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베르토 라모스 ⓒ 앨버커키 아이소톱스 홈페이지
외국인 타자 영입에 어려움을 겪던 프로야구 LG가 로베르토 라모스 영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현지 기자들의 SNS 등에 따르면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산하 마이너리그(AAA) 1루수로 활약중인 라모스가 LG와 계약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구단 측은 "라모스가 유력 후보이며 구단과 이적료, 선수와 연봉 합의가 거의 다 된 상황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콜로라도 측이 라모스를 웨이버 신분으로 공시할 경우 바로 확정될 전망이다.
그동안 소사, 윌슨, 켈리, 허프 등 수준급 투수들을 영입해 재미를 봤던 LG였지만 외국인 타자에 관해선 정반대로 오랜기간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지난 2014년 외국인 선수 보유 확대로 인해 KBO 각 구단마다 한명씩 외국인 타자 영입이 재개되었지만 3루수 루이스 히메네스(2015년 중도 영입~2017년 부상으로 중도 퇴출)를 제외하면 최소 1시즌을 뛴 LG의 외국인 타자는 전무했다.
MLB 경력자였던 잭 한나한 (2015년), 아도니스 가르시아(2018년), 토미 조셉(2019년)은 좋은 실력을 갖췄지만 부상으로 중도 이탈하고 말았고 대체 선수로 영입된 브래드 스나이더(2014년), 카를로스 페게로(2019년)는 시즌 막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긴 했지만 재계약에 성공하진 못했다. 역시 시즌 중간 합류했던 MLB 출신 제임스 로니(2017년)는 소위 "야반도주"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매년 잠깐이나마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본 야수들을 데려온 것과 비교하면 라모스는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비춰진다. LG로선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긴 했지만 아직까진 MLB 문턱을 넘지 못한 1994년생 비교적 젊은 선수를 물색해 변화를 도모했다.
LG가 오매불망 찾던 1루수
지난 몇년 사이 LG는 1루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외국인 선수 공백 속에 2018년엔 3루수 양석환(군복무중)과 좌익수 김현수가 자리를 메웠고 지난해에도 김현수의 "1루 알바" 기용은 계속되었다. 이 과정에서 김현수는 부상(2018년), 부진(2019년)을 겪으며 제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백업 1루수 김용의는 안정적인 수비에 비해 3시즌 연속 무홈런이 말해주듯 공격력과는 거리가 멀었고 장거리포 홈런으로 잠시 눈도장을 찍었던 페게로는 부실한 수비력과 왼손 투수 상대 극심한 약점을 노출하며 원할한 선수 기용에 제약을 가하기도 했다.
비교적 넉넉한 외야자원에 비해 빈약한 1루를 메우기 위해 LG는 그동안 미국 주요 구단 AAA와 MLB 문턱에 걸쳐있는 1루수 자원을 접촉했지만 거액 이적료 요구, 타팀 트레이드, 40인 엔트리 합류 등으로 대부분 무산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일단 전업 1루수 자원인 라모스 영입을 사실상 확정지으면서 그간의 고민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좌타자 중심의 타선인 LG로선 강력한 힘을 보유한 4번 타순 우타자가 필요했지만 라모스는 좌타자라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을 드러낸다. 그리고 MLB 경력이 전혀 없다는 점 역시 물음표를 자아내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라모스의 각종 기록을 살펴보면 충분히 LG가 선택할 만한 요소가 많다는 점을 엿볼수 있다.
또 좌타자 vs. 성장세 보이는 젊은 타자
라모스는 앨버커키 아이소톱스 소속으로 타율 0.309, 출루율 0.400, 장타율 0.587 (OPS 0.980)을 기록하며 30홈런 100타점의 괴력을 보여줬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 및 공인구 반발력의 영향이 없지 않지만 원정 경기 OPS 0.951로 안방을 벗어난 무대에서도 안정적인 공격력을 발휘했다. 좌타자 특유의 약점인 좌투수 상대 고전은 라모스 역시 예외는 아니었지만 좌완 상대 OPS 0.793 (우완 상대 1.049)를 기록, 마냥 약하지만 않은 모습도 보여줬다.
라모스의 최근 기록 중 흥미를 끄는 대목은 매년 성장세를 나타내는 타자라는 점이다. 2017년 싱글 A, 2018년 더블A(AA), 2019년 트리플A(AAA)라 순차적으로 상위 리그로 진출한 것 뿐만 아니라 주요 성적 역시 좋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2017년 13홈런 68타점 --> 2019년 30홈런 100타점)
크게 치는 타자 답게 삼진도 많이 당하는 편이지만 2017년 1:3 비율의 볼넷 대 삼진 비율은 지난해 1:2.3 수준으로 조정되었고 타석당 볼넷 획득 역시 2017년 7.8%에서 2018년 11.4%, 2019년 12.1% 등 매년 향상되고 있다. 홈런 타자지만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스타일이 아니라 좌측과 중간으로도 골고루 배분하는 스프레이형 타구 방향(좌 3 : 중 3 : 우 4 비율)을 기록중이며 라인드라이브 성향의 타구(26.8%, 리그 6위) 성향을 나타낸다.
연봉 총액 100만달러 상한선으로 인해 신규 선수 영입이 쉽지 않은 시점에선 라모스처럼 MLB 비경험자의 선택은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는 데다 지난해 AAA 무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기에 한국 무대에서의 선전을 기대해 봄직하다. 만 26살(1994년생)으로 아직 메이저리그 입성의 꿈을 포기하기엔 이른 라모스로서도 한국 야구 도전은 충분히 동기 부여가 될 만 하다.
지난해 4위를 넘어선 성적 달성이 LG에겐 그 무엇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그동안의 숙원이던 1루수 거포 자리를 라모스가 메워준다면 2020년 LG로선 충분히 대반격의 시즌을 기대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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