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단장들과 에이전트들이 모이는 윈터 미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연일 야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10일(이하 한국 시각)에는 선발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재계약을 체결하더니, 11일에는 게릿 콜이 뉴욕 양키스와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이적 시장에서 특급 선수들이 하나 둘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치가 높은 특급 선수들의 계약과 관련한 기준점이 어느 정도 잡히고 있다. 그런데 그 기준점이라는 계약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게 되면서 남은 선수들에 대한 가치도 더불어 상승하고 있다.

우승 후 옵트 아웃, 재계약 성공한 스트라스버그

10일에 워싱턴 내셔널스와 재계약에 성공한 스트라스버그는 2019년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정규 시즌에서 209이닝을 던지며 이 부문 내셔널리그 1위에 올랐으며, 18승 6패 평균 자책점 3.32로 리그 다승왕에 올랐다.

스트라스버그의 활약 속에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했던 내셔널스는 위기를 딛고 와일드카드 1위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스트라스버그는 선배 맥스 슈어저가 선발로 등판했던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구원 등판하여 시리즈 승리에 기여하는 헌신적인 자세도 보였다.

디비전 시리즈부터 스트라스버그는 슈어저와 둘이서 내셔널스의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었다. 선발진에서 유일하게 왼손 투수였던 패트릭 코빈이 왼손 구원투수가 부족했던 팀 상황 때문에 선발보다 불펜으로 많이 등판했던 팀 사정을 감안한 스트라스버그는 본인이 등판할 때마다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월드 시리즈에서는 슈어저가 목 통증으로 인해 예정되었던 5차전 선발로 등판하지 못하는 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벼랑 끝 6차전에서 8.1이닝을 던지는 투혼을 선보인 스트라스버그는 포스트 시즌에서만 6경기(5선발) 36.1이닝 47탈삼진의 역투를 펼쳤다.

스트라스버그가 등판한 6경기에서 5승 무패 평균 자책점 1.99로 그 결과물도 뛰어났다. 내셔널스의 포스트 시즌 12승 중 스트라스버그와 슈어저가 둘이서 10승을 책임졌다. 결국 내셔널스는 팀 창단 첫 월드 챔피언을 차지했으며 스트라스버그 본인도 월드 시리즈 MVP까지 수상했다.

정규 시즌 다승왕은 물론이고 포스트 시즌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덕분에 옵트 아웃 권리를 앞둔 스트라스버그의 가치는 포스트 시즌을 치르는 동안 점점 상승했다. 예상대로 옵트 아웃을 행사한 스트라스버그는 원 소속팀 내셔널스와 7년 2억 45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이전까지 메이저리그 투수 최대 규모의 계약은 데이비드 프라이스(현 보스턴 레드삭스)가 맺었던 7년 2억 1700만 달러였다. 평균 연봉으로는 잭 그레인키(현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체결했던 3440만 달러였다.

스트라스버그는 이번 재계약으로 이전까지 프라이스의 최대 규모와 그레인키의 평균 연봉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게 됐다(연 평균 3500만 달러). 적어도 11일 콜의 계약 소식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양키스 팬이었던 콜, 9년 3억 2400만 달러 초대형 계약

원래 미국 캘리포니아 주 출신인 1990년생 콜은 어린 시절 뉴욕 양키스의 팬이었다. 어린 시절 2001년 월드 시리즈 경기를 직관한 적도 있었을 정도로 열혈 팬이었으며 같은 캘리포니아 주 출신의 필 휴즈가 양키스에 지명되기 전 콜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도 했다.

원래 콜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드래프트에서 양키스의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그 시절부터 콜의 에이전트는 그 유명한 스캇 보라스였다. 콜과 보라스는 양키스의 계약 제안을 거절했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으로 진학했다. 그리고 2011 드래프트에 다시 나온 콜은 전체 1순위 지명으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지명됐다.

이후 트리플A에서 수련을 마친 콜은 2013년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에 승격되었고, 2015년 처음으로 풀 타임 선발투수로 한 시즌을 보내면서 32경기 208이닝 19승 8패 평균 자책점 2.60으로 그 기량을 만개했다. 2016년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2017년에 다시 203이닝을 던지며 건강함을 입증했다.

이후 애스트로스로 트레이드된 콜은 2018년 32경기 200.1이닝 15승 5패 평균 자책점 2.88에 276탈삼진을 기록했다. 탈삼진 능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아메리칸리그 적응을 끝낸 콜은 2019년 33경기 212.1이닝 20승 5패 평균 자책점 2.50(리그 1위)에 326탈삼진(전체 1위)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 투표 2위에 올랐다(1위 팀 동료 저스틴 벌랜더).

콜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9경기 연속 10탈삼진 이상 경기를 펼쳤고, 이러한 활약 덕분에 9이닝 당 탈삼진 부문에서 단일 시즌 기준 역대 1위 시즌을 만들었다. 특히 시즌 후반에는 14K, 14K, 15K로 역대 2번째로 3경기 연속 14탈삼진 경기를 펼쳤다(이 부문 최초 1999 페드로 마르티네스).

콜은 포스트 시즌에서도 활약하며 애스트로스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월드 시리즈 1차전에서 7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었고, 5차전에서는 7이닝 1실점으로 만회했지만, 이후 6차전과 7차전을 내리 패했다. 홈 어드밴티지를 갖고도 1,2,6,7차전을 모두 패하며 월드 챔피언 트로피는 내셔널스에게 내줬다.

