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 현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K리그 최강팀이다. 전북은 올해도 울산을 제치고 극적인 역전우승을 달성하며 리그 3연패를 이뤄냈다. 클럽 역사상 7번째 우승, 특히 최근 6년간 5번이나 정상에 올랐으니 이 정도면 K리그를 대표하는 '왕조'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올시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포르투갈 출신의 외국인 사령탑 조세 모라이스 감독 체제에서는 첫 우승이었다. 한국 무대에 첫 선을 보일때만 해도 개인의 명성보다는 '스페셜 원' 무리뉴 감독(토트넘)의 참모이자 절친이라는 타이틀로 더 유명했던 모라이스 감독은, K리그 데뷔 첫해 우승과 함께 감독상까지 수상하며 지도자로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축구를 구현하기 위하여 기존의 선수단이나 전술을 큰 폭으로 뜯어고치고 싶은 욕심에 빠지기 쉽다. 전북같이 오랫동안 성공을 이어온 클럽에서는 개성강하고 자부심이 강한 선수단과의 충돌로 이어지기도 한다. 멀리 볼 것도 없이 황선홍 감독 시절 FC서울이 겪었던 시행착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모라이스 감독은 달랐다. 외국인 감독임에도 전북이 지켜온 팀컬러와 철학(적극적인 공격축구,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존중 등)을 안정적으로 계승했으며,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전임 감독 체제에 익숙해져 있던 전북 선수단과 큰 무리수 없이 화합할수 있었다. 시즌 막바지에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가 징계를 받는 해프닝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K리그를 높이 평가했고 리그의 문화와 경쟁력을 존중하며 한국축구에 무난하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모라이스 전북'의 2019년을 평가하는 시선은 약간의 온도차이가 존재한다. 당초 올시즌 트레블(3관왕)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항했던 전북은 FA컵(32강)과 ACL(16강)에서 예상치 못한 조기탈락을 겪었다. 일찌감치 K리그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리그에서도 경쟁팀을 압도하지 못하고 쫓아가는데 급급하며 최종전을 앞두고 승점 3점차로 뒤져 시즌 무관의 위기까지 몰렸다.

그나마 최종전에서 경쟁자 울산의 예상밖 대패로 어부지리를 누리기는 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자력 우승은 아니었다. 전북은 승점 86점(26승8무4패), 2위와 무려 21점차로 여유있게 우승을 차지했던 2018시즌에 비하여, 올해는 승점 79점(22승13무3패)으로 8점이나 떨어졌고 울산과 동률을 이루고도 다득점에서 앞서 겨우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지금의 전북 왕조를 구축한 '터줏대감' 최강희 감독의 중국행에 따른 자연스러운 선수 구성과 전술의 변화, 외국인 감독의 한국축구 적응기간 같은 변수가 있기에 첫 시즌이 어려울 거라는 건 다들 예상한 부분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 부진했고, 시즌 중반에는 득점 선두를 달리던 김신욱마저 최강희 감독을 따라 중국으로 떠났다. 올해는 최근 몇 년간 전북 전력의 안정감이 가장 떨어진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라이스 감독에게 유독 아쉬웠던 부분은, 중요한 단판 승부에서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FA컵이야 최강희 감독 시절에도 유독 약했던 대회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상하이 상강에게 승부차기 끝에 무너진 ACL 16강전, 자칫 K리그 우승이 무산될 수도 있었던 31라운드 대구전(0-2) 패배, 선제골을 지키지못한 37라운드 울산전(1-1) 무승부 등은 모라이스 감독의 위기관리와 상황대처 능력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지 못했다.

아무래도 정규리그 등의 장기레이스에서는 전북처럼 선수층이 두터운 팀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울산과의 결정적인 차이는 핵심선수들이 이적하거나 경고누적-부상 등으로 결장하는 위기에서도 얼마든지 대체할 선수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올해 전북의 우승은 지난 수년간 다져온 두터운 선수층과 경험의 힘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모라이스 감독의 역량을 따지기엔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선수 영입과 활용만 봐도 문선민이 MVP급 활약을 보인 것을 제외하면 최영준, 김승대 등 적응에 실패한 사례가 있으며 외국인 선수 영입 또한 기대에 못 미쳤다.

모라이스 감독의 2019시즌은 결국 '절반의 성공' 정도라고 볼수 있다. 모라이스 축구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내년에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의 강력한 선수층과 시스템이 모라이스 감독을 우승시킨 것인지, 아니면 모라이스 감독이 전북을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릴만한 능력이 있는 감독인지는, 본격적인 색깔이 드러날 2020시즌 K리그와 ACL을 통해 증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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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이스 전북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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