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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은 오마이뉴스 에디터의 사는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지난해 봄. 한 시민기자와 마주 앉았다. 20년 전, 오마이뉴스와 거의 시작을 같이 했던 분. 한동안 안 보이시다가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셨고, 그 연재가 끝나고 책 한 권으로 묶여 나올 무렵이었다. 대화의 말미에 내가 물었다.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오마이뉴스의 출발 아닌가요?"

'오마이뉴스의 출발이요'가 아닌 '오마이뉴스의 출발 아닌가요?'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살짝 힘이 들어가 있었다. 조금 따지는 것도 같았다. 괜히 찔렸다. 가볍게(?) 건넨 그 질문 하나로 작정하고 나선 듯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사실 내가 말 좀 해달라고 졸랐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아팠다. 마음이 계속 따끔따끔해서 일어나고 싶었다. 내 입장에서 반론을 제기할 만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내 목소리를 내고 싶진 않았다. '왜 그것 밖에 못 하고 있냐'는 질책이었지만, 어쩌면 오래 전부터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말은 내게 필요한 '약'이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사는이야기는 오마이뉴스의 정신, 즉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정신으로 접근할 수 있는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착지 같은 거?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오마이뉴스의 사는이야기가 너무 신변잡기나 이런 느낌으로 가지 않았으면 해요. 편집기자가 그런 컨트롤은 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내가 물었던가. 그가 말을 받았다.

"오마이뉴스가 사람들을 사는이야기로 끌어들였잖아요. 오마이뉴스는 사는이야기의 선두주자로서의 권위와 역할이 있다고 봐요. 20년 가까이 된 지금의 사는이야기는 어떤가요? 사는이야기가 이제는 너무 보편적으로 되어 버렸어요. 이런 상황에서 오마이뉴스가 선두주자였다면, 오마이뉴스는 다음 길을 가야한다고 봐요. 그런데 다음 길은 뭐죠? 그걸 (시민기자이자 독자인 제가 봐도) 잘 모르겠는 거예요. 더 많은 매력적인 사람들이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오마이뉴스의 사는이야기)의 전문성이 부각될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어쩌다 사는이야기를 보는 독자일 뿐이고 나는 매일 사는이야기를 보고 있는 편집기자인데, 왜 이런 고민을 좀 더 일찍, 깊이 하지 않았을까? 아니 안 했을까, 못 했을까. 그의 말이 다 옳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괴감 비슷한 마음이 들었다. 오마이뉴스를 즐겨보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사는이야기라는 데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지만, 지금 이대로의 사는이야기도 괜찮은 건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이 없었으니까. 

나 역시 애정 어린 비판의 말을 듣고도 고민이 더 진전되지 못했다. 뭘 할 수 있을지 감도 오지 않았다. '미래를 알 수 없을 때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고 안나(<겨울왕국 2>)도 노래하지 않았나. 미래를 고민하기엔 당장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사는이야기의 다음 버전은 나도 모르겠지만, 편집하고 기획하고 시민기자를 만나는 일은 계속 됐다. 그렇지만 한 가지 이제, 이런 질문은 그만 받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사는이야기는 그냥 제 이야기 쓰면 되는 거 아닌가요? 모든 시민은 기자라면서요?"

이 연재를 통해서도 여러 번 말했지만, '그냥' 쓰면 기사로서의 사는이야기는 안 된다. 사는이야기가 기사로 채택되려면 그 글이 기사여야만 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게 뭘까. 나는 그것이 '재미, 공감, 뉴스'라고 봤다. 

