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v페라리>> 영화 포스터

<포드v페라리>> 영화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1960년대 중반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포드가 유럽 스포츠카의 명문 페라리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 <포드 v 페라리>가 지난 9일 개봉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가슴을 뜨겁게 하는 뭉클함까지. 재미와 감동,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영화는 2시간 32분의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관객들을 빠르게 끌어당긴다.

1965년. 미국 자동차의 상징, 포드사의 회장 헨리 포드 2세는 포드 자동차의 판매 부진을 상쇄할 아이디어를 직원들에게 요구하는데 당시 마케팅 담당자였던 리 아이아코카가 기존의 보수적인 포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포츠카를 제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베이비부머 시대에 태어난 지금의 청년들이 갖고 싶어 하는 자동차는 부모들이 타던 자동차가 아닌 영화배우들이 타는 유럽의 세련된 스포츠카였기 때문이다.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포드는 단지 스포츠카를 제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르망24'라는 악명 높은 레이싱대회에 출전해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에서 제일가는 레이싱 카 전문가들을 스카웃하는데 이들이 제일 먼저 찾아간 사람이 바로 캐롤 쉘비(맷 데이먼)다. 쉘비는 미국에서는 드물게 '르망24' 출전 경험이 있는 레이서 출신으로 은퇴 후, 현재는 자동차 제작자이자 판매자로 일하고 있는 인물이다.

포드의 제안을 받아들인 쉘비는 정비소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레이서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의 친구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를 찾아가 함께 일하자고 설득한다. 몇 년째 '르망24' 우승을 독점하고 있는 페라리를 꺾을 자동차를 만들겠다니! 마일스는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나도 불가능한 일이라며 처음에는 포드의 원대한 꿈을 비웃지만 자동차에 대한 그의 순수하고 지독한 열정이 결국 스포츠카 제작에 그를 동참하게 한다. 

자동차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두 사람과 팀원들은 최고의 레이싱카를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일한다. 수많은 실패들을 통해 단점들을 보완해 나가며 보다 완벽한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은 물론 어렵지만 자동차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즐거움이 더 큰 보람된 과정이며 이들의 즐거움은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한다.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들이 이들의 협력과 노력으로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예상치 못한 장애를 만나면서 위협받는데, 정작 이들이 극복해야하는 것은 유럽의 명품 자동차 기술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포드사의 임원들과의 갈등, 구체적으로는 부사장 비비와 마일스 간의 갈등이었던 것이다. (이 갈등은 극적 긴장과 재미를 위해 허구로 꾸민 것이라고 한다.) 

차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미국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차에 대해서 잘 알고, 자신의 일(레이서로서 차의 단점을 찾아내 보완해나가는)을 즐기는 마일스이지만 지독한 고집쟁이에 타협을 모르는 다혈질의 외곬, 별명마저 '불독'인 그의 까칠한 성격이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비비와 부딪히면서 비비는 팀에서 마일스를 배제시키려고까지 한다.

순수하지만 거친 마일스와 위선적인 속물이지만 돈줄을 쥐고 있는 대기업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팀을 이끌어가는 것은 쉘비다. 그의 유연한 사회성과 마일스를 향한 진정 어린 애정이 없었다면 포드의 '르망24' 출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힘든 조건 속에서 한계와 장애물을 극복하고 신화를 만들어낸다는 꽤나 단순한 서사와 진부한 갈등이지만 영화가 이 과정을 굉장히 리듬감 있게 그리고 있어 관객들은 감정적 거부감 없이 대단한 몰입감으로 영화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다. 또한 영화가 관객에게 알려주어야 할 정보를 매우 적절하게 선별하여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관객은 영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르망 24'는 세 명의 드라이버가 24시간 동안 4시간씩 교대해 가며 가장 많은 랩을 돌아야 하는 극한의 레이싱 경주다. 아무 문제없이 한 랩을 도는데 평균 3분 30초. 24시간 동안 최소 411 랩을 반복해야하는 경기인 것이다.

잠시라도 집중력을 잃었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경기의 위험성과 긴장감을 <포드 v 페라리>는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자칫 지루하게 화려한 액션만 난무할 수도 있었을 꽤나 까다로운 장면들인데 이 영화는 속도의 쾌감, 언제 사고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거기다 인물들이 겪는 감정의 드라마까지 1분 1초를 허투루 쓰지 않는다. 

목표는 우승이다. 마일스와 쉘비, 그리고 포드, 이들 모두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동기와 자세는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삶의 진정한 의미까지 고민하게 한다. 리 아이아코카가 처음 쉘비를 찾아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자고 했을 때 쉘비는 가장 중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일 그 자체를 즐기며 사는 사람들은 존재 자체로 감동을 준다. 돈과 명예를 쫓는 사회에서 순수한 열정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귀한 일인지 잘 알기 때문에 쉘비의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추신.
<포드 v 페라리>는 두 주연 배우의 열연(특히 크리스찬 베일이 보여주는 감정연기가 압권이다)과 <앙코르>(2005), <로건>(2017)등을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노련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한마디로 재밌는 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포드V페라리 제임스맨골드 크리스찬베일 맷데이먼 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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