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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9일 뮌헨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신속한 기후위기 대응책을 요구하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 뮌헨 기후위기 집회 2019년 11월 29일 뮌헨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신속한 기후위기 대응책을 요구하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 Munchen Muss Handeln(Guenther Straus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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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 해 독일사회를 관통한 키워드는 '기후위기'였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일인시위 영향으로 전 세계를 휩쓴 '미래를 위한 금요일 결석 시위(FFF, Fridays For Future)'는 독일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독일의 주요 도시에서는 일 년 넘게 매주 금요일 정기집회, 격달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또 이 학생운동을 계기로 '미래를 위한 과학자들', '미래를 위한 예술가들', '미래를 위한 부모들', '미래를 위한 사업가들', '미래를 위한 심리학자들' 등 수많은 기후위기 관련 그룹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 여름 생긴 뮌헨의 '미래를 위한 대학생들(Students for future)' 모임은 정기집회 이외에도, 매주 목요일 기후카페(Climate Café)라고 불리는 정기모임에서 기후위기와 정책에 대해 자유로이 토론하고, 매주 수요일 총회를 통해 전반적인 운동에 대해 같이 기획하며 고민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런 단체들 중 '미래를 위한 교회들'은 대규모 종교기관들의 연합체로서 회원의 90%를 독일 종교기관이 차지해 주목할 만하다. 특히 기후정의를 위한 신구교네트워크(Ecumenical Network on Climate Justice)는 60여 개 이상의 개신교 및 카톨릭 연합체가 학생들의 FFF운동에 대한 연대 및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독일은 초·중·고등학교에서 종교수업을 신청할 수 있을 뿐더러, 개신교 및 카톨릭 종교단체에 속한 국민들은 납세시 종교세를 내도록 되어 있다. 물론 개인이 원치 않는 경우 취소조치는 가능하다. 정부는 이렇게 거둔 세금수입으로 각종 종교기관에 재정지원도 하는데, 이는 유치원 및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종교단체들이 많은 독일사회의 독특한 특성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종교의 영향력이 유럽의 타국가에 비해 강한 색채를 지니는 독일은 환경운동에서도 종교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2019년 9월 13일, Fridays for Future 뮌헨지부는 '미래를 위한 부모들' 뮌헨지부와 함께 교회연합체에 환경위기 대응책으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FFF를 전적으로 지원할 것, 환경위기에 관해 목회자와 신도를 교육할 것, 교회소유의 자산을 친환경으로 재설계할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은 공식 요청서에서 "과학자들은 우리가 현 기후위기에 무위로 일관한다면 30년 후에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이는 집단자살 시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요구사항을 직접 고안해낸 학생들 중 한 명인 레온하드(Leonhard) 활동가를 2019년 12월 마지막 '미래를 위한 금요일' 집회에서 만났다. 뮌헨공대에서 태양에너지보존을 연구하는 레온하드 활동가는 현재 뮌헨지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지난 2014년 당시 17세였던 그는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청년 활동가로 가입하며 그간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왔다.

아래 내용은 집회 당시 인터뷰 및 연말연시 그와 꾸준히 나눴던 대화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독일 교회들, 기후위기에 관한 환경설교 하기도"
     
뮌헨공대에서 태양에너지보존을 연구하는 레온하드(Leonhard) 활동가는 현재 Fridays For Future 뮌헨지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당시 17세였던 그는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청년 활동가로 가입하며 그간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왔다.
▲ 뮌헨의 레온하드 (Leonhard) 활동가 뮌헨공대에서 태양에너지보존을 연구하는 레온하드(Leonhard) 활동가는 현재 Fridays For Future 뮌헨지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당시 17세였던 그는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청년 활동가로 가입하며 그간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왔다.
ⓒ 클레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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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히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우리 가족들은 오랫동안 그린피스를 지원해왔고, 자연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2014년 그린피스 청년액션그룹의 한 활동가를 만났고 함께 활동하게 되었다."

- 현재 뮌헨 'Fridays For Future'에서 맡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저는 개신교인이지만 딱히 '미래를 위한 교회들'에 속하진 않는다. FFF회원으로서, 이 교회 네트워크에게 제시했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만들었고 이들과 소통하는 일을 했다."

- '미래를 위한 교회들'은 대체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현재 60여 개 이상의 개신교 및 카톨릭 성당들의 연합체로 이뤄졌고, 뮌헨뿐만 아니라 독일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미래를 위한 교회들' 네트워크는 2009년 창립한 '기후정의를 위한 교회들(Churches For Climate Justice)'의 일부분으로, 학생들의 기후정의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교회건물에 지지 현수막을 내걸거나, 격달 대규모 집회가 열릴 때 많은 교회가 종을 울려 알리기도 한다. 현재의 위급함을 강조하기 위해 5분 전 12시에 종을 울린다. 이는 심판의 날을 상징하는 것이다."

