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팬들이라면 '비운의 유망주' 그렉 오든을 기억할 것이다. 고교 시절부터 '샤킬 오닐의 체격에 데이비드 로빈슨의 기술을 겸비한 빅맨 유망주'로 엄청난 기대를 모은 오든은 오하이오 주립대 1학년 때 팀을 NCAA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오든과 함께 전체 1순위를 다퉜던 선수가 바로 두 번의 파이널 MVP에 빛나는 '득점기계' 케빈 듀란트(브루클린 네츠)였다.

오든은 듀란트를 제치고 전체 1순위로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에 지명됐지만 안타깝게도 오든은 제2의 로빈슨도, 오닐도 되지 못했다. 무릎부상으로 루키 시즌을 통째로 날려 버린 오든은 이후 세 시즌을 뛰면서 단 105경기 만에 NBA 커리어를 마쳤다. 그나마 11.1득점 8.5리바운드로 가능성을 보였던 2009-2010시즌엔 21경기 만에 무릎 부상이 재발했고 마이애미 히트에서 재기를 노렸던 2013-2014시즌에는 경기당 10분을 채 소화하지 못했다.

그리고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오든보다 15cm나 작으면서 오든과 몸무게가 거의 비슷한 신인이 12년 전의 오든처럼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그리고 오든처럼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늦게 출발한 이 선수는 팀의 45번째 경기에서 뒤늦은 데뷔전을 치러 18분 동안 3점슛 4개를 포함해 22득점을 퍼부었다. 팀의 패배 속에서도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팬들을 설레게 한 '괴물 신인' 자이언 윌리엄슨이 그 주인공이다.

구단의 철저한 관리 속에 혹사를 막을 수 있었던 슈퍼 루키들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 이내의 지명을 받고 NBA에 입단한 선수들은 대부분 대학무대를 지배했던 선수들이다. 대학 시절 활약이 좋았다는 것은 그만큼 부상 위험이 높았다는 뜻이기도 하고 이는 프로 입단 후 잦은 부상과 실망스러운 활약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1999-2000시즌부터 2018-2019시즌까지 지난 20년 동안 그 해 1순위 출신 신인왕이 5명(르브론 제임스, 데릭 로즈, 카이리 어빙, 앤드류 위긴스, 칼 앤서니 타운스)에 불과했던 이유다.

따라서 최근엔 각 구단들이 1순위로 지명한 슈퍼루키들을 철저하게 관리해 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LA클리퍼스에 지명됐던 블레이크 그리핀(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은 시범경기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으며 루키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하지만 2010-2011시즌 뒤늦게 데뷔한 그리핀은 22.5득점 12.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2012년 켄터키 대학을 NCAA 우승으로 이끌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로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갈매기' 앤서니 데이비스(LA 레이커스)도 시작은 썩 화려하지 않았다. 루키 시즌부터 뇌진탕과 발목 부상으로 18경기에 결장한 데이비스는 프로 첫 시즌 13.5득점 8.2리바운드 1.4블록슛을 기록했다. '완성형 빅맨'이라던 데이비스의 성적이 평범했던 이유는 구단에서 데이비스의 출전시간을 30분 미만으로 조절해줬기 때문이다.

유망주 관리에 가장 철저히 신경을 쓴 구단은 '묻지마 탱킹'을 통해 네 시즌 연속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확보했던 필라델피아 76ers였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지명한 센터 조엘 엠비드는 오른발 피로골절로 두 번이나 수술을 받으며 NBA 데뷔가 2년이나 늦어졌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인내를 가지고 엠비드의 부상 회복을 기다렸고 엠비드는 오늘날 동부 컨퍼런스를 대표하는 최고의 센터로 성장했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 선수 벤 시몬스는 시즌을 준비하다가 발목을 다쳤고 필라델피아 구단에서는 일찌감치 시몬스의 '시즌 아웃'을 선언했다. 재활 속도에 따라 시즌 후반기 출전도 가능했지만 필라델피아는 시몬스의 완벽한 회복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2017-2018시즌 15.8득점 8.1리바운드 8.2어시스트를 기록한 시몬스는 필라델피아를 플레이오프로 이끌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예정보다 2배 이상 걸린 재활, 예상보다 훨씬 놀라운 데뷔전
 
 듀크 대학교 자이언 윌리엄슨은 유력한 NBA 신인드래프트 1순위 후보다.

자이언 윌리엄슨의 듀크 대학교 선수 시절의 모습. ⓒ 자이온 윌리엄슨 인스타그램

 
윌리엄슨은 '르브론 이후 최고의 재능', '찰스 바클리 이후 가장 뛰어난 단신 파워 포워드'라는 평가 속에 전체 1순위로 뉴올리언스에 지명됐다. 데이비스를 레이커스로 보낸 뉴올리언스가 곧바로 데이비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슈퍼스타 후보를 지명한 것이다. 여기에 데이비스의 반대급부로 영입한 론조 볼과 브랜든 잉그램 같은 유망주들의 성장 속도에 따라 뉴올리언스는 짧은 기간 안에 젊은 강호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198cm 129kg의 거구 윌리엄슨은 서머리그에서 무릎을 다쳐 두 달 정도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뉴올리언스는 윌리엄슨에게 예정된 두 달보다 2배 이상 많은 4개월의 시간을 줬고 윌리엄슨은 1월 23일(이하 한국시각)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홈경기를 통해 NBA 데뷔전을 치렀다. 윌리엄슨의 데뷔전은 미국 현지에서 전국방송으로 긴급편성될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경기 시작과 동시에 실책을 저지른 윌리엄슨은 3쿼터까지 단 5득점에 그쳤다. 부상 후유증 때문인지 신인의 미숙함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윌리엄슨의 플레이는 '제2의 찰스 바클리'나 '괴물 신인' 같은 화려한 수식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특히 부정확한 자유투는 현역 시절의 샤킬 오닐이나 현재의 디안드레 조던(브루클린)을 연상케 했을 정도. 하지만 3쿼터까지 느꼈던 뉴올리언스 팬들의 실망은 4쿼터 시작과 함께 환호로 바뀌었다.

윌리엄슨은 4쿼터 9분부터 5분까지 약 4분의 시간 동안 무려 17점을 쏟아부으며 뉴올리언스의 추격전을 주도했다. 특히 듀크대 시절 3점슛 성공률이 33.8%에 불과했던 윌리엄슨은 이날 4개의 3점슛을 시도해 모두 림을 통과시켰다. 단 18분 18초만 소화한 윌리엄슨은 22득점 7리바운드로 잉그램과 함께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비록 팀은 샌안토니오에 117-121로 패했지만 윌리엄슨이 보여준 기량은 홈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이제 막 데뷔전을 치렀을 뿐이지만 윌리엄슨이 코트에 있을 때 뉴올리언스가 어떤 효과를 누릴 수 있는지는 이미 충분히 확인됐다. 하지만 뉴올리언스 구단과 앨빈 젠트리 감독은 잔여 시즌 동안 윌리엄슨의 부상재발을 막기 위해 출전 시간을 철저히 관리해 줄 예정이다. 윌리엄슨은 데이비스가 떠난 뉴올리언스의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할 주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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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자이언 윌리엄슨 데뷔전 괴물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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