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피셜 시크릿> 스틸 컷

영화 <오피셜 시크릿> 스틸 컷 ⓒ (주)팬엔터테인먼트

 
영국 정보부에서 근무하는 캐서린 건(키이라 나이틀리). 그녀는 도청을 통해 전 세계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임박한 어느 날, 그녀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고위 당국자로부터 일급 기밀 내용이 담긴 이메일 한 통을 받게 된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UN의 찬성표가 다급해진 미국이 이를 관철하고자 몇몇 국가의 불법 도청을 영국 정부에 지시하는 내용이었다.
 
평소 이라크 전쟁은 명백한 불법이며 이로 인한 희생을 받아들일 수 없노라는 개인적 신념을 견지해온 캐서린 건. 그녀는 직무 관련 책임과 양심 사이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 심각한 고민에 빠져든다. 하지만 정답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과 평소 친분이 깊었던 한 반전 운동가에게 해당 내용을 폭로한다.
 
영화 <오피셜 시크릿>은 정의를 위해 국가를 배신한 한 여성의 이야기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의 발발을 막기 위해 국가 일급기밀을 유출한 영국 정보부 요원 '캐서린 건'의 드라마틱한 실제 사건을 스크린에 옮겼다.
 
캐서린 건이 폭로한 기밀은 반전 운동가의 손을 거쳐 언론사 등으로 급속히, 그렇지만 은밀하게 퍼져나갔다. 이즈음 미국이 이라크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워온 이라크와 알카에다의 연계설 그리고 다량의 생화학무기 보유설은 객관적으로 입증된 바 없음에도 전쟁의 기운은 점차 고조돼가는 양상이었다.
 
전 세계에서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반전 시위는 이라크 전쟁의 불법성을 널리 알리는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으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폭주를 막기에는 여러 모로 역부족이었다. 결국 전쟁은 벌어지고 만다. 미국을 위시한 연합군의 첨단무기가 이라크에 맹폭을 퍼붓기 시작했고, 이러한 상황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무고한 이라크 국민들의 희생이 이어졌다.
 
 영화 <오피셜 시크릿> 스틸 컷

영화 <오피셜 시크릿> 스틸 컷 ⓒ (주)팬엔터테인먼트

   
캐서린 건의 폭로는 영국의 주간지 <옵서버>를 통해 대서특필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진 판세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9.11 테러의 여파로 미국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고했으며 이는 이라크 본토를 초토화하는 기제로 작용하게 된다.
 
그녀의 폭로는 미국의 정책에 가장 우호적이었던 영국 정부를 발칵 뒤집어놓는다. 그녀는 결국 영국 정보부로부터 해고되었고, 공무상 비밀 엄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처지에 놓인다.
 
정보부 직원 신분에서 벗어나던 순간 그녀는 그동안 누려온 대부분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만다. 카메라는 극적인 그녀의 신분 변화 순간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꼼꼼히 쫓는다. 그녀가 감내하게 될 고통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되는 순간이다. 그녀 자신뿐 아니라 아랍계 난민 출신인 남편에게까지 불이익이 교묘하게, 아니 공공연하게 가해진다. 기밀을 폭로할 경우 그녀는 자신을 향해 모종의 피해가 와닿으리라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고, 또한 이를 감내할 각오가 어느 정도는 돼있었으나, 막상 직접 겪고 보니 고통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깊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의를 옹호하는 사회 활동가들이 물심양면으로 그녀를 돕기 위해 나섰다는 대목이다. 영국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를 배신한 그녀에게 본보기를 위해서라도 따끔한 처벌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에 결연히 맞서 양심에 호소하며 사회 곳곳에서 활동해온 활동가들과 함께 자신의 신념을 꿋꿋이 지켜나가기로 작정한 캐서린 건, 사법부는 과연 어떠한 판단을 내릴까?
 
캐서린 건의 결단과 행동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정의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가의 이익이 상충할 때 과연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아울러 만약 캐서린 건처럼 자신의 신념을 택할 경우 그에 따르는 고통과 불이익을 과연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지 따위를 곰곰이 헤아려 보게 된다. 물론 결론내리기 쉽지 않다.
 
그녀는 정보부 소속 공무원으로서 국가 기밀을 다룬다. 해당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무상 취득한 기밀을 절대로 누설하지 않겠노라는 약조가 전제 조건이며, 이를 어길 시 그와 동시에 해당 인물은 범법자의 신분으로 둔갑하고 만다. 후폭풍은 덤이다.
 
 영화 <오피셜 시크릿> 스틸 컷

영화 <오피셜 시크릿> 스틸 컷 ⓒ (주)팬엔터테인먼트

   
캐서린 건은 이라크 전쟁을 명백한 불법으로 간주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벌이는 살상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전 세계의 시선도 비슷한 방향으로 맥이 닿아있다. 따라서 이로 인한 양민의 희생을 양심상 도저히 지켜볼 수 없었던 그녀, 비록 영국 정부를 배신하게 되고 종국엔 범법자의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국가 기밀을 스스로 유출하게 된다.
 
비록 가정이지만, 우리가 그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일 경우 과연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무고한 양민이 대량으로 살상되는 끔찍한 사태를 빤히 바라보면서도 이 일 또한 국가를 위한 직무 수행이니 모른 척 눈을 감게 될까. 아니면 비록 국가를 배신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정의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선택하게 될까? 딜레마다. 여러분들이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안타깝게도 캐서린 건의 폭로만으로는 이미 특정 방향으로 기울어진 이라크 전쟁을 막을 수 없었다. 당시 미국의 폭주를 견제할 만한 세력이 지구촌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온 인류가 소중히 지켜나가야 할 보편적 가치, 양심 그리고 정의를 앞세워 미국의 폭주에 반기를 들고 자신의 모든 것을 과감히 희생한 그녀의 결단과 행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오피셜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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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신뢰하지 마라, 죽은 과거는 묻어버려라,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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