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헌터> 포스터

<나이트 헌터> 포스터 ⓒ 나이트헌터

 
*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최근 장르영화들의 트렌드 중 하나는 형사가 진득하게 범인을 추적하는 정통추리극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코믹, 스릴러, 액션 등 다른 장르와의 배합을 시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나이트 헌터>는 스릴러의 요소를 담고 있지만 정통추리극에 기반을 두고 이를 충실히 시행하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목재를 옮기던 트럭 위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그 시신의 정체가 여대생 연쇄 실종사건의 실종자라는 걸 알게 되면서 분위기는 심각해진다. 범인을 잡는데 집요한 면을 보이는 형사 마샬은 범인을 잡기 위해 베테랑 프로파일러 레이첼의 도움을 빌린다. 그럼에도 수사는 범인의 윤곽조차 잡기 힘들다. 그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전직 판사인 쿠퍼의 사건에서 범인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게 된 것.
 
쿠퍼는 은퇴 뒤 한때 자신이 재판을 담당했던 라라와 팀을 이뤄 채팅으로 어린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남성들에게 화학적 거세를 가한다. 작전 중 라라가 실종되고 마샬은 직감적으로 연쇄실종사건의 범인과 동일범이라 생각한다. 라라에게 심어둔 위치추격기를 바탕으로 마샬은 범인을 잡는데 성공한다. 정신이상자 시몬을 잡아들이며 끝났다 여긴 사건은 경찰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하며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다.
  
 <나이트 헌터> 스틸컷

<나이트 헌터> 스틸컷 ⓒ 조이앤시네마

 
이 작품은 정통추리극이 지닌 매력적인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 마샬은 전형적인 정의를 위해 몸을 불사르는 형사고 프로파일러 라라는 명석한 두뇌를 지니고 있지만 필요할 때 자신을 내려놓고 과감해질 수 있는 면모를 보인다. 여기에 하나 둘 베일을 벗겨나가며 사건의 진상에 다가서는 구조와 미스터리의 중심에 다가서면서 느껴지는 감정적인 격화와 긴장감이 정석적인 묘미를 준다.
 
시몬 역의 브렌단 플레처는 본인이 지닌 장점을 살리며 극적인 흥미를 더한다. <램페이지> 시리즈를 통해 사회적 약자가 울분을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광기를 힘 있게 표현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정신이상자 연기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이미지와 감정표현을 통해 심리적인 긴장감을 더욱 자극시킨다.
  
 <나이트 헌터> 스틸컷

<나이트 헌터> 스틸컷 ⓒ 조이앤시네마

 
주제의식 또한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채팅앱을 통한 무분별한 관계와 이를 범죄에 악용하려는 사람들, 그 안에서 희생자가 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보여준다. 법의 최정점에 서 있는 판사지만 범죄자들을 마음대로 처단하지 못하는 쿠퍼가 은퇴 후 자신만의 정의로 이들을 처단한다는 점과 혹시 범인이 자신의 딸을 노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집으로 달려가는 마샬의 모습은 감정적인 격화를 이끈다.
 
이런 장점을 생각했을 때 영화의 뚝심이라 할 수 있는 정통추리극에서 오는 단점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 과학수사는 높은 단계의 진보를 이뤘다. 웬만큼 정보가 보이면 이를 바탕으로 범인을 잡을 수 있다. 경찰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수사 중 범인을 놓치기 힘들 만큼 수준이 높다. 이는 보안 역시 마찬가지다. 수백 대의 CCTV를 통해 물샐 틈이 없는 보안을 이뤄낸다.
  
 <나이트 헌터> 스틸컷

<나이트 헌터> 스틸컷 ⓒ 조이앤시네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통추리극은 두 가지 방법을 통해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 첫 번째는 다른 장르와의 혼합이다. 스릴러를 통해 극적인 긴장감을 높이거나 액션을 통해 적의 파괴력을 더하며 극적인 힘을 더한다. 다만 이럴 경우 추리극이 지닌 본연의 매력은 퇴색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택하는 방법이 경찰을 다소 답답하고 아둔하게 그려내는 방법이다.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수사는 더디고 범인은 영리하게 포위망을 빠져나가는 그림이 완성된다. 정통추리극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주인공 무리가 지닌 능력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마샬을 비롯한 경찰들은 시몬에 휘둘린다. 다만 이런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본다면 사건에 베일을 서서히 벗기는 진중한 정통추리극의 매력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나이트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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