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 포스터

<매리> 포스터 ⓒ 영화특별시 SMC

 
공포영화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관객에게 공포를 줄 '귀신' 캐릭터다. 어떤 귀신을 설정하는지에 따라 공포의 강도가 달라진다. 두 번째는 등장인물의 욕망이다. 등장인물이 공포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호기심이나 욕망 때문이다. 가지 말라는 곳에 가고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모든 인물이 욕망 없이 조심한다면 위험에 빠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매리>는 이 두 가지 공식을 충실하게 이행한다. 먼저 귀신 설정에 있어 고전적인 방법을 택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은 여자이고 반은 새인 바다의 마녀 사이렌과 유사한 존재를 귀신으로 설정, 저주받은 배 매리호에서 아이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실종을 주된 공포로 삼는다. 저주를 베이스로 흉측한 모습을 한 귀신을 등장시키며 클래식 한 매력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인물의 욕망 측면에서 주인공 데이비드의 강한 열망을 통해 그들 가족과 선원들이 위험에 빠지게 되는 상황을 개연성 있게 연출해낸다. '연기의 신' 게리 올드만이 연기한 데이비드라는 역은 다른 사람의 배를 운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자라고 자신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선장이 되고 싶은 열망을 품게 된다.  

데이비드에게 매리호는 자신의 꿈 그 자체이다. 선장이 될 수 있고, 더이상 낡은 배를 운전하지 않아도 되며 가족을 위해 한 단계 더 진보된 삶을 꿈꿀 수 있다. 그래서 항해를 시작한 메리호에서 귀신이 나타나고 막내 딸 매리를 비롯한 선원들이 이상행동을 보여도 육지로 돌아갈 수 없다. 그 순간 꿈이 멈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리> 스틸컷

<매리> 스틸컷 ⓒ 영화특별시 SMC

 
만약 배를 통한 장사가 잘 안되면 어쩌지, 그러다 사랑하는 가족과 선원들을 잃으면 어쩌지 라는 공포는 배를 향한 집착이 커질수록 함께 커져 간다. 이런 공포는 인간 내면의 근원적인 불안을 조명하는 최근의 심리공포와는 다른 1990년대 스타일의 공포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작품의 연출은 안정적인 흐름을 따라가고자 노력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바다 위 배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사운드를 활용한 깜짝 놀라게 만드는 포인트는 정석적인 느낌을 준다. 막내 딸 매리가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이 배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연관을 지닌다는 점은 고전공포 명작 <콜로보스>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매리호의 저주를 밝혀내는 미스터리는 작품 막바지에만 플롯적인 재미를 더하며 등장인물 사이의 드라마는 최근 유행하는 '컨저링 류' 호러영화처럼 끈끈하지 않고 대략적인 설정에만 머무른다는 아쉬움을 준다. 이런 점은 작품의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지점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공포영화의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고 공포를 주는 방식도 사운드와 귀신의 등장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드라마 완성도 보다 서스펜스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클래식한 공포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만족을 느낄 만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매리>는 한정된 공간을 바탕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위험을 담아낸 작품이다. 점점 광기로 치닫는 인물들과 배와 같은 이름을 지닌 막내딸의 괴상한 행동, 가족과 선원이 아닌 배에 탄 미지의 존재는 효과적인 사운드로 꾸준히 긴장감을 자아낸다.

 
 <매리> 스틸컷

<매리> 스틸컷 ⓒ 영화특별시 SMC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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