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탱크' 트로이 길렌워터가 한국 무대로 돌아왔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가 지난 5일 길렌워터를 기존 섀넌 쇼터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길렌워터는 2010년대 KBL를 풍미한 외국인 선수 중 손꼽히는 득점 기계였다. 2014-2015시즌 고양 오리온, 2015-2016시즌에는 창원 LG에서 활약하며 두 시즌 정규리그 평균 22.9득점 7.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특히 LG에서는 평균 26.2점으로 득점왕까지 올랐을 정도로 날카로운 공격력을 선보였다. 전차같이 저돌적인 플레이스타일과 강인해보이는 외모에 다소 독특한 이름을 결합하여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물탱크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다만 코트 위에서 여러 차례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빚어 '문제아'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했다. 특히 KBL 2년 차였던 LG 시절에 사건사고가 유독 많았는데, 심판을 조롱하는 듯한 제스처로 물의를 일으켰다. 경기 중 벤치에 앉아있을 때는 중계방송 촬영을 거부하는 기행을 선보이기도 했다. 길렌워터는 해당 시즌에만 재정위원회에 6차례 회부되었고 납부한 벌금만 1400만 원에 이를 정도였다.

결국 길렌워터는 KBL로부터 2016년과 2017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참가 자격이 제한되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미 해당 시즌에 관련 징계를 모두 이수한 상황이라 이중 징계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었지만, KBL 측은 길렌워터의 반복된 돌출행동을 두고 '리그에 대한 존중이 보이지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사실상의 괘씸죄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길렌워터의 경우, 존슨이나 제퍼슨같은 다른 악동들과 달리 당시 국내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동정론도 꽤 많았다는 점이다. 코트위에서 기행으로 물의를 일으키긴 했지만 범죄(약물 복용, 폭행, 욕설)수준의 사고를 저질렀던 다른 악동들과 아무런 법적 전과가 없는 길렌워터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특히 길렌워터가 자주 돌출행동을 저질렀던 배경은 주로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당시 KBL에서 심판에 대한 불신이 한창 극에 달해있던 시점이라 일부 팬들은 길렌워터를 오히려 오심에 저항한 용기있는 선수처럼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길렌워터가 보여준 행동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그는 KBL을 떠난 이후에도 타 리그에서 코트에 침을 뱉어서 경고를 받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며 퇴출 당한 전력이 있다. 그가 다혈질이고 악동 기질이 있는 선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길렌워터의 KBL 3번째 소속팀이 된 인천 전자랜드는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전자랜드의 스타일에 맞게 비교적 얌전한 성향의 외국인 선수들이 많기도 했지만 테렌스 레더, 리카르도 포웰, 찰스 로드 등 KBL에서 나름 '한 성격' 한다는 선수들도 최소한 전자랜드에 있는 동안에는 특별히 사고를 치지 않았다.

전자랜드에서만 10년 넘게 지휘봉을 잡고있는 유도훈 감독의 팀 장악력이 매우 확고한 데다, 개성강한 외국인 선수들과의 '밀당'에 능숙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팀메이트가 된 머피 할로웨이도 성실하고 이타적인 성향의 선수로서 길렌워터의 팀 적응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시즌 초반 선두권을 달리던 전자랜드는 2라운드 이후 다소 부진에 빠져있다. 이대헌의 부상 이탈에 따른 강상재의 과부하까지 겹치며 골밑 운용에 제약이 많았다. 쇼터가 팀플레이에서 성실하게 제몫을 해줬지만 높이와 득점력에 대한 아쉬움까지 덜어주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전자랜드가 다소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길렌워터를 선택한 이유다.

길렌워터는 197cm로 장신은 아니지만 힘이 좋고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스윙맨이다. KBL을 떠난 이후에도 베네수엘라, 일본, 터키, 중국 등 여러 리그를 넘나들며 선수생활을 이어왔기 때문에 경기감각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나이도 31세로 아직 전성기에서 내려올 시기가 아니다.

다만 경기가 안 풀릴 때 혼자 해결하려는 성향이나 감정기복이 심하다는 점은 전자랜드의 팀 플레이에 지장이 될 수 있다. 기존의 주전인 할로웨이와 함께 효율적인 출전 시간과 공수 역할 분담을 통해 두 선수를 조화롭게 공존시키는 것은 유도훈 감독의 과제다.

또한 전자랜드는 올 시즌 성적과 별개로 팬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내세운 '팬 퍼스트' 행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자랜드가 지금껏 쌓아온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길렌워터가 실력 못지 않게 경기 매너에서도 이제 베테랑이 된 만큼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3년 만에 KBL 무대로 돌아오게 된 길렌워터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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