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번째 한중전이 막을 올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15일 오후 7시 30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중국을 상대한다.

한국은 홍콩과의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고 중국은 일본을 상대로 1-2로 패한 상황이다. 일본이 2차전에서 약체 홍콩에 5-0으로 대승함에 따라 한국은 마지막 한일전을 앞두고 중국전에서 일단 최대한 다득점으로 승리해야하는 조건이 추가됐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상대 전적 모두 한국이 중국에 비하여 월등히 앞선다. 한국은 중국과의 A매치 맞대결에서 19승 13무 2패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공한증'이라는 단어가 탄생한 이유다. 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도 한국이 41위, 중국은 75위에 불과하다. 한국은 비록 이번 대회에서 유럽파가 합류하지 못했지만 국제무대 경험이나 선수들의 네임밸류에서 여전히 중국보다 한 수위라는 평가다.

근소한 우위
 
 남미 최강 브라질 대표팀과의 친선 경기를 치르는 축구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1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최종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남미 최강 브라질 대표팀과의 친선 경기를 치르는 축구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1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최종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21세기 들어서는 한국이 중국에 확실한 우위를 점한 경우는 의외로 그리 많지 않았다. 최근 7번의 대결에서 한국은 중국에 3승2무2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는데 그쳤다. 사실상 호각세로 봐도 무리가 없는 성적이다.

최초로 중국전 무패 행진이 깨진 것도 바로 2010년 동아시안컵이었다. 당시 허정무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은 몇 달 앞으로 다가온 남아공월드컵을 대비하는데 초점을 맞추느라 중국전에서 다소 무리한 전술 실험을 단행했다가 중국에 0-3으로 대패하는 참사를 당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지난 2017년 대회에서도 2-2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한국은 동아시안컵으로 국한하면 중국을 그다지 압도하지 못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었던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은 흑역사였다. 한국은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중국에 신승했지만 먼저 3골을 넣고도 연속 2실점을 허용하며 막판까지 진땀을 흘려야했다. 이듬해 중국 원정에서는 당시 사령탑이던 리피 감독의 용병술에 전술적으로 압도당하며 0-1로 패배했다. 월드컵 예선같이 중요한 실전 대회에서 중국에 패한 것이 사상 최초였다는 점에서 한국축구가 받은 충격은 컸다. 더 이상 공한증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졌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한국이 역대 A매치에서 중국에 당한 두 번의 패배가 모두 2010년대 이후에 발생했다. 여전히 한국의 전력이 우위에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중국을 상대로 손쉽게 승리를 장담할수 있을 정도의 수준차이는 더 이상아니라는 것을 경고하는 대목이다.

벤투호는 이미 중국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다. 양팀의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2019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황의조와 김민재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깔끔한 승리를 거두며 잠시 기세등등하던 중국축구에 공한증의 기억을 다시 일깨워줬다.

중국전마다 가장 경계해야 할 변수는 거친 플레이였다. 중국은 '소림축구'라는 단어만큼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비매너 행위를 남발하기 일쑤다. 지난 일본전에서도 장즈펑의 이단옆차기를 비롯하여 중국 선수들이 태클 시도마다 축구화 스터드를 높이 세워 달려드는 등 여러 차례 상대 선수를 위협하는 폭력성 플레이가 속출했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사임으로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중국의 임시 사령탑을 맡은 리티에 감독은 일본전 이후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고의성이 없었다'며 발뺌하고 있어서 불안감을 자아낸다. 한국도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에서 황선홍의 부상, 2003년 초대 동아시안컵에서의 '을용타 사건' 등 여러차례 중국과의 맞대결 때마다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가뜩이나 벤투호는 이미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부상으로 동아시안컵에 합류하지못한 이용과 김신욱을 비롯하여, 대회 개막 후에는 김승대와 김문환까지 부상을 당하며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부상자가 또 발생한다면 일본과의 최종전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감독의 용병술과 위기관리 능력도 변수다. 벤투 감독은 홍콩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밀집수비를 제대로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A매치 4경기 연속으로 세트피스를 제외하고는 유기적인 플레이에 의한 필드골 득점이 전무한 상황이다. 홍콩보다는 한 수 위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중국을 상대로 벤투 감독이 얼마나 유연하고 효율적인 플랜 B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이번 한중전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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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한증 한중전 동아시안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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