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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경마기수 고 문중원 유족 폭행 경찰 사과촉구 및 책임자 처벌 민주노총 기자회견'이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가운데, 고인의 운구차량이 세종로공원앞에 세워져 있다.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경마기수 고 문중원 유족 폭행 경찰 사과촉구 및 책임자 처벌 민주노총 기자회견"이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가운데, 고인의 운구차량이 세종로공원앞에 세워져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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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원이가 차가운 시신으로 방치된 게 한 달하고 이틀이 됐다.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다."
 

지난 11월 29일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문중원 기수의 장인 오준식씨가 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인근 시민분향소에서 한국마사회와 경찰, 정부를 향해 성토하며 외친 말이다. 오씨가 말을 하는 동안 그의 곁에는 딸이자 문중원기수의 아내인 오은주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앞서 문중원 기수는 마사회의 부조리한 구조를 고발하며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더는 못하겠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문 기수가 소속됐던 부산경남 경마공원은 2005년 창설 이래 기수와 마필관리사 등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장이다. 문 기수는 지난 2004년부터 기수 생활을 하며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 활동해 왔다.

문 기수가 사망하자 마사회는 한국마사회는 지난 26일 경기도 과천 기수협회회관에서 한국경마기수협회와 '경쟁성 완화 및 기수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주된 내용은 순위별 상금의 차등을 조절한 것, 마사회는 "지난 11월 부산경마공원 고 문중원 기수의 사망을 계기로 경마 관계자 의견수렴에 착수했다"면서 "승자독식의 상금구조 개편을 단행하기로 했다. 경주마 관계자들이 마음 편히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은 "유족과 기수협회가 요구했던 '경마제도 개선'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마사회가 한국경마기수협회와 협약식을 맺을 당시 현장에는 문 기수가 소속됐던 부산경마공원 기수들이 자리에 없었다. 서울과 제주에서 활동하는 기수들만 참여해 협약식을 진행했다.
 
경마기수 고 문중원씨 부인 오은주씨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운구차량에 얼굴을 대고 있다.
 경마기수 고 문중원씨 부인 오은주씨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운구차량에 얼굴을 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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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 입맛에 맞는 제안 만들어 언론에 배포했다"
  
"마사회는 아직도 자신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제안만 만들어 놓고 언론에 퍼뜨렸다. (사위) 중원이는 부산에서 죽었는데 서울과 제주 기수들만 불러놓고 상생한다고 말한다. 무엇 때문에 사람이 죽었는지 성찰과 반성이 전혀 없다."

문 기수의 장인인 오씨가 "마사회는 고인과 유족들의 위로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는 냉혈한처럼 보인다"면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울분에 찬 목소리로 읽은 이유다.

오씨는 "기수들이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죽어도 (마사회는)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면서 "그런데 왜 개인사업자인 기수들이 마사회의 제재를 받고, 조교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오씨는 지난 21일 김낙순 마사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의 유가족 폭행 의혹, 27일 광화문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과의 충돌을 언급하며 경찰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기사: 성탄절에 도착한 죽은 아빠의 선물, 엄마는 청와대로 갔다)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경마기수 고 문중원 유족 폭행 경찰 사과촉구 및 책임자 처벌 민주노총 기자회견'이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경마기수 고 문중원 유족 폭행 경찰 사과촉구 및 책임자 처벌 민주노총 기자회견"이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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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마사회는 온갖 부정을 저지르고, 저지른 부정에 눈을 감으라고 (기수들에게) 주문한다"면서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품고 성실히 노동에 임했던 문중원 기수는 그런 부정이 저질러지는 현장을 고발하고자 자신의 몸을 희생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마사회는 천문학적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가 부정을 통해 독점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유가족과 함께 문중원 기수가 바꾸고자 했던 부정함을 바꾸기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문 기수가 우리 곁을 떠나야만 했던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고, 마사회의 다단계 구조를 바꾸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공기업인 한국마사회는 2018년 기준 7조 5754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 7조 8447억 원에 비해 3.4%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1800억이 넘는 순이익을 달성한 상태다. 문 기수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지난 27일부터 정부서울청사와 세종로소공원 사이 인도에 시민분향소를 마련한 뒤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등을 요구하며 매일 저녁 촛불 문화제를 열고 있다.

태그:#문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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