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 라이어> 스틸컷

영화 <굿 라이어>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영화 <굿 라이어>는 '연륜이란 이런 것'이라 보여주는 영화다. '헬렌 미렌'과 '이안 맥컬런'이 만난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다. 이 영화가 두 노익장의 연기 배틀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연출은 <드림걸즈>, <미녀와 야수>의 '빌 콘돈'이 맡았다. 또한 영국 정보부 출신의 작가 '니컬러스 설'이 쓴 동명의 데뷔작을 원작으로 한다.

두 노익장의 우아한 과시가 반갑다

영화의 오프닝은 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중요한 단서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싶은 둘은 온라인 만남 사이트의 프로필을 거짓말로 꾸며 쓴다. 음주를 즐기지 않는다는 베티는 한 손에 와인잔을 들고 있고, 흡연을 하지 않는다는 로이는 담배를 태우는 중이다.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보다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할 확률이 크다. 상대방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다.
 
 영화 <굿 라이어> 스틸컷

영화 <굿 라이어>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사실 '베티(헬렌 미렌)'와 '로이(이안 맥켈런)'는 온라인 만남이 그렇듯이 적당한 거짓말을 했었다. 실제 만남에서 두 사람은 진실을 털어놓으며 가까워진다. 한편, 로이는 베티가 남편과 사별한 부유한 여성임을 알고 일부러 접근했다. 영화 <리플리>처럼 진짜 모습을 감추고 살아온 로이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베티 또한 평범하고 연약한 여성이 아니었다. 베티도 로이에게 100% 공개하지 않는 과거가 있었다.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상대방의 모습은 진짜일까? 서로의 치명적인 비밀을 파헤치는 심리묘사가 <굿 라이어>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누가 더 나쁜 거짓말쟁이일까?
 
 영화 <굿 라이어> 스틸컷

영화 <굿 라이어>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영화의 중반까지는 베티가 속수무책으로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된다. 이때까지 로이가 이끌어가는 영화였다. 물론 둘 사이를 감시하는 손자가 있지만 역부족이다. 영화는 베를린으로 떠나며 급반전된다. 베를린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로이의 진짜 과거를 들추는 시험대가 된다. 이제부터 베티 타임이다.

드디어 세련된 복수를 가장한 심리극이 시작된다. 둘은 10대 때 베를린에서 만난 적 있는 구면이다. 베티의 영어 선생님이 로이였던 것. 어린 소년은 가난했지만 똑똑했고 치기 어린 자존심은 극에 달했었다. 그렇게 남몰래 흠모하던 소년에게 상처를 받은 소녀는 이내 무너진다. 세월은 흘렀고 풋풋한 10대 소녀와 소년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돼서야 다시 만났다.

로이는 사실 신분을 탈색했다. 철저히 죽은 친구로 위장해 2차 세계대전 혼란을 틈타 드라마틱 한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사소한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용의주도하게 대처했다. 그 옛날 독일인 한스였던 소년은 영국인 로이가 되고, 부유한 집 막내딸이었던 릴리는 현재 남편과 사별한 베티가 되었다.

청산되지 못한 과오 역대급 거짓말
 
 영화 <굿 라이어> 스틸컷

영화 <굿 라이어>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전쟁이라는 잔인한 시대, 생존 때문에 택한 거짓말이라도 누군가의 삶을 망쳤다면 죗값을 받아야 마땅하다. 격정의 세월 앞에 죄책감을 느낄 새도 없이 살아온 한 남성이 말년에 맞이한 역대급 쓰나미는 인생무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편으로 우리나라의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 일본의 A급 전범을 떠오르게 한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거짓말은 영원할 수 없다는 권선징악적 메시지가 관객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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