고 전했다. 그는 "한반도가 일대일로에 참여하면 미·중갈등의 한복판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태그:#일대일로, #중국몽, #신압록강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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