10일 스트라스버그가 선발투수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자 양키스는 바쁘게 움직였다. 구단주 할 스타인브레이너의 승인 하에 큰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양키스는 결국 콜과 9년 3억 24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전날 스트라스버그가 체결했던 계약 규모와 평균 연봉에서 콜은 모두 그 기록을 깼다. 연 평균 3600만 달러이며 투수로서는 역대 최초의 3억 달러 계약이다. 슈어저나 스트라스버그처럼 계약 기간 이후 분할 지급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매년 연봉을 일시불로 받는다. 계약 5년차인 2024 시즌이 종료되면 옵트 아웃 권한까지 주어진다.

연이어 대박 터뜨리는 보라스, 박찬호와 추신수 사례도 있어

스트라스버그와 콜의 에이전트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유명한 스캇 보라스다. 메이저리그 단장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에이전트 중 하나인데, 선수들에게 최고의 계약을 안겨주는 협상의 달인으로 이름이 나 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추추 트레인 추신수(현 텍사스 레인저스)도 FA 대박을 터뜨리는 데 있어서 보라스의 도움이 있었다. 박찬호는 2001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획득하여 레인저스와 5년 65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기준으로 박찬호의 계약은 투수 계약 규모 최상위권에 속했다. 그러나 2001년 혹사 의혹이 따라붙었던 박찬호는 이후 3시즌을 허리 부상으로 고생하며 풀 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2005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되는 등 우여곡절 속에 다시 풀 타임을 보내기는 했지만, 2006년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장 출혈로 이탈하며 풀 타임을 놓쳤다.

이후 박찬호는 다시 나온 FA 시장에서 협상에 난항을 겪게 되었고, 결국 보라스와 작별했다. 우여곡절 끝에 뉴욕 메츠와 계약했지만, 메이저리그 등판은 1경기에 그쳤고, 메츠와 애스트로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대부분을 보냈다. 2008년 다저스와 스플릿 계약을 통해 다시 메이저리그에 돌아온 박찬호는 주로 구원투수로 3시즌을 더 활약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활약하던 추신수는 2013년 시즌을 앞두고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됐다. 예비 FA 시즌에 3번째로 20홈런-20도루를 성공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추신수는 에이전트 보라스의 활약 덕분에 레인저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추신수는 2014년 팔꿈치와 발목 부상을 안고 뛰었다. 레인저스의 다른 선수들이 워낙에 많이 부상을 당했고, 당시 레인저스는 30구단 중 가장 많은 부상자 명단 등재 기록을 세우는 바람에 그나마 경미했던 추신수는 8월까지 참고 뛰어야 했다.

이후 추신수는 잦은 부상으로 인해 외야 수비 출전 비율이 줄었고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비율이 많아졌다. 그러나 타석에서의 추신수는 여전히 뛰어난 선구안으로 꾸준히 좋은 출루율을 유지하고 있다. 추신수의 계약은 2020 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다시 FA 시장에 나올 예정이지만 아직 향후 진로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었다.

국내 일정 소화 중인 류현진, 계약은 보라스에게 일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1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CMS와 함께하는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1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CMS와 함께하는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대박 계약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오면서 류현진에 대한 기대도 커져가고 있다. 남은 투수들의 계약 소식이 주목되고 있는 시점이다. 잭 휠러의 경우도 1억 18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류현진 역시 스캇 보라스 코퍼레이션을 에이전트로 두고 있는 고객이다. FA 시장 개장 초반에는 3년 계약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아 류현진의 가치가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될지 좀 더 두고봐야 한다.

류현진은 11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19 동아 스포츠 대상에 참석해 특별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감 자리에서 류현진은 최근 FA 계약 소식들에 대한 언급을 통해 자신도 좋은 계약을 하길 바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스트라스버그와 콜이 계약을 마치면서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들은 류현진, 매디슨 범가너, 댈러스 카이클 등이다. 카이클은 201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한 왼손 선발투수다. 범가너는 사이 영 상 수상 이력은 없지만 2014년 포스트 시즌에서의 활약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와 월드 시리즈에서 MVP를 수상한 적이 있다.

스트라스버그나 콜등 S급 투수들보다 한 단계 낮게 평가되는 다른 A급 선발투수들도 유리한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다만 류현진은 1987년생이라는 나이와 2015년 어깨 수술 이력으로 인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계약 규모에 있어서 다소 불리할 수도 있다.

범가너는 오토바이를 타다가 한 차례 다친 이후 3시즌 동안 그 여파로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적이 없다. 2019년에는 207.2이닝 9승 9패 평균 자책점 3.90에 203탈삼진으로 다시 풀 타임을 소화하면서 활용 가능성을 증명했다.

카이클은 2018 시즌을 마친 뒤 FA 시장에 나왔다. 당시 류현진은 사타구니 부상으로 시즌 중반을 많이 날렸던 탓에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수용하며 FA 재수를 선택했고, 평균 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류현진과 달리 카이클은 FA 시장에 나오는 편을 선택했다. 하지만 해가 넘겨서도 카이클을 찾는 팀은 없었다. 카이클이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한 탓에 다른 팀들은 드래프트 지명권 1장을 잃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었다.

카이클은 시즌이 개막한 이후에도 팀을 찾지 못하다가 5월이 되어서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1년 13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퀄리파잉 오퍼를 수용했다면 1790만 달러를 받을 수 있었지만 그보다도 못한 계약을 그것도 시즌이 시작하고 나서야 받았다.

카이클은 19경기에서 평균 자책점 3.74로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후반기에 마이애미 말린스에게 8실점을 하는 등 기복이 심한 피칭으로 인해 FA 시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기는 꽤 힘들 것으로 보인다.

퀄리파잉 오퍼를 수용한 류현진은 그 1년을 최대한 활용했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나이가 변수일 수는 있겠지만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선발투수들 중 안정성에서는 최고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만큼 류현진이 어떠한 수준의 가치를 인증받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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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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