- 현재 독일 내 많은 교회 목회자들이 기후위기 주제를 설교내용에 포함시키고 있나?
"각 종교단체마다 상황이 다르다. 일반 설교가 끝나고 추가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가끔 기후정의나 기후위기에 관한 '환경설교'를 하기도 한다."

- 최근 종교기관이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보는지. 
"흠... 전반적으로 보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Fridays For Future는 독일 연방정부에 6개 요구를 제시했고, 절반은 2019년까지 이행해야 했다. 이런 우리의 요구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미래를 위한 교회들'에게 공식적으로 요구한 사항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크게 보면 5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Fridays For Future의 정부 요구에 대한 전적인 지원이다. 교회가 독일 행정부나 입법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 두 가지 사항은 교회의 교육자로서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교회연합체는 기후위기에 대해 목회자들 및 신도들을 교육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목회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할 것, 목회자들은 환경설교를 정기적으로 할 것과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종교수업에서 기후위기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거나 강조할 것이다.

또한 교회가 교육뿐만 아니라 기후정의에 맞게 스스로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교회가 소유한 건물을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단열성능을 개선할 것, 교회 소유의 숲을 재식림(再植林)할 것, 목회자들의 차량은 저탄소나 전기차를 사용할 것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재정이 탄탄한 카톨릭교단에게 친환경 투자를 요구했다. 즉, 이는 화석연료를 생산하며 환경오염에 피해를 끼치는 모든 투자에서 돈을 회수한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학생들의 요구에는 국내여행시 항공기 사용을 절제할 것, 교회의 각종 공식행사의 음식은 가능하면 채식과 비건으로 할 것, 격달 대규모 집회가 열릴 때마다 교회 종을 울려 홍보할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라는 주제에 중심을 두고 재생에너지 및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있는 기관투자자들을 위한 투자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https://www.iigcc.org/,  뮌헨 FFF 학생들의 요구 전문 https://fff-muc.de/forderungen-churches-for-future.pdf... 기자 주)

- 이에 대한 교회들의 반응은 어떤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종교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는 이들도 있고 비용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들이 동의한다고 해도 실천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우리는 교회에게 추천 내지는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의 운동이 사회와 시민들 변화시키고 있어"
 
'미래를 위한 과학자들(Scientists For Future)' 뮌헨 회원이 깃발을 들며 기후위기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 미래를 위한 과학자들 "미래를 위한 과학자들(Scientists For Future)" 뮌헨 회원이 깃발을 들며 기후위기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 클레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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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석연료산업이 청소년 활동가들을 포섭 회유하려는 국제적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이 있는지. 
"물론 기업의 취업 제안이나 돈에 현혹되는 이들도 있고, 자신들이 환경보호에 애쓴다고 주장하는 기업의 허위광고를 믿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 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 우리 FFF는 집회 관련 시민들의 기부는 받지만, 활동가 개인은 받지 않고 있다."

- 457개 단체로 구성된 '뮌헨은 행동해야 한다(München Muss Handeln)' 네트워크는 효과적인 연대방법이라고 여기나.
"물론이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정당들과 직접 미팅을 했었다.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감정의 골과 의견 차이를 줄이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함께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는데 효과가 있어 보인다."

(뮌헨에서는 금년 3월 15일 시의회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해 현지의 다수 환경-인권단체 및 사기업이 대규모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이 네트워크는 현지 FFF 학생들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제작한 32개 요구사항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뮌헨시당국에게 2022년까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2020년부터 신건축물에 태양에너지 시스템 설치의무화, 2025년까지 도심전역을 '차없는 지역'으로 변경하는 등, 구체적인 시한과 요구를 제시하고 있다... 기자 주)

- FFF 뮌헨모임 내 이견이 있을 때는 어떻게 조율하나.
"우리 모임은 위계가 없고 아주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평가한다. 3개월마다 다른 지역에 뮌헨지부를 대표할 수 있는 학생을 투표를 통해 선발한다. 모든 회원이 같은 발언권과 권리를 지닌다. 총회를 통해 결정을 하고, 안건이 급한 경우는 온라인으로 소통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은 각기 다르지만, 기후위기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활동하고 있으니 최대한 협력하려고 한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하다."

