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국 동학 교당에 게시되어 있는 최제우 공식 영정
 전국 동학 교당에 게시되어 있는 최제우 공식 영정
ⓒ 추연창

관련사진보기

최제우가 창도한 동학의 또 다른 핵심주제는 후천개벽(後天開闢)사상이다.

개벽이라는 말은 '언천지지초개야(言天地之初開也)'라 하여 하늘이 처음 열리고(開闢) 땅이 처음 이룩됨(地闢)을 의미하였다. 중국 『후한서(後漢書)』에서 전한 바에 따르면 천지창조의 모습 즉 천지가 처음 시작된 것을 가르켰다.

천지가 처음 시작된 개벽을 한계로 하여 천지창조 이전을 선천(先天) 그 이후를 후천(後天)이라는 개념으로 하였음을 볼 수 있다.

최제우는 "한울님 말씀하신 개벽 후 5만년에 내가 첨이로다. 나도 또한 개벽 이후 노이무공(勞而無功)하다가 너를 만나 성공하여 나도 성공 너도 성공 득의 너의 집안 운수로다. 이 말씀 들은 후에 심독희자부(心獨喜自負)로다. 어화 세상 사람들아 무극지운 닥친 줄을 너희 어찌 알까보냐. 기장하다 기장하다 이내운수 기장하다. 구미산수 좋은 승지 무극대도 닦아내니 5만년지 운수로다." (『용담유사』 「용담가」)라고 개벽의 의미를 설명한다.
  
용담정의 모습. 최제우가 득도를 한 곳으로, 사진의 건물은 물론 당시의 것이 아니라 복원한 것이다.
 용담정의 모습. 최제우가 득도를 한 곳으로, 사진의 건물은 물론 당시의 것이 아니라 복원한 것이다.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최제우는 자신이 5만년에 처음으로 대운을 받아 후천 5만년의 무극대도를 받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개벽을 통해 '시천주'의 새세상을 열고자 한 것이다. 그가 추구한 개벽은 어떤 세상일까.

동학에서 말하는 개벽은 그 태초의 우주를 다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적 노력에 의하여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을 연다는 '다시 개벽' 또는 '후천개벽'이다. 후천개벽은 현존하는 인간이 본래의 하늘을 다시 열고 본래의 땅을 다시 회복하여 합일 또는 원시반본(原始反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존 안에서의 새로운 우주 탄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후천개벽은 인간을 떠나서 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즉 인간의 노력에 의하여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을 창조하는 것이 '후천개벽'이다. (『도덕경 정의(情義)』, 104~5)

『천도교창건사』에서 이돈화는 최제우가 후천 5만년의 대운을 타고 후천개벽의 시조로서 이 세상에 왔음을 강조한다.

"오도(吾道)의 대운은 천황씨의 근본원리를 회복한 것이니 고로 무극지운이라 하는 것이니라. 천황씨라 함은 선천개벽의 시조를 의미하여 말한 것이요, 대신사(大神師) 스스로 천황씨라 칭하심은 후천개벽의 시조를 자처한 것이니 도 닦는 자 선천의 탕기(蕩氣)를 버리고 후천신생의 숙기(淑氣)를 아양하면 은은총명이 자연의 중에서 화출할지니라" (주석 5) 하였다.
  
외세에 저항하여 싸웠던 동학의 최제우 교주 동상을 일본 향나무들이 빽빽하게 에워싸고 있다.
▲ 최제우와 일본 외세에 저항하여 싸웠던 동학의 최제우 교주 동상을 일본 향나무들이 빽빽하게 에워싸고 있다.
ⓒ 추연창

관련사진보기

 
이와 관련 한국의 민중종교사상을 연구한 유병덕 교수의 견해이다.

이 운도(運度)는 우주 흥망성쇠의 자연이법에 의한 것이다. 자연적 운도에 의하여 천지가 변화하는 주기는 이렇게 된다. 만년에 크게 한번 변하고 천년에 중(中)으로 한번 변하고 백년에 적게 한번 변하는 것은 천운(天運)이요, 천년에 크게 한번 변하고 백년에 중으로 한번 변하고 십년에 적게 한번 변하는 것은 인사(人事)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연적 주기적으로 운도는 변화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또 성한 것이 오래가면 쇠하고 쇠한 것이 오래면 성하고 밝은 것이 오래면 어둡고 어두운 것이 오래면 밝나니 성쇠명암(盛衰明暗) 이것은 천도의 운이요, 흥한 뒤에는 망하고, 망(亡)한 뒤에는 흥하고, 길한 뒤에는 흉하고, 흉한 뒤에는 길하나니 흥망길흉 이것은 인도의 운이라고 해월은 말한다.

천운에 따라 우주의 성쇠와 흥망이 되풀이 되고 있으며, 이 운의 도수에 따라 인간사의 변화가 이룩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주석 6)


최제우의 '후천개벽론'은 일종의 혁명사상이다. 선천의 낡은 세상을 뒤엎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변혁론이다. 다만 그것이 물리적인 방법이 아니라 우주의 주체인 사람이 하늘의 운수를 받아 정신적으로 신앙적으로 개척하는 길이다. '시인천'이요, 무극대도의 길이다.

한말의 난시국을 맞은 최제우는 조선왕조의 시운이 다 되었다고 보았다. 그래서 개벽을 주창한 것이다. "아니라 이 세상은 요순지치라도 부족시오 공맹지덕이라도 부족언이라"(「몽중노소문답가」)하고, "유도불도 누천년에 운이 역시 다했던가"(「교훈가」)라고 적시하였다. 

최제우는 한말의 암담한 시국을 맞아 깊은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개벽론을 펴고 민족사적인 경장을 바랐다.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답지 못하다."(「몽중노소문답가」)라고 비판하고, "이 근래에 오면서 온 세상 사람이 각기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천리(天理)를 따르지 않고 천명(天命)을 돌아보지 아니하므로 마음이 항상 두려워 향할 바를 알지 못하였다."(『동경대전』 「포덕문」)면서 효박한 세상의 변혁을 시도하였다.


주석
5> 이돈화, 「천도교창건사」, 47쪽.
6> 유병덕 편저, 『한국 민중종교사상론』, 123쪽, 시인사, 1985.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동학혁명과 김개남장군‘]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동학혁명 , #김개남장군, #동학혁명_김개남장군, #후천개벽, #시천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이 기자의 최신기사'지식인 134인 시국선언' 주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