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기업은행이 풀세트 접전 끝에 인삼공사를 꺾고 승점 2점을 챙겼다.

김우재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2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2, 25-18, 18-25, 23-25, 15-11)로 승리했다. 최근 3경기에서 2승 1패로 승점 6점을 따낸 기업은행은 5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승점 차이를 3점으로 좁히며 탈꼴찌에 시동을 걸었다(6승13패).

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 어도라 어나이가 40.65%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며 서브득점 3개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33득점을 올렸고 표승주도 14득점을 기록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센터 김현정도 3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중앙을 든든히 지켰다. 그리고 이번 시즌 기업은행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선수는 프로 입단 후 첫 두 시즌 동안 기록했던 득점(98점)보다 정확히 2배의 득점(196점)을 올리고 있는 이적생 김주향이다.

한수지부터 고예림까지, V리그의 대표적인 보상선수 성공사례
 
 김주향의 팀 동료이기도 한 표승주는 보상 선수 출신으로 FA 계약까지 따낸 성공사례 중 한 명이다.

김주향의 팀 동료이기도 한 표승주는 보상 선수 출신으로 FA 계약까지 따낸 성공사례 중 한 명이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 여자부에서는 타 팀의 FA선수를 영입하면 FA 선수의 원소속 팀은 FA를 데려가는 팀으로부터 보호선수 6명(FA 이적선수 포함)을 제외한 1명을 보상선수로 지명할 수 있다. 리베로를 포함한 배구 경기의 주전 선수가 7명이기 때문에 FA를 빼앗긴 팀도 상대 팀의 주전 선수 한 명, 또는 벤치 멤버 중 가장 유능한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종목에 비해 배구에서 보상선수 성공 사례가 유난히 자주 나오는 이유다.

GS칼텍스 KIXX의 중앙을 지키고 있는 미들블로커 듀오 한수지와 김유리는 모두 보상 선수 출신이다. 2006년 GS칼텍스에 입단했다가 1년 만에 정대영(도로공사)과 이숙자의 보상 선수로 현대건설로 이적한 한수지는 2010년 다시 김사니(SBS SPORTS 해설위원)의 보상선수로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다(당시 한수지의 포지션은 세터였다). 기업은행에서 활약하던 김유리도 2017년 보상 선수 지명 후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로 이적했다.

선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주장이자 V리그를 대표하는 살림꾼인 '밍키' 황민경 역시 보상 선수 성공사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08년 프로 입단 후 8시즌 동안 도로공사에서만 활약하던 황민경은 FA를 앞둔 2016년 FA 배유나의 보상 선수로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었다. GS칼텍스에서 한 시즌 동안 쏠쏠한 활약을 펼친 황민경은 2017년5월 연봉 1억3000만 원에 현대건설과 계약한 후 세 시즌째 활약하고 있다.

'표장군' 표승주(기업은행) 역시 보상 선수 출신으로 FA계약을 만들어 낸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도로공사에 입단했다가 2014년 정대영의 보상선수로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은 표승주는 레프트와 라이트, 센터를 오가며 V리그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그리고 다재다능한 능력을 인정 받은 표승주는 작년 4월 기업은행과 연봉 1억 5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하며 프로 입단 9년 만에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했다.

작년 컵대회 MVP이자 황민경과 함께 현대건설의 왼쪽을 책임지고 있는 '밀가루공주' 고예림은 도로공사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2017년 박정아(도로공사)의 보상선수로 기업은행으로 팀을 옮겼다. 고예림은 기업은행 이적 후 이정철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공수에서 큰 발전을 이뤄냈고 작년 4월 현대건설과 1억5000만 원에 FA 계약했다. 그리고 고예림에 대한 보상선수로 기업은행에서 지명한 선수가 바로 현대건설의 유망주 김주향이다.

김희진-표승주 아팠던 기업은행에서 가장 많은 득점 올린 토종 선수
 
 이적 첫 시즌을 맞는 김주향은 이번 시즌 기업은행의 토종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이적 첫 시즌을 맞는 김주향은 이번 시즌 기업은행의 토종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청소년 대표 출신의 김주향은 광주체고 시절 레프트와 라이트는 물론 경우에 따라 센터 역할까지 소화하는 전천후 공격수로 확실한 대어가 없었던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후보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GS칼텍스는 센터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165cm의 단신 한수진을 지명했고 도로공사 역시 청소년 대표팀의 주전세터 이원정을 지명했다.

전체 3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김주향은 루키 시즌 정규리그에서 단 6경기 밖에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베키 페리의 조기 퇴출로 윙스파이커 자리에서 기회를 얻은 지난 시즌 김주향은 19.68%에 불과했던 낮은 리시브 효율에 발목이 잡히며 고유민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다. 그나마 센터 경쟁에서도 신인 정지윤에게 밀리며 사실상 벤치를 지키는 경기가 더 많았다.

기업은행 이적 후에도 김주향의 자리는 마땅치 않아 보였다. 김주향이 아무리 공격에서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어나이와 표승주, 백목화 등이 버틴 기업은행의 윙스파이커 라인업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주향은 시즌 개막 후 표승주의 부상과 김희진의 센터 변신으로 윙스파이커로 다시 기회를 얻었고 지금은 기업은행의 주전 한 자리를 무난하게 차지했다.

사실 이번 시즌 김주향의 리시브 효율은 20.27%로 지난 시즌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180cm의 좋은 신장에서 나오는 힘 있는 공격을 앞세워 35.19%의 준수한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12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는 표승주가 148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데 비해 김주향은 이번 시즌 19경기에 모두 출전해 196득점을 올렸다. 어나이(408득점)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를 기록 중인 김주향은 26일 인삼공사전에서도 16득점을 기록했다.

김주향은 박정아의 보상선수였던 고예림의 보상선수로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물론 아직 고예림의 빈자리를 완전히 메우고 있다고 보긴 힘들지만 프로 입단 후 두 시즌 동안 보여준 실망스런 활약에 비하면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배구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만 20세에 불과한 김주향이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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