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NC 다이노스는 FA 포수 김태군과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4년 계약으로 최대 13억 원 규모의 계약이다. NC는 지난 해 겨울 양의지와 125억 원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서 2년 연속 포수 자원을 확보했다.

사실 FA 시장의 상황이 이렇게 흐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김태군이 2017 시즌을 마친 뒤 군 복무를 수행하기 위해 NC를 잠시 떠났는데, 주전 포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NC는 2018년 리그 최하위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김태군이 전역하고 NC로 돌아가는 데 1년의 시간이 남은 시점에서 감독과 단장이 모두 교체된 NC는 마냥 김태군을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결국 NC는 김태군의 전역을 1년도 안 남긴 시점에서 FA 시장에 나왔던 양의지를 영입했다.

군대 다녀왔더니... 선배에게 주전 내준 김태군
 
 NC 김태군(오른쪽)

NC 김태군(오른쪽) ⓒ 연합뉴스

 
1989년 12월 30일 생의 김태군은 부산 출신으로 2008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3라운드 17순위로 LG 트윈스에 지명됐다. 2008 시즌부터 2012 시즌까지 LG 소속으로 있었다가 당시 신생 팀인 NC에 의해 특별 지명을 받고 주전 포수의 기회를 얻었다.

NC의 첫 시즌부터 주전 포수로 활약한 김태군은 2014년 타율 0.262를 기록하며 수비 뿐만 아니라 타격에 있어서도 큰 발전을 보였다. 2015년에는 144경기를 모두 출전하는 철인의 모습을 보였으며, 2016년에는 소속팀 NC의 첫 한국 시리즈 진출에도 기여했다.

2017년에 132경기에 출전하여 0.265의 타율을 기록했던 김태군은 2018 시즌과 2019 시즌 경찰청 소속으로 군 복무를 수행했다. 2019 시즌을 끝으로 경찰청 야구단이 해체되었기 때문에 김태군이 경찰청 야구단에 입단(의무경찰 356기)한 시기가 마지막 모집 시기였다.

김태군이 입대하게 되면서 NC는 고민에 빠졌다. 김태우, 박광열 그리고 마이너리그 경험을 쌓았던 신진호 등이 있었지만 당장 주전 포수의 역할을 충분히 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필이면 김태군이 입대하던 타이밍에 베테랑 용덕한(현 NC 다이노스 배터리코치)도 계약을 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2018년 NC는 유영준 감독대행 체제에서 김형준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그러나 그 역시 김태군의 빈 자리를 메우기에는 부족했다. 김태군의 전역 예정일이 2019년 9월 6일에서 8월 12일로 앞당겨진 것이 그나마 NC에게는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그런데 NC는 마냥 김태군을 기다릴 수 없었고, 2019 FA 시장에서 포수 최대어였던 양의지를 영입했다. 김태군이 군대 다녀오는 사이 주전 포수자리는 김태군이 아닌 양의지의 자리였고, 김태군은 전역 직후 백업 포수가 됐다.

전역 직후 FA 자격 획득, 너무나 추웠던 FA 시장

전역 시점에서 김태군은 FA 자격을 얻기 위한 서비스 타임 9시즌까지 단 34일 만이 남았다. 2019년 8월 17일부터 NC의 1군 엔트리에 포함된 김태군은 주로 이재학의 전담 포수로 출전하면서 서비스 타임 34일을 채웠다.

어떻게 우여곡절 끝에 FA 자격은 얻었지만, NC의 팀 사정 때문에 김태군은 주전 포수로서의 가치를 보여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필 경찰청 야구단의 해체 과정으로 인하여 실전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1년 차이로 FA 계약을 맺은 양의지가 팀에 합류하면서 김태군은 양의지가 부상으로 긴 시간 자리를 비우지 않는 한 NC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기 힘들어졌다. NC가 김형준, 윤수강, 정범모 등을 육성하고 있어서 김태군의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포수 FA 시장에서 일단 이지영이 키움 히어로즈와 재계약을 맺었다. 강민호를 삼성 라이온즈로 떠나 보낸 이후 주전 포수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선수가 없었던 롯데 자이언츠 정도가 김태군을 잡을 만한 유력 팀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롯데는 FA 시장이 아닌 트레이드 시장을 선택했다. 한화 이글스에서 지성준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포수 영입에서 손을 뗀 것이다. 다른 팀에서도 포수 자원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관심이 없었다.

