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잔자키스> 스틸컷

영화 <카잔자키스> 스틸컷 ⓒ 마노엔터테인먼트

 
영화 <카잔자키스>는 전 세계인들이 인생 책으로 꼽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전기 영화다. 카잔자키스는 신으로부터 영혼을 구원받을 게 아니라 우리가 신을 구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그리스의 시인이자 작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례적으로 그리스어를 직역으로 번역해 영화를 개봉한 점도 눈길을 끈다. 대부분의 비영어권 국가 영화들은 영어로 한번 번역한 자막을 한국어로 다시 번역해 개봉되는 데 비해, <카잔자키스>는 그리스어를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해 풍성한 언어적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생의 마지막까지 위대한 작품들이 탄생한 배경과 자유, 사랑, 우정의 동반자를 만나는 여정을 따라간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을 여행하며 자유를 누렸다. 여행을 통해 꿈을 심화하고 확장한 카잔자키스는 인생에서 중요한 건 승리가 아닌 승리를 위한 과정과 노력임을 깨닫는다. 눈부신 바다 빛과 그리스, 한 마디 한 마디가 명언 모음집인 대사, 유럽 곳곳의 고전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은 덤이다.

20세기 문학의 구도자
 
 영화 <카잔자키스> 스틸컷

영화 <카잔자키스> 스틸컷 ⓒ 마노엔터테인먼트

 
그는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20세기 문학에 지대한 발전을 끼쳐 '20세기 문학의 구도자'로 불릴 뿐만 아니라 노벨 문학상에 아홉 번이나 후보 지명되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수상이 불발된 비운의 작가다. 하지만 알베르 카뮈, 존 스타인벡, 토마스 만, 콜린 윌스의 찬사가 이어졌고 우리나라에서도 명사들이 사랑한 존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과연 그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카잔자키스는 1883년 그리스 크레타 섬 이라클리온에서 출생했다. 당시 크레타는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다. 오스만 제국의 지배하에 기독교인 박해 사건과 독립 전쟁을 겪으며 어릴 적부터 자유를 갈망했다. 그리스신화의 비극처럼 태생부터가 비극을 껴안고 시작된 치열한 투쟁이다. 크레타는 그리스 신화의 주 무대기도 하기 까닭이다. 이는 독립운동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는데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상처를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훗날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인생의 우정, 자유, 사랑  
 
 영화 <카잔자키스> 스틸컷

영화 <카잔자키스> 스틸컷 ⓒ 마노엔터테인먼트


영화는 그중에서도 카잔자키스의 인생에 변화를 준 세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낸다. 임종 1년 전에 완성한 자전적 소설 <영혼의 자서전>을 기반으로 당시를 떠올리며 추억하는 플래시백 구성을 취한다.

카잔자키스의 첫 번째 인연은 시인 '앙겔로스 시켈리아노스'다. 그와 아토스 산을 여행하며 절대자에 대한 물음과 문학적 조우를 쌓았다. 일생일대의 친구가 된 앙겔로스와는 죽을 때까지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 후 두 번째 인연 '기오르고스 조르바'를 만나게 된다. 조르바는 전쟁으로 석탄 연료가 부족해져 펠로폰네소스에서 갈탄 사업을 시작하면서 고용한 일꾼이다. 자유로운 영혼 조르바는 '인간은 본디 자유롭다'라는 인생론을 가지고 있었다. 조르바와 소통하며 심연을 직시하고 죽음에 대한 공포 또한 극복한다. 카잔자기스에게 있어 조르바는 자기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성인의 길로 안내한 사람이다. 그를 캐릭터화한 <그리스인 조르바>를 집필하게 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다.

카잔자키스의 삶에 영향을 끼친 인물로는 그리스도, 오디세우스, 부처, 조르바를 꼽을 수 있다. 어릴 적 동서양 사이에 위치한 지역에서 자란 탓에 다양한 문화에 익숙했다. 결국 불교를 접하며 <붓다>를 집필하게 된다.
 
 영화 <카잔자키스> 스틸컷

영화 <카잔자키스> 스틸컷 ⓒ 마노엔터테인먼트

 
세 번째 인연 '엘레니 사미우'를 만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써낸다. 두 번째 부인이었던 엘레니 사미우는 카잔자키스가 문학적 성취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다. 그녀와의 영(靈)적인 교감과 사랑은 작품 활동의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영화 속에서는 펜으로 쓴 작품을 타이핑하는 장면으로 카잔자키스 작품을 세상에 알린 노고를 치하했다.

그밖에 대표작인 <미할리스 대장> <최후의 유혹>은 신성모독을 이유로 그리스 교회의 금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 1955년 프랑스 앙티브에 정착했다가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중국을 다녀온 뒤 병으로 1957년 사망했다.

영화 <카잔자키스>는 좀처럼 만나볼 수 없는 그리스 영화로 낯선 연출 방식의 영화다. 병상에 누워 아내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주마등처럼 지나간 창작력과 인연을 되돌아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작들이 어떤 탄생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왔는지 알 수 있다.
 
 영화 <카잔자키스> 스틸컷

영화 <카잔자키스> 스틸컷 ⓒ 마노엔터테인먼트

 
어쩌면 때로는 위대한 작가를 설명하는데 수상 이력은 한낱 종잇장에 불과할 때가 있다. 카잔자키스는 그리스의 문학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문학을 한 단계 격상 시킨 인물이다. 또한 그가 우상으로 삼았던 조르바는 그 어떤 성인보다도 평범한 인간이지만 롤모델로 삶을 말한 신비로운 인물로 묘사된다. 참고로 영화의 감동을 이어가고 싶다면 <그리스인 조르바>와 <영혼의 자서전>을 읽어보길 바란다. 개봉은 오는 30일이다.
카잔자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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