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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단체들은 11일 오후 2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고 설요한씨를 추모하는 추모제를 진행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11일 오후 2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고 설요한씨를 추모하는 추모제를 진행했다.
ⓒ 전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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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의 뇌병변 장애인 설요한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던 날에도 출근을 했다.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일했던 그는 지난 5일 점심을 먹는다면서 사무실을 나갔고 여수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는 동료 3명에게 "민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 설요한씨가 목숨을 끊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장애인 단체들은 최근 진행했던 사업 점검을 앞두고 고 설요한씨에게 일이 몰려있었던 점, 같이 사는 부모에게 "월급이 적은데 일이 많아서 힘들다"고 토로했던 점으로 미루어 보아 그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지난 1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고 설요한씨의 추모제를 진행했다. 이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이날 단상에 올라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시범사업'이 죽음의 컨베이어 벨트인 줄 몰랐다"면서 울먹였다. 고 설요한씨는 사망하기 전까지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을 담당했다.

설요한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지원사업

고 설요한씨는 동료지원가로서 중증장애인들을 돕는 데 열심이었다고 한다. 그와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함께 일했던 박대희 소장은 "그 친구가 저희들에게 힘들다는 내색은 전혀 없었다"며 허탈해 하면서도 "(센터에)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직원 잘 뽑아서 고맙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다. 동료들과 사이도 좋았고 친절하고 싹싹했다"고 회상했다.

설씨가 일을 힘들어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가 진행했던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아래 취업지원사업)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중증장애인 참여자를 상대로 같은 중증장애인인 동료지원가가 상담 등을 통해 경제활동을 독려하는 사업이다. 중증장애인끼리 서로의 처지를 잘 이해할 수 있어 "취업의욕을 고취하여 경제활동을 촉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할 것이라는 게 사업의 취지였다. 설요한씨는 이 사업에 지원해 동료지원가로 뽑혔다. 이 취업지원사업은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올해 4월 전국에 있는 32개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대상으로 첫선을 보였다. 

고용보험에 가입돼있지 않은 중증장애인을 발굴해 중증장애인과 상담을 5차례 진행하면 20만 원의 수당이 나온다. 그렇게 한 달에 4명의 상담을 진행해서 총 20번의 상담을 하면 80만 원의 수당(기본운영비)이 나온다. 여기에 추가로 중증장애인 참여자가 활동 후 6개월 내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취업지원서비스 또는 취업으로 연계된 경우 20만 원의 연계수당을 다시 지급한다. 80만 원의 수당은 기본운영비라는 명목으로 사전에 책정되지만 만일 중도에 중증장애인 참여자가 사정이 생겨 상담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각 센터는 이 '기본운영비'를 다시 반납해야 한다.

박대희 소장은 "기본운영비 80만 원 중에 (설요한씨 같은) 동료지원가에게 65만원이 지급되는데 실적을 못 쌓으면 수당을 반납해야 한다. 저희들도 실적으로 계산할 경우 압박이 되니 월급제로 하자고 (공단에)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고 설요한씨는 장애인고용공단과 전남도청에 넘길 중증장애인 참여자들의 취업준비 상황 일지 등 마무리하는 서류 작업을 하다가 목숨을 끊었다. 30명이 넘는 기록을 정리하는 일은 중증장애인이었던 설요한씨에게 적지 않은 업무량이었다.

만일 연말에 서류를 작업하는 과정에서 서류 처리가 잘못됐을 경우 '부정수급'으로 간주돼 해당 센터는 2년동안 취업지원사업에서 배제된다. 박대희 소장은 "일이 잘못돼 수당이 반납되면 본인도 곤란하고 센터에도 미안하기 때문에 잘못되면 안 된다는 압박이 있었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압박에도 사업 포기할 수 없는 상황
 
 13일 서울 나라키움저동빌딩 안에 뇌병변 장애인인 고 설요한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13일 서울 나라키움저동빌딩 안에 뇌병변 장애인인 고 설요한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 전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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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관계자는 1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동료지원가 한 사람이 (4명이 아닌) 매달 1.6명 정도의 참여자를 맡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을 옆에서 경험한 동료 활동가들은 실적을 중심으로 돈을 환수하는 사업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송효정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사무국장은 "일은 일대로 하는데 실적을 못 채우면 돈을 토해낸다. 마치 다단계 같다"고 꼬집었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는 전국에서 실적이 좋은 센터에 속하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할당된 실적을 채우지 못하게 된다. 송 사무국장은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정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실적이 다 안 차서 (사업 점검을 앞둔) 12월까지 최대치의 실적을 내려고 하니 무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장애인 고용을 정부나 기업에서 주도해서 지원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 관련 센터에 '지원사업' 식으로 떠넘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어 송 사무국장은 "공단이 해야 하는 고유의 사업을 약간의 재원을 들여 민간이 하게 만든다. 공단이 손 안 대고 코푸는구나 싶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이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성실하게 이수한다고 해도 취업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송 사무국장은 "우리가 월급을 받기 위해서는 중증장애인 참여자들을 모집해 반드시 5번을 만나야 하고 취업지원서비스 등으로 밀어넣어야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취업의 욕구를 증폭시킨다고 한들 취업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마땅한 취업 교육 또는 훈련 조차 없는 상황으로 동료지원가들은 이들 참여자에 대한 어떤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으며 단지 실적 채우기를 위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동료지원가들은 이 사업의 취지에 따른 어떤 책임도 질 수  없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만일 취업지원사업을 포기하게 되면 이 사업으로 고용됐던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를 센터에서 내보내야 한다. 센터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송 사무국장은 "저희는 5명의 동료지원가를 두고 있는데 내년에도 5명이 근로를 희망하고 있다. 동료의 돈을 마련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해고할 수 없는데 과연 장애인고용공단은 이 사업에 대해 노력은 하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송 사무국장은 "설요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마 대부분의 기관에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미 너무 힘들게 사업을 유지하는 상황이라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증장애인들을 계속 모집해야 하지만 이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고 그렇다고 실적이 차지 않으면 센터에 부담이 갈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다. 분명 개인이 양쪽에서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저도 점검 기간이 됐는데 얼마를 반환해야 하는지 각이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심적 압박감이 너무 컸을 것이다. 내년에 그 기준(명수)이 낮아진다고 해도 결국 구조는 똑같다. 중증장애인 참여자들을 모집해서 월급을 보전해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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