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틸에 성공한 두산 오재원

두산 오재원이 기뻐하는 모습. ⓒ 두산 베어스

 
한국시리즈 챔피언 두산의 캡틴 오재원이 팀에 잔류했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22일 보도 자료를 통해 FA자격을 얻은 내야수 오재원과 계약기간 3년 총액 19억 원(계약금 4억+연봉 3억+인센티브 6억)에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지난 15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창단 기념식에서 아직 두산과 계약을 맺지 않은 오재원에게 "2020년 주장을 맡기겠다"고 밝히며 오재원과 두산 구단이 잔류에 합의했다는 '힌트'를 준 바 있다.

오재원은 작년 시즌 98경기에 출전해 타율 .164 3홈런 18타점 30득점 6도루로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0타수 5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오재원은 계약을 마친 후 "주장으로서 올해도 책임감을 갖고 후배들을 이끌겠다"면서 "개인 성적도 끌어올려 한국시리즈 2연패에 힘을 보태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등번호 교체와 타격폼 수정은 오재원의 운명?
 
 다시 한번 FA 자격을 취득하게 되는 오재원

오재원이 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2007년 입단 당시 48번을 달았던 오재원은 7번, 53번, 97번, 17번, 24번으로 프로 데뷔 후 무려 6개의 등번호를 달았다. 자주 팀을 옮기는 선수라면 몰라도 2007년 두산 입단 후 10년 넘게 한 팀에서만 뛰고 있는 프랜차이즈 선수가 이토록 등번호를 자주 바꾸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일부 야구팬들은 두산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오재원의 유니폼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구단 마케팅팀의 전략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오재원에게 있어 등번호 만큼 자주 바뀌는 것이 바로 타격폼이다. 아직 프로에 적응하지 못한 신인급 타자들이면 몰라도 오재원 정도 되는 중고참 선수라면 타격코치들조차 선수의 타격폼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 수년 간 익숙했던 타격폼을 바꿨다간 자칫 그 선수가 수년간 써오며 익숙해진 리듬과 감각이 완전히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재원의 경우엔 자신의 타격폼을 수정하는 모험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발의 위치를 넓혔다가 좁히기도 하고 배트를 세웠다가 눕히기도 한다. 2013 시즌을 앞두고는 장타력 향상을 위해 10kg 이상 몸무게를 늘리고 근육량을 키우는 이른바 '벌크업'을 시도하기도 했다(하지만 오재원은 그 해 113경기에서 7홈런에 그치며 '벌크업'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다).

물론 오재원도 박용택(LG트윈스)이나 최형우(KIA 타이거즈)처럼 매 시즌 3할 타율을 보장하는 강타자였다면 이런 잦은 변화는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재원은 2014년(타율 .318)을 제외하면 3할 타율을 넘긴 적이 없다. 특히 2017시즌엔 타율 .237 79안타로 주전 도약 후 가장 부진한 성적에 머물렀다. 팀 내에 최주환이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생긴 만큼 오재원은 더욱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오재원은 2017시즌이 끝난 후 비시즌 동안 사비를 투자해 대니얼 머피(콜로라도 로키스), 저스틴 터너(LA 다저스) 같은 메이저리그의 강타자들을 지도했던 '재야의 타격고수' 덕 래타 코치에게 레슨을 받았다. 프로 12년 차의 베테랑 선수가 자신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해외에서 개인 과외를 받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kt 위즈의 황재균 역시 비시즌 기간 래타 코치의 지도를 받은 바 있다).

데뷔 후 가장 부진했지만... 3년 보장 13억 포함 19억 계약

래타 코치에게 받은 과외의 효과는 곧바로 오재원의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이어졌다. 그는 2018년 시즌 132경기에 출전해 타율 .313 15홈런 81타점 78득점 15도루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2014년을 정점으로 3년 연속 성적이 하락하던 오재원이 2018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낸 것이다.

래타 코치의 과외 효과를 톡톡히 누린 오재원은 작년 시즌을 앞두고도 오재일, 정진호(한화 이글스) 등 팀 동료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래타 코치에게 또다시 트레이닝을 받았다. 하지만 오재원은 작년 시즌 98경기에서 타율 .164 3홈런 18타점 30득점 6도루로 처참한 추락을 경험했다. 생애 두 번째 FA를 앞둔 시즌이었기 때문에 오재원의 부진은 더욱 뼈아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주자 및 대수비 요원, 그리고 주장 프리미엄 덕분에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된 오재원은 한국시리즈를 통해 명예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2차전에서 대타로 출전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2루타를 때린 오재원은 선발 출전한 4차전에서 연장 10회 결승득점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으로 경기 MVP에 선정됐다. 정규리그의 부진을 한국시리즈 맹활약을 통해 만회한 기분 좋은 반전드라마였다.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오재원에 대한 평가는 반으로 갈렸다. 워낙 부진했던 시즌을 보낸 오재원이기에 1+1년 10억 이하의 계약이 어울린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주장으로서의 리더십과 한국시리즈에서의 맹활약,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고려해 프랜차이즈 스타의 자존심을 세워줘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두산 구단은 오재원에게 3년 보장액 13억, 총액 19억 원을 안기며 캡틴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쪽을 선택했다.
 
오재원은 2015년 처음 주장을 맡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2017년에도 김재호, 김재환에 이어 가을야구를 앞두고 주장 자리를 맡았다. 그리고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주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그리고 오재원이 주장을 맡았던 4번의 시즌 동안 두산은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그중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김태형 감독이 베어스 역사상 최고의 캡틴 오재원에게 3년 연속 주장 자리를 맡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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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오재원 캡틴 FA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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