연 2억3천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사실상의 삭감 계약

결국 김태군은 2020년 1월 18일 NC와 4년 재계약했다. 계약금 1억 원이며, 연봉은 연당 2억 원씩 총 9억 원이 보장 금액이다. 각종 옵션 금액이 4억 원으로 이 옵션을 모두 채울 경우 13억 원을 받는 계약이다.

김태군이 NC의 주전을 맡았던 2017년 연봉이 2억 3천만원이었다. 그 점을 감안하면 김태군은 사실상 연봉 삭감으로 계약한 것이다. 연봉으로만 따지자면 김태군에게는 아쉬울 수 밖에 없는 계약이다. 물론 출전 경기가 많아진다면 옵션을 챙길 순 있다.

그러나 김태군의 군 입대 전과 전역 후의 NC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김태군이 입대할 때까지만 해도 NC는 당장 김태군의 빈 자리를 메울 포수가 누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고, 결국 그 여파를 1년 동안 뼈저리게 느꼈다.

그 타이밍에 양의지가 FA로 NC에 합류하게 되었고, NC는 차마 2년까지 기다릴 수 없었을 뿐이다. 양의지가 아직 건재하며 그의 계약이 3년이나 더 남은 상황에서 김태군을 주전 포수 자원으로 계약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FA 시장의 분위기가 예년보다 평균 금액이 크게 삭감된 점까지 겹쳤다.

양의지가 NC가 아닌 다른 팀으로 갔다면, 아니면 양의지의 기량이 하락하는 조짐이 보인다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었다. 김태군에게 포수 역할을 집중적으로 맡기고 양의지는 지명타자 출전 빈도를 늘리며 타격에 집중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987년 생의 양의지는 2019년 리그 타격왕을 차지할 정도로 그 기량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2020년 양의지는 NC의 주장으로 선출된 상황이다. 4번타자에 주전 포수에 주장까지 NC에서 현재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불안한 미래, 김태군 붙잡은 NC의 속사정

결국 NC는 2년 터울의 양의지와 김태군 두 포수를 모두 붙잡았다. 양의지는 현재 KBO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수이고, 김태군 역시 NC의 첫 시즌인 2013년부터 군 입대 전까지 꾸준히 주전 역할을 맡았다. 경찰청에서 실전 기회가 적었던 점을 극복만 한다면 충분히 주전을 맡을 선수다.

사실 NC가 주전급 포수를 2명이나 붙잡고 있는 것은 그만한 속사정이 있다. 양의지나 김태군 둘 중 1명이라도 빠지더라도 NC의 포수 자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많은 자원들 중에서 주전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포수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이너리그 경험을 쌓고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NC에 입단한 신진호는 포수 성장에 있어 한계에 부딪혔고, 결국 2019년에 투수로 전향하게 됐다. 1987년생의 포수 정범모 역시 양의지와 동갑이고 김태군보다 나이가 많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NC는 미래 주전 포수 자원으로 2018년부터 NC에서 활약한 1999년생 포수 김형준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김형준은 향후 군 복무 계획까지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 2년의 공백이 있을 예정으로 그가 자리를 잡으려면 다른 선수들이 자리를 채워 줄 시간이 필요하다.

양의지가 FA 계약 첫 해에 타격왕을 차지할 정도로 절정의 기량을 유지했다고는 하지만, 야구에서 신체적으로 가장 힘든 포수인 만큼 그의 몸 상태가 언제 하향 곡선으로 접어들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NC는 다른 팀에서 충분히 주전을 맡을 수 있는 포수 자원을 제2포수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김형준의 기량이 빠르게 성장하고 군 복무 문제도 큰 문제 없이 해결한다면 그 이후 김태군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 줄 방법도 있다. 비록 백업 포수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수비 능력에 있어서는 충분히 주전에 밀리지 않는 만큼 향후 포수 자원이 급한 다른 팀과의 트레이드도 논의할 수 있다. 연봉이 그리 많지 않아 상대 팀에서 트레이드 대상 선수를 내주는 데 부담을 덜 수도 있다.

일단 NC는 국가대표 이력을 갖춘 포수 2명에 미래의 주전 포수 자원까지 총 3명의 1군급 포수 자원을 보유한 채로 2020 시즌을 맞게 됐다. 다른 팀에 비해 포수 자원이 넉넉해진 NC가 향후 각종 고민거리들을 어떻게 해결해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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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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