글 안에 새로운 관점이나 시선이 있든가, 재미가 있든가, 정보로서 효용성 있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는가, 무엇보다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있든가, 이것들을 고려했을 때 하나라도 교차점이 있다는 그것 뉴스로서의 사는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마이뉴스에 '강원국의 글쓰기'를 연재했던 강원국씨는 독자는 세 가지를 원한다고 썼다. '재미, 효용, 감동'. 그가 생각하는 '독자가 원하는 것'과 편집기자가 필요하다고 보는 기사로서의 사는이야기의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0년 라플의 목표, '좀 다른 사는이야기'
 
 2020년에는 작게라도 한 발 떼고 싶다.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좀 다른 사는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
 2020년에는 작게라도 한 발 떼고 싶다.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좀 다른 사는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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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의 다음 버전을 말하기엔 아직 너무 부족하다. 그래도 2020년에는 작게라도 한 발 떼고 싶다.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전과 '좀 다른 사는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

이전의 사는이야기가 보통 시민들의 사는이야기에 국한되는 측면이 있었다면, 올해는 '전문가의 사는이야기'를 좀 더 많이 끌어내려고 한다.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사는이야기로, 뉴스가 있는 사는이야기로! 그야말로 '입체적인 사는이야기'로 업그레이드 하고자 한다.

지난해 라플(라이프플러스의 줄임말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전담 팀)의 목표가 '시민기자의 프로듀서'였다면 올해는 '좀 다른 사는이야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아버지의 노동 이야기를 연재해 지난해 많은 주목을 받은 아나운서 임희정 시민기자는 '가족의 일을 기사로 쓸 때 필요한 것'이란 주제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 내가 쓴 글은 문장 속에 눈물과 악이 많았다.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노동이 슬펐고, 아팠고, 억울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쓸수록 한계가 왔다. 단순히 감정을 쏟아내는 글과 한쪽으로 치우친 일방적인 생각들은 글을 계속 쓸 수 없게 만들었다. 나조차도 내 글을 읽는 것이 힘들었다. 나는 자식이라는 위치를 버리고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노동의 결과보다 과정을 들여다보았고, 나는 '왜' 그것이 슬펐고 부끄러웠는지 생각했다. 사회생활을 하며 나는 내 아버지만이 막노동을 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 모두의 노동자는 누군가의 아버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자주 묻고, 고민의 방향을 바꾸고, 생각의 범위를 넓혔다. 아버지로 시작한 글은 노동자로 번져갔고, 그러자 분노는 고민과 이해로 수그러졌다. 나는 비로소 쓰며 부모와 노동자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나와 가족의 아픔일수록 객관화 시켜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관계를 빼고 감정적인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른 이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글을 써야 한다. 분노와 아픔의 글은 멀찌감치 떨어져 퇴고할수록 공감의 가능성이 커진다.

개인이 겪은 일이지만 범위를 늘려 한 사람이 상징하는 사회 속 역할과 위치는 무엇인지, 개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국가나 사회의 무관심과 부족한 제도 때문은 아닌지, 무엇보다 나만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함께 쓸 수 있다면 그 글은 내가 썼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아빠가 아닌 노동자의 이야기가 될 때 좋은 글이 된다'는 말이었다. 다소 길지만 인용한 것은, 그가 언급한 'OO이 아닌 OOO의 이야기'가 수없이 많은 시민기자들의 이야기로 변주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아들딸이 아닌 누군가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로, '주부가 아닌 가사노동자의 이야기'로, '영세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의 이야기'로, '공장 부품으로서가 아닌 인간의 이야기'로 얼마든지 치환되어 이야기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질책하면서도 오마이뉴스에 바랐다.

"사람들에게 '사는이야기가 변별력 있는 콘텐츠'라는 걸 각인시켜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를 쓴다는 자부심을 갖는 시민기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나도 바란다. 어깨에 힘 빡 하고 들어간 시민기자들이 좀 더 많아지길. 2020년에는 '나,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 쓰는 시민기자야!'라는 자부심 가득한 말을 좀 더 많이 듣기를. 그리고 그도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다시 돌아와서 '사는이야기가 변별력 있는 콘텐츠'라는 목소리를 내는 데 함께 했으면 좋겠다. 올해 꼭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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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은경의 그림책 편지'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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