- 재생에너지가 본인의 전공인데, 어떤 재생에너지가 최적의 대안이라고 여기는지. 
"일단, 논란이 많은 원자력은 경제적이지 않아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력, 태양, 풍력, 지열에너지뿐만 아니라 생물 자원(biomass, 에너지원으로서의 생물체와 그 배출물의 총체)도 바람직하다. 기후위기를 위한 해결책은 백프로 재생에너지 사용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뮌헨은 지열에너지에 아주 적합한 도시다."
 
2019년 12월, 뮌헨 Fridays For Future 기후위기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뮌헨 Fridays For Future 기후위기 집회 2019년 12월, 뮌헨 Fridays For Future 기후위기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클레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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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학생들의 운동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하는지.
"오랫동안 독일 정부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전혀 못 느낀 듯한 입장을 보여왔다. 오랫동안 집회를 해도 정부는 여론에 무관심하고 우리의 노력은 성과가 전혀 없는 듯했다. 심지어 지난 2019년 9월 20일에는 150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모였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드디어 12월 18일 뮌헨 시당국은 '기후위기'를 공식 선언하고, 넷 제로(탄소 순 배출 제로)의 목표를 2050년에서 2035년으로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현재 우리의 운동이 사회와 시민들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의 변화를 가져오기까진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언론에도 매일 환경과 기후위기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다."

- 2019년 12월 20일 네덜란드 대법원이 기후변화 대응은 국민의 인권을 위한 정부의 의무라며, 자국 정부에게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감축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은 '네덜란드를 포함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복지, 삶의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국가는 유해한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라며 판결취지를 밝혔다. 이렇듯 법원이 정부에 기후변화 대응을 명령한 것은 네덜란드가 처음으로 상당히 고무적이다. 독일도 이런 기후변화 소송이 있었나.
"그렇다. 독일도 네덜란드 환경단체 위르헨다의 소송과 같은 성격의 재판이 있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및 일부 농부들이 처음으로 독일정부를 상대로 기후위기 소송을 벌였다. 베를린 행정법원은 기본적으로는 기후 문제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원칙은 확인했으나, 정치행위를 법원이 강제할 수 없다며 지난 2019년 10월 31일 이를 기각했다. 아쉬운 결과지만, 원고는 일부 성공이라고 여기고 있으니 앞으로 그린피스가 다시 항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독일 공영방송 타케샤우는 '아고라에너지전환 씽크탱크'의 연례평가를 인용하며 놀랍게도 독일은 2019년 온실가스 배출이 2018년 대비 7%(5천만 톤)나 감축하는 가운데, 현재 설정한 탄소배출목표에 가깝게 접근하고 있다고 지난 6일 보도했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대비 35% 미만이고, 올해 연말까지의 목표는 40% 감축이다. 이는 유럽연합 역내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1톤당 25유로로 상승됨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기소비가 증가한 것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이 뉴스를 공유하자 레온하드 활동가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라며 "이런 속도라면 2040년에는 탄소중립(탄소 순 배출 제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조직된 시민사회의 거센 요구가 독일사회를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는 좋은 예다.

우리는 어떤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로 '기후위기 악당국'으로 꼽히는 한국은 2019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58위(총 61위)를 차지했다. 사실상 꼴찌 수준인 셈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는 새해 첫날 에너지 전문 신문인 <이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기후위기의 피해를 크게 입을 취약한 나라이며 우리가 기후난민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5%에 불과하다. 곡물은 투기자본이 매달려 있어 생산량에 따른 가격 민감성이 높다. 1%만 과잉생산해도 가격이 폭락하고 반대의 경우 폭등한다. 지금이야 반도체나 스마트폰, 중화학공업을 수출해 식량을 수입하면 된다. 하지만, 전 지구적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지금처럼 우리가 수출을 통해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을까?

본격적인 기후위기로 진입하게 되면 아시아몬순 자체에 문제가 생겨 상당히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기근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 0.5℃가 올라갈 때마다 기아자가 3500만 명에서 3억 6000만 명으로, 다시 18억 명으로 증가한다. 먹을 게 부족하면 사회가 극도로 불안정해지고, 결국 그 땅을 떠나 살 만한 곳으로 몰리게 된다. 그런 면에서 우린 (난민) 대상이 되는 쪽이다. 그런데 그걸 걱정하는 이들은 따로 있고, 우린 멀뚱멀뚱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문제가 아니라 기후위기를 인식 못하는 것, 그것이 진짜 위기다."

 
Fridays For Future 뮌헨 학생들의 시위모습
 Fridays For Future 뮌헨 학생들의 시위모습
ⓒ 클레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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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기후위기, #그레타 툰베리, #FRIDAYS FOR FUTURE, #조천호, #뮌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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