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전주국제영화제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상영을 마치고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이강길 감독

2019년 전주국제영화제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상영을 마치고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이강길 감독 ⓒ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영화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과 <야만의 무기>, <살기 위하여> 등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오랜 시간 카메라를 들어왔던 이강길 감독이 설날인 25일 타계했다. 향년 53세.
 
고 이강길 감독은 1990년대부터 독립영화 활동을 시작해 부안 방사능 폐기물 반대 투쟁 현장 새만금 갯벌, 설악산 케이블카 논란 등 환경 다큐를 집중적으로 만들어 왔다. 새만금 갯벌을 10년간 밀착 취재한 <살기 위하여>(2006)는 2007년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고, 부안 방사능 폐기물 반대 투쟁을 기록한 반핵영화 <야만의 무기>(2010)는 2011 서울환경영화제 한국환경영화경선-대상 수상작이기도 했다.
 
새만금과 반핵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던 이 감독은 최근 수년 동안 설악산 케이블카 찬반 논란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춰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을 완성했다. 영화는 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고,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서도 관객들과 만났다.
 
이강길 감독은 지난 15일 전주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상영회에 참석해 관객들과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이후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갑작스레 타계하면서 독립영화인들은 안타까움과 애도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5일 상영회에서 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맡았던 황윤 감독은 "설악산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새만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그리고 마지막엔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한 메시지도 전해 주셨다"면서 "그게 마지막 상영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새만금에서 십여년 세월을 보내며 <어부로 살고 싶다> 3부작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반대운동 과정을 기록한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을 4년 만에 완성해 작년에 세상에 내놓았고 그 외에도 <십자가의 길>, <이라크에서 총을 버려라> 등 환경, 인권, 평화를 주제로 여러 편의 작품을 만든 이강길 감독님은 숱한 시간을 길에서 보내며, 삶의 터전을 빼앗긴 억울한 주민들과, 생명의 땅을 지키려는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카메라를 무기로 함께 싸운 사람"이었다고 추모했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자연과 사람의 공존을 바라는 아름다운 작품을 남기고, 가셨다"며 "지난 영화(<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가 감독님 작품에 마지막 초대가 되었다"며 비통해했다.
 
<두 개의 문>, <공동정범>을 연출한 김일란 감독은 "억울하고 쫓겨나고 파괴되는 사람들과 자연의 곁을 지키고 기록하며 삶의 의미를 남겨주셨다"고 고인을 기렸고,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도 "오랫동안 설악산 케이블카 투쟁을 다큐로 기록해 온 이강길 감독의 영원한 안식을 빌어달라"며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오늘 27일 발인한다.
 